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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린 "누군가를 증오한다고 세상이 바뀌나"


입력 2011.10.04 08:49 수정        

<인터뷰>최홍재 이사와의 대담집 ´대한민국을 부탁해´ 낸 나성린 의원

"다르다는 것에 무조건 불편해말고 왜 다른지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최홍재 시대정신 이사와 함께 대담집 ´대한민국을 부탁해´를 펴낸 나성린 한나라당 의원. 최홍재 시대정신 이사와 함께 대담집 ´대한민국을 부탁해´를 펴낸 나성린 한나라당 의원.

“20, 30대 젊은 층과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보수우파라고 말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불리하다고 말하는 요즘, 그는 굳건하게 자신을 보수우파라고 말하면서 “보수우파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고, 오해와 편견을 벗고 봐 달라”고 얘기한다.

나성린 한나라당 의원. 18대 총선으로 여의도에 입성한 이 신인 정치인은 굳이 총대를 메고 보수우파의 재집권 전략을 담은 책, <우파 재집권 전략 - 대한민국을 부탁해>를 출간했다.

나 의원을 만난 것은 지난 28일 오후였다. 그는 출판기념회의 기획안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던 참이었다. 안경을 쓰고 허리에 핸드폰을 찬 모습에서 문득 아버지의 모습이 겹쳐졌다.

“정의롭지 않아 보인다고 치부되는 보수우파에 대해서, 진보좌파쪽으로만 이념적 편식을 하는 젊은 층에게 답답한 마음으로 터놓고 말하려고 썼다”는 나 의원은 20, 30대의 아버지뻘이 되는 연배다. 본인도 그 연령대의 아들을 뒀다.

나 의원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잘 전달이 됐는지 모르겠다”고 사뭇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북콘서트 등을 통해 젊은 세대들과 소통을 해보려고 한다. 할 수 있으면 개인기 같은 것도 연습해서 좀 재미있게 다가가고 싶다”고 쑥스러운 미소를 짓기도 했다.

<우파 재집권 전략 - 대한민국을 부탁해>는 나 의원이 오랫동안 생각했던 책이다. 짧고 자극적인 구호에 익숙한 젊은 층에게 그의 긴 설명은 재미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 의원은 “설명도 안하고 젊은 층에게 무작정 이해해달라고, 왜 이해하지 못하느냐고 할 순 없지 않느냐”고 했다.

“우파 재집권이라는 결론을 미리 지어놓고 시작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는 말에 나 의원은 “멀리 봤을 때 그게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라는 이야기지,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며 “충분히 설명하고 보수우파를 또다시 선택해준다면 감사할 일이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나 의원은 이 책에서 솔직했다. 보수우파가 잘못했던 점도 인정하고,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의 미흡한 점도 지적했다. 진보좌파를 자청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무상복지의 덫이나 모순적인 태도 등에 대해서도 그의 경험과 대담자였던 최홍재 시대정신 이사의 입을 통해 차근차근 설명한다.

나 의원은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했다. “서점에 가면 진보좌파의 대담집이나 담론집은 많은데 보수우파는 없어서, 젊은 층이 좌평향된 이념적 편식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했다”며 “지나치게 어렵거나 딱딱해서 재미가 없는 보수우파의 이야기를 쉽게 풀어낼 방법을 계속 고민하다가 이번에 대담집이라는 형태로 시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록까지 360페이지가 넘는 책은 도표나 수학적 수치를 늘어놓는 대신 두 대담자가 살아온 궤적을 바탕으로 현재를 이야기한다.

