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웰 성공 자신한 젠슨 황...조용히 미소짓는 삼성·SK

블랙웰 4Q 매출 110억달러...1Q도↑

올 하반기 '블랙웰 울트라' 출시 예고

HBM 탑재 증가 전망, 삼성·SK '미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6월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에서 차세대 GPU 블랙웰 플랫폼을 소개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블랙웰'의 성공을 자신했다. 올 1분기까지도 높은 수요가 예상되고, 하반기에는 새로운 신제품인 '블랙웰 울트라' 출시도 예고했다. 전 세계 반도체 업계가 주목한 블랙웰의 성공이 가시화된 만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에 미칠 파장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엔비디아는 26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2024년 11월~2025년 1월) 매출은 AI 칩에 대한 막대한 수요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78% 성장한 393억 달러(한화 약 56조4582억원)로 집계됐다. 시장의 예상치인 384억 달러를 상회했다. 주당 순이익 역시 0.89달러(1277원)로 예상치 0.84달러를 웃돌았다.

이번 엔비디아의 호실적은 데이터센터가 주도했다. 엔비디아는 4분기 데이터센터 부문에서 매출 356억 달러를 기록했다. 총 매출 91%를 차지한다. 2023년 4분기 데이터센터 매출 비중이 60%에 머물렀던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성장이다.

데이터센터향 매출에는 엔비디아의 '호퍼'와 '블랙웰' 칩 판매량이 포함된다. 그 중에서도 블랙웰의 강력한 수요가 호실적을 이끌었다고 엔비디아는 설명했다.

젠슨 황 CEO는 "블랙웰에 대한 수요가 놀랍다"며 "블랙웰은 엔비디아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제품"이라라고 강조했다. 콜렛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블랙웰 매출은 대규모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사가 주도했으며, 이는 당사 데이터 센터 수익의 약 50%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엔비디아가 발열 등 기술적 결함으로 출시를 연기한 바 있었던 블랙웰의 문제점을 완벽히 보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엔비디아는 올 하반기 블랙웰의 새로운 신제품인 '블랙웰 울트라' 출시도 예고했다. 젠슨 황 CEO는 "현재 블랙웰의 대량 양산 및 출하가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고, 블랙웰 울트라도 기존 제품과 관계없이 원활히 출하가 진행될 것"이라며 "동일한 블랙웰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고객사의 전환도 문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블랙웰의 성공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업계의 수혜도 예상된다. AI 가속기의 진화가 HBM의 수요를 견인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HBM의 패권을 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미소 지을 수 밖에 없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블랙웰 시리즈인 AI 가속기 B100과 B200에는 HBM3E 8단 제품 8개가 들어간다. 블랙웰 울트라에는 HBM3E 12단 제품 12개가 탑재될 예정이다.

현재 엔비디아 블랙웰 GPU에 탑재되는 HBM은 SK하이닉스가 독점 공급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속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도 공급하며 시장 선두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인 루빈에 탑재될 HBM4에 대한 준비도 빠르게 마쳐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시점에 맞춰 적기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경우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삼성전자는 HBM3E 8단·12단 제품을 AMD 등 고객사에 판매 중이지만, 아직 엔비디아향 공급은 1년 넘게 못하고 있다. 올 2분기부터 본격적인 공급이 진행될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올 상반기 중으로 엔비디아 납품 문제를 마무리 짓고, 승부처로 삼고 있는 HBM4(6세대) 양산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HBM 실적 향방을 좌우할 엔비디아의 1분기(2~4월) 실적 전망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면서 양사의 호재가 예상된다. 엔비디아는 430억 달러 안팎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예상대로 블랙웰의 수요가 탄탄했다. 이러한 성공은 AI 및 데이터 센터용 고성능 반도체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의미한다"며 "독점 공급 중인 SK하이닉스도, 향후 공급을 준비 중인 삼성전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는 전 세계에 적잖은 충격을 준 딥시크의 출현 이후 처음 나오는 성적표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젠슨 황 CEO는 "딥시크는 전 세계의 열정을 불러일으켰다"면서 "더 중요한 것은 오픈소스이며 세계적 수준의 추론 AI 모델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딥시크의 등장이 새로운 경쟁을 촉발시키며 국내 반도체 업계가 기술 혁신과 비용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