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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중시하면 정책과 타협이 따라온다"


입력 2010.08.03 08:21 수정         동성혜 기자 (jungtun@dailian.co.kr)

<인터뷰>여소야대 시정서 대외업무 총괄 조은희 서울시 정무부시장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일할 능력 있어 자리 맡아 정치력 발휘할 것"

조은희 서울시 정무 부시장은 “여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자리에 그 사람이 일할 능력이 있으니 갔다”며 서울시 ‘최초 여성’ 부시장이란 딱지를 거부했다. 조은희 서울시 정무 부시장은 “여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자리에 그 사람이 일할 능력이 있으니 갔다”며 서울시 ‘최초 여성’ 부시장이란 딱지를 거부했다.
“모든 것은 사람이 한다. 좋은 상황이든 나쁜 상황이든 어떤 프레임이 짜여도 그 프레임에서 일을 하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을 중시하면 정책도 당연히 따라오고 대화와 타협도 따른다.”

25곳 가운데 21곳의 야당 구청장, 4분의 3인 야당 시의원. 여소야대인 서울시에서 대외업무를 총괄하는 조은희 서울시 정무 부시장은 “사람을 믿는다”며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

최근 서소문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조 부시장은 편안해 보였다. 한강 르네상스, 디자인 서울 등 오세훈 서울시장의 굵직굵직한 사업에 서울시의회 야당 의원들의 견제가 심해지며 다소 답답할 만도 할 텐데 조 부시장은 어느 때보다 차분하고 평온했다. 그래서 ‘편안해 보인다’고 선뜻 물어본 것.

그에 대한 답이 바로 “사람”이었다. 조 부시장은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은 서울시와 서울시민의 행복,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다”며 “사람의 얼굴이 다 다르듯 이루려는 방법과 순위의 차이가 있지만 이런 차이는 잘 헤쳐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꼭집어 정무 부시장으로 활동 계획을 묻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레 ‘정무’로 이야기가 흘렀다.

조 부시장은 “우선은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며 “말보다 중요한 게 듣는 것인데 들을 때는 사람이 말로 표현하지 않는 진심과 본심이 있다. 그의 마음을 읽고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너무 교과서 같다고 하자 조 부시장은 하나의 사례를 들었다.

민선 5기 서울시 출범 첫날인 7월 1일 빚어진 의회 사무처장 임명사건이다. 당시 오 시장은 이전 7대 의회의 추천을 받아 의회 사무처장을 임명했고 민주당은 의회를 무시한 처사라고 반발, 결국 인사를 철회했다.

조 부시장은 “시의회 사무처장을 7대에서 추천받았다. 개원 준비를 잘 해야 한다는 생각과 아직 8대가 개원하지 않은 상황이라 일단 인사한 것인데 8대 의회는 자신들과 같이 일할 사람을 왜 7대에서 추천 받느냐고 지적했다”며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8대 의회의 말이 적절하다는 생각에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부시장은 “개원은 임시로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8대를 존중해 거기에서 승인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서로 생각의 차이로 비롯된 일”이라며 “경청의 자세가 중요함을 다시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소통의 형식이나 시스템을 새롭게 구성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 조 부시장은 “시스템은 이미 잘 갖춰져 있다”며 “문제는 그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이라고 거듭 ‘사람’을 강조했다.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일할 능력이 있어 자리를 맡은 것”

정무 이야기는 잠시 옆에 두고, 취임 20여일이 지났지만 소감 한마디를 물었다. 서울시 ‘최초’ 여성 부시장이라는 타이틀이 어깨를 짓누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조 부시장은 “여성가족정책관으로 있을 때 ‘여행(여성이 행복한 도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여행’의 끝이 아니라 먼 길 떠나는 여행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여소야대 국면에서 민주주의를 꽃 피우는 진짜 여행, 어깨에 많은 짐을 지고 떠나는 여행”이라고 밝혔다.