최홍재 시대정신 이사와 함께 대담집 ´대한민국을 부탁해´를 펴낸 나성린 한나라당 의원. 최홍재 시대정신 이사와 함께 대담집 ´대한민국을 부탁해´를 펴낸 나성린 한나라당 의원.
일례가 무상복지에 대한 부분이다. 나 의원은 “영국과 같은 무상의료는 빈부격차를 확인시키게 되고 의료 서비스 전반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 의원은 “따뜻한 시장경제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게 내 철학”이라며 “서민빈공층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사회적 약자들의 복지를 증진시키자는 목표는 보수우파도 진보좌파와 다르지 않다. 다만 방법이 다른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무상의료가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건 나 의원의 경험에서 나온 확신이다. 영국에서 유학할 당시, 그는 다리가 불편했던 아들의 수술이 3번이나 실패한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그나마 수술도 몇 달이상 대기를 해서 받아야 한다. 수술 경과를 보러 병원에 다녀온 날에 집안의 공기가 상가집처럼 가라앉았다. 계속되는 수술에 아내도 아들도 지쳐갔다. 돈이라도 있다면 외국에 가서 수술 시도를 해보련만, 이도 여의치 않았다. 한국에 돌아와 재수술을 할 때까지 아들의 다리는 계속 불편한 상태였다. 사회적 약자와 신체적으로 결합이 있는 사람들에 애정을 갖게 된 것은 아들 때문이었다.

나 의원은 “지금은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도 노동자, 농민, 도시서민층을 잘 살기 위해 나왔지만, 역사적으로 그 방법이 틀렸다는 게 증명되지 않았느냐”며 “일자리 창출, 재정 확보, 세수 증대 없이는 소득재분배를 통한 복지는 불가능하다. 그게 ‘내 의무”라고 지적했다. 일하는 보람, 복지를 위한 재정 확보를 위해서는 당장의 먹을거리부터 만들어주고 계속해서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나 의원은 재정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복지는 국가 경제를 망가뜨리기 때문에 소득과 관계없이 누구나 같은 수준의 복지를 받는 것은 반대했다. 다만 “경제능력에 따른 복지 혜택을 달리한다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변화하는 사회상을 반영해야 한다”며 “보육과 교육부분의 복지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상보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젊은 층의 결혼과 출산 기피는 보육비 부담에 의한 것이므로, 국가가 0~5세까지의 보육은 책임져야 하며, 초등학생의 급식은 일정 부분 국가가 책임진다면 가장 이상적인 타협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수우파라고 해서 무상복지에 무작정 반대하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나 의원은 “부유한 아이들을 먹일 돈으로 어려운 가정 형편의 아이들이 준비물 걱정하지 않을 수 있게 하자는 의미에서 선별적 무상급식을 주장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재정적자가 20조 가까이 누적된 상황에서 무작정 무상급식을 한다면 그 부담은 결국 시민의 몫이 될 것이라는 설명. 재정의 규모와 능력에 맞추어 필요한 계층부터 보듬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은 무상복지 열풍에도 변함이 없다.

그런 면에서 나 의원은 눈치가 없는 정치인일지도 모른다. 그는 감세정책을 철회한다는 말에 감세정책이 왜 필요한지를 조목조목 들어 반박했고, 재정 확보 없는 무상복지의 확대에도 반대한다. 표를 쫓기 위해 한순간 거짓말을 한다면 정치인으로서 낙제점이라는 게 그의 소신이기 때문이다.

특히 나 의원은 “적어도 정치인이라면, 경제를 아는 사람이라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문제점만 지적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오피니언 리더가 되고자 한다면 그 이상을 이야기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것도 그런 생각에서 였다고 나 의원은 말했다.

