김상대 기아 부사장, 박찬우 삼성전자 부사장 인터뷰
기아, PBV에 삼성전자 IoT 솔루션 탑재 MOU
韓 전세계 없던 '신개념 상용차' 시장 개척
소상공인 주력 타깃… '움직이는 가전' 경험 극대화
무인 점포의 도난 알람을 자동차 디스플레이에서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온다. 매장 도착 전 에어컨을 켜고, 떨어진 재고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발주까지 차에서 할 수 있는 시대가 내년이면 현실이 된다.
삼성전자의 IoT 플랫폼 '스마트싱스 프로'를 기아의 'PBV'에 집어넣기로 하면서다. 그간 '모바일'을 주체로 집을 연결해왔다면, 기아 PBV에서는 '차'를 주체로 '점포'를 연결하게 된 셈이다.
김상대 기아 부사장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스페인 타라고나에서 열린 기아 EV데이에서 삼성전자와 ‘기아 PBV-삼성전자 IoT 솔루션 기반 B2B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업무 협약'을 맺은 후 "B2B 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서 PBV 모델을 오늘 보여드렸다. 거기에 삼성전자에서 굉장히 관심을 가져주고 있으며, 솔루션 쪽으로 경쟁력 제고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PBV는 뜻대로 직역하면 목적기반모빌리티(Purpose-Built Vdhicle), 쉽게 해석하면 기아의 '맞춤형 상용차'다. 특장 업체를 통해 개조하지 않아도 제조사가 고객이 원하는 활용도에 따라 맞춤형 제작을 해준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택시 미터기, 안드로이드 앱 마켓 등이 탑재돼 개개인이 전부 다른 비즈니스에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이날 관심이 모인 것은 삼성전자와의 협업이 비즈니스에 특화된 '소프트웨어적' 활용성을 대폭 높였다는 점이다. 약 2년 전 PBV의 개념이 등장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맞춤형 공간활용'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삼성전자와 손을 잡으면서 차량 내 소프트웨어의 활용도까지 '맞춤형'의 개념이 확대된 것이다.
쉽게 말해 물류차로 쓸 건지, 학원차로 쓸건지 용도에 따라 구조를 선택할 수 있는 자동차로 PBV를 정의했던 것을 넘어, 차량 내 앱에서 점포를 관리하고, 물류 이동을 관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구현했다는 의미다.
박찬우 삼성전자 부사장은 "이번 PBV 협력은 대형 회사들 말고, 한국에 있는 중소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예를 들면, 무인 점포 한 4~5개를 운영하는 소상공인이 있다고 하면, 아무리 무인이라지만 점포에 방문을 해야한다. 무언가를 갈아 끼우고, 재고도 보충해야하는데 PBV 안에서 여러 개의 매장을 동시에 원격으로 관리하면서 운전을 하다가 해결할 수 있고, 오피스를 별도로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PBV 안에서 이런 무인 매장 여러 개를 또는 에어비앤비 같은 무인숙소를 관리할 수 있는 것"이라며 "매장에 있는 에어컨 등 다양한 기기들, IoT 기기들, 센서 등을 다 모니터링 할 수 있기 때문에 통합해서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그런 솔루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아 PBV는 올 상반기 중 국내 출시되지만, 삼성전자와 협력한 제어기술의 경우 내년 중 출시될 것으로 봤다. 차량 내 B2B 서비스라는 영역을 최초로 개척해야하는 만큼 기아 PBV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선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박 부사장은 "PBV 쪽 개발과 저희 쪽 기술 개발이 다 맞아야 되니까 안전하게는 내년 중반 쯤으로 보시면 될 것 같다"며 "그전에 여러가지 테스트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저희가 일부 소상공인 대상으로, 예를 들어 푸드트럭도 타겟으로 하고 있다. 푸드트럭 운전자 분들은 저희 사이니지 디스플레이도 많이 쓴다며 "여러 가지 조명이나 이런 것들이 셋업하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계속 옮겨 다니시니까 그런 것들을 자동화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제공하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양사의 협력은 'B2B(기업간 비즈니스)'에 대한 니즈에서 비롯됐다. 그간 어떤 시스템을 원격으로 제어하는 서비스들은 철저히 개인 위주로 이뤄져왔다. 자동차 업체는 집에서 차량 시동을 켜놓는 등 승용차 커넥티비티 위주로, 삼성전자는 집에 가는 길 에어컨을 미리 켜두는 등 집을 위주로 사업을 전개했다.
이 가운데 양사가 각각 B2B 승부수를 내놓은 시기가 자연스레 맞아떨어졌다. 삼성전자는 B2B 전용 IoT 솔루션인 '스마트싱스 프로'를 작년에 출시했고, 기아 PBV는 올해 출시 시기를 미리 발표한 바 있다.
올 초 현대차가 삼성전자와 먼저 발표했던 B2C 분야 협력은 촉매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올 1월 CES(국제 가전·IT 박람회)에서 삼성전자 B2C IoT기술 '스마트싱스'가 적용된 신차 아이오닉 9을 공개한 바 있다. 자체 모바일 앱에서 이뤄지던 시동 켜기, 도어 열고 닫기 등 단순 제어를 넘어 '카투홈(차량에서 집을 제어)', '홈투카(집에서 차량을 제어)', '파인드(찾기)' 등을 선보여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김 부사장은 "(삼성전자와) 거의 동시에 (협력 제안이) 이뤄졌다. 지난해 현대차그룹과 삼성전자의 커넥티비티 기반 MOU가 송창현 사장 주관, 삼성전자 사장이 참석해 진행이 됐었다"며 "여기에 연계해 B2B 쪽은 아무래도 훨씬 더 데이터 기반의 커넥티비티와 비즈니스 효율성 측면에서 중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전기차 전환과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삼성전자와의 협력은 차량 내 경험적 측면에서 큰 경쟁력이 돼 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9, 기아는 PBV 등모두 '전기차'에 처음 탑재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삼성전자로선 현대차와는 B2C, 기아와는 B2B 협력을 통해 '차량 제어' 영역에서 막강한 신사업을 전개할 수 있게 됐다.
박 부사장은 "지난 CES 때는 현대차와의 B2C 협력을 발표했고, 그것에 이어 이제 B2B도 (선보이게 됐다). 스마트싱스 프로라는 B2B 솔루션은 작년에 론칭을 했다"며 "기아 PBV도 올해 론칭을 하기 때문에, 한국 회사끼리 좀 더 협력하는 계기가 됐다. 자연스럽게 양사가 협력을 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한국 업체끼리 협력해 글로벌 차량, IoT 기술 업계에서 각자 최초의 시장을 이끌어가면서 '팀 코리아'로서의 존재감도 커질 전망이다. 특히 현대차·기아가 전세계 자동차 판매 3위에 올라있는 만큼, 삼성전자와 협력한 제어 기술이 글로벌을 무대로 판매되면서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 시장에서 기술력을 증명하기에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사장은 "현대차그룹이 굉장히 어려운 환경에 있지만 저는 잘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아는 PBV라는 새로운 아젠다를 통해서 세계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고, 잘 해나가고 있기 때문에 좋은 기회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며 "삼성전자와 (협력 결과가) 잘 되면 '팀 코리아'도 될 수 있는 거고, 얼마든지 미래를 개척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