또한 조 부시장은 “야당이 하고자 하면 못할 게 없는 이 상황에서 정무 부시장의 역할은 돋보여야 하고 그만큼 책임감도 많다”며 “쉬운 길은 양보하고 어려운 길은 내가 맡아 가겠다”고 다짐했다.

우먼타임스 편집국장에 사단법인 양성평등실현연합 공동대표로 있었던 조 부시장에게 여전히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는 답답할 듯도 했다.

조 부시장은 “그 자리에 그 사람이 일할 능력이 있으니 갔다고 봐야 하고 그런 시대가 왔다”며 “오 시장도 여성을 배려해서 한 게 아니라 갈 만한 사람이 갔고 능력이 있어서 임명했다고 소개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조 부시장은 “그동안 부시장을 여성이 해야 한다는 기대와 요구에 있음에도 못했는데 오 시장이 결단을 내렸다는 것은 여성적 리더십에 대한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 풀이했다. 여성적 리더십에 대해 조 부시장은 창의적이며 포용하고 설득하고 대화하는, 갈등구조가 아닌 융화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리더십이 보태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조 부시장은 “첫 여성 부시장이라는 것에 대해 부담감과 책임감이 있었지만 일단 그것을 벗으려고 한다”며 “맡은 일을 잘하면 처음 여성 부시장이 누구였는데 잘했다는 결과로 여성적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초보다 최고로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 게 다음에 길을 걷는 사람들에 대한 도리”라고 했다.

“조은희식 정무 스타일 개발해야, 정치력과 타협 발휘할 기회 온 것”

갑자기 오 시장과의 인연이 궁금했다.

조 부시장은 “일면식도 없었다. 여성가족정책관으로 임명장 받을 때 처음 알았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교육문화분과 전문위원으로 있은 후 잠시 공백상태였던 조 부시장에게 제안이 들어왔고 개인 인연은 없었다고 한다.

조 부시장은 “당시 오 시장은 여성이 생활 속에서 불편하고 불안한 것을 해소하는 생활 밀착형 여성정책 패러다임인 여행 프로젝트를 제대로 살려달라는 주문을 받았을 뿐”이라고 회고했다.

또한 조 부시장은 “특히 오 시장은 경제·교육·도로·교통·문화 등 전 영역에서 정책 결정 과정에 여성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여성의 입장을 반영하라고 지시했고 ‘여행 프로젝트’라는 이름도 직접 지었다”며 “젖은 가지에 불이 잘 붙지 않듯이 신개념이고 정착이 되지 않아 강도 높게 주문했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조 부시장은 여성가족정책관으로 있을 당시 체감도 높이는 사업, 거버넌스 체제 동참, 여성 전문가와 모니터링하는 체계 구축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렇기에 여성이 행복한 주차장, 서울형 어린이집 프로젝트, 경력단절 여성 일자리 등 피부에 와닿는 정책들이 생산됐다. 그 결과 지난 6월 UN이 주관하는 UN공공행정상에 여행 프로젝트가 수상키도 했다.

조 부시장은 “초창기 잘 안될 때는 시장이 참신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며 예전 것을 생각하지 말고 새 방법이 필요하다고 질책도 많이 했다”며 “질책이 억울하기도 했지만 그 보다는 제대로 칭찬 받아보자는 생각에 더 열심히 했다. 에너지가 된 셈”이라고 되돌아봤다.

다시 본연의 임무인 ‘정무’로 이야기를 되돌렸다. 어떤 정무 부시장이 되겠느냐고 물었다.

“술을 한방울도 마시지 못한다. 정무라는 게 마음을 얻어야 하는데 그 때문에 술자리도 갖게 되는 거 아니냐. 하지만 술 마시지 않으면서 교류하고 대화하고 타협할 수 있는 조은희식 정무 스타일을 개발하겠다. 정무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다.

또한 새로운 정치력과 타협을 발휘할 수 있는 이런 기회에 벽돌 한 장 얹는 심정으로 새로운 정치 아름다운 정치를 꽃 피우겠다.” [데일리안 = 동성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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