대표적인 경제통인 나 의원에게 장 교수의 주장은 “후진국에서 중진국으로 올라설 때는 맞지만 선도 중진국인 우리나라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나 의원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시장경제체제가 대안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한다. 다만, 발생되는 문제들을 어떻게 제어하고 개선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최홍재 시대정신 이사와 함께 대담집 ´대한민국을 부탁해´를 펴낸 나성린 한나라당 의원. 최홍재 시대정신 이사와 함께 대담집 ´대한민국을 부탁해´를 펴낸 나성린 한나라당 의원.
그런 만큼, 그리스의 국가부도 사태에 대한 나 의원의 판단은 분명했다. “국부를 창출하고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에 앞서 돈을 쓸 생각만 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그리스 국민들이 생활수준이 떨어지는 고통을 감수해서라도 스스로 변화의 노력을 하는 게 먼저다. 다른 유럽국가들이 고통을 나눠갖더라도 그런 노력이 없다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파 재집권 전략을 말한 책을 기획하고, 출간한 입장에서 나 의원은 한나라당에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등을 돌린 것은 “한나라당의 책임이 많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아스팔트에서 어렵게 이념전쟁을 벌인 보수우파 시민단체들, 변하겠다고 약속하는 모습을 믿고 표를 준 국민들 덕에 대선과 총선에서 승리하고도 자신들이 잘해서 그런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며 나 의원은 “보수우파 시민단체 전체를 자리나 얻으려는 사람들로 폄훼했다. 이념적, 가치적으로 보수우파 진영을 결집시킨 사람들을 무시했으니, 그들이 등을 돌린 것을 예상된 결과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 의원은 그러면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시민후보로 나섰던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것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정치를 몰랐던 이 전 처장이 결단을 내려줬음에도 협력자로 초빙해놓고도 당 내에서 불협화음이 있었다”며 “협력자에 대한 존중과 포용에서 부족했다. 우리의 경쟁력을 높이자고 모신 손님에게 결례를 했으니, 앞으로 보수대연합이 가능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나 의원은 “우파정당으로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이념과 가치를 뚜렷하게 추구하고, 이에 동의하는 이들을 공천함으로써 다시 지지세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며 “지난 공천에서는 계파, 지역 등을 안배하면서 그런 부분이 충족되지 못한 면이 있다. 영국의 대처수상처럼 ‘시장주의 개혁을 하는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더 힘들 게 자명하니 믿어달라’고 설득하는 용기가 우리에겐 필요한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나 의원이 제시한 필승 전략은 ‘보수대연합’이었다. “따뜻한 시장경제와 합리적인 자유민주주의에 동의하는 외곽의 세력들과 정당들이 함께 가치연합을 형성하고 이에 대한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물론 ‘한나라당이 협조를 구하기 위해 당내의 권위적인 문화를 쇄신하고 더 낮게 더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달렸다.

“정치공학이 아니라 가치와 진정성으로 승부하는 정치가 진짜 정치”라는 나 의원의 말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장을 거쳐 한반도선진화재단 부이사장에 이르기까지 ‘합리적 보수우파’를 지향했던 아버지가 자식같은 20, 30대에게 전하는 당부다.

나 의원은 “나 역시 88만원 세대들의 답답함과 고통을 알고 있다. 바뀌지 않는 현실에 절망하고 괴로워했던 시절을 지나왔기 때문”이라며 “꿈이 없이 세상을 부정적으로만 보게 되면 인생이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를 알고 있는 아버지다. 그래서 20, 30대들에게 꿈을 꾸게 만들고 가슴을 뛰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의무이지만, 동시에 한번쯤은 극단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세상을 봐 달라고도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귀공자’로 자랐을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전형적인 서민가정 출신으로 초급장교 출신의 아버지, 북한 함흥이 고향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 서민가정의 애환을 잘 알고 있다. 대학시절, 유신이라는 정치적 상황에 분노하며 운동권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했었다. “사회를 현실을 바꾸고 싶다”는 열망으로 철학에서 경제학으로 대학 졸업 후 전공을 바꾼 탓에 옥스퍼드 유학시절 장학금을 타기 위해 이를 악물어야 했다. 넉넉지 않은 형편 덕에 유학을 하는 동안 생활비가 떨어질 때면 지인들에게 손을 내민 기억도 있다. 다리가 불편했던 아들이 영국에서 3번의 수술이 모두 실패해 내려앉는 가슴을 부여잡아야 했던 때도 있었다.

이런 경험들이 있기 때문에 그는 “우리 아들에게 하는 말이라 생각하고 책을 썼다”며 “우리나라 미래의 경쟁력이 될 젊은 층에게 선배가 하는 조언이라 생각해달라”고 했다.

이어 “다르다는 것에 덮어놓고 경계를 하거나 불편해하는 건 옳지 않은 것 같다. 다르다면 왜 다른지, 우리 세대를 생활에 쫓겨 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20, 30대들은 세밀하게 보고 판단해주길 바란다”며 “누군가를 증오하고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용기를 갖고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게 아버지로서 선배로서 노력할 생각이다. 그러니, 갑갑한 이야기로만 치부하지 말고 귀를 기울여주었면 좋겠다”고 말했다.[데일리안 = 변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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