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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민 "안철수가 대통령된다면 새치기"


입력 2012.06.19 09:19 수정         김현 기자 (hyun1027@ebn.co.kr)

<초선에 듣는다>"새누리 2030세대 이용만 하고 버린다는 소리들어선 안돼"

"박근혜 리더십 스타일은 선명한데 주변에서 예측 못하게 만들어"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

‘쩐다’(짜증이 날 만큼 불만족스러운 상태 또는 한 가지 일에 능통한 데 대한 경외), ‘나대생’(나이든 대학생).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의 입에선 젊은이들의 언어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젊은이들과 함께 아파하고 고뇌해 왔던 그의 삶이 스스로 체화한 것이었다. 자신의 대학원 학비를 털어 등록금에 눈물 흘리던 대학생의 눈물을 닦아주고, 한겨울에 가스비가 없어 덜덜 떨던 학생의 손을 잡아준 게 ‘청년 김상민’이었다.

그런 그의 삶의 궤적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나눔과 봉사'로 연결됐다. 대학생자원봉사단체인 ‘V(Volunteer)원정대’를 설립해 전국 각지의 젊은이와 소외된 계층과 만났다.

그랬던 그가 여의도에 입성해 지난 달 30일부로 국회의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것도 새누리당에서다. <데일리안>은 최근 그의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청년 김상민’이 아닌 ‘국회의원 김상민’의 비전을 들어봤다.

“안철수는 기회주의자가 되면 안 된다”

김 의원은 거침이 없었다. 대부분의 초선 의원들이 '눈치보기'에 여념이 없는 것과 달리 그는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를 비례대표로 선정한 새누리당에 대해서도, 자신처럼 ‘기부’의 삶을 보여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향해서도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다.

김 의원은 최근 지명직 최고위원 등 당직 인선과 관련, “지명직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가 결정할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내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이번 총선 결과로 대선의 오답노트가 나왔는데 그 답은 바로, 수도권 2030세대, 더 나아가 2040세대”라며 “최고위원과 당직이 꾸려진 것을 보면 과연 2030세대, 더 나아가 2040세대에 대한 대책이 있는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깥의 2030세대들은 ‘역시 새누리당’, ‘선거 끝나니 도로 한나라당이네! 쇼 한거 아니냐’고 말한다”면서 “손수조 당협위원장(부산사상)은 저 멀리 내던져진 것처럼 보이고,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잘 사용했으니 생존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보인다. 대선에서 ‘2030세대들을 선거 도구처럼 활용하고 던져 버리면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쓴 소리를 했다.

김 의원은 젊은 세대와의 소통과 관련, “핵심은 젊은이들과 공감하고 잘 노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엄청난 권한을 가진 사람은 반드시 2030세대와 놀 줄 알아야 한다”면서 “그래야 새누리당이 변했다는 느낌을 갖고, 2030 세대들과 친해지다 보면 같이 놀게 된다. 노는 방법이 정치고, 정치가 일상의 기쁨이 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박 전 비대위원장과 관련해선 “박 전 위원장의 리더십 스타일은 선명해서 예측이 가능한 정치를 하는데, 주변에서 예측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안 원장과 관련, “민주통합당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와 김두관 경남지사의 삶을 보라”며 “안 원장의 최근 정치적 발걸음은 기회주의자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안 지사는 삶속에 자기헌신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대선자금 독박을 쓰고 감옥에 가 통한의 눈물을 흘리다가 스스로 지사까지 올라갔다”며 “정말 대단하지 않느냐. 안 지사의 의지, 자기 주군을 향한 마음과 동지애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김 지사 역시 그동안 살아온 스토리를 보면 마음에 뭉클함이 있지 않느냐”라고 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안 원장은 사람들이 피땀 흘려 닦아놓은 산업화의 자산 위에서 공부해놓고, 민주화 때는 어디서 숨어서 뭐했는지 모르고, (사업할 때는) 공기업들이 V3 다 사주면서 도와줬고, 유학 가고 싶으면 유학 가서 공부하고 돌아오고, 교수하고 싶으면 교수했다”며 “만일 안 원장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대통령이 된다면 그건 새치기다. 앞으로 누가 정치적으로 자기를 헌신하겠느냐”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박 전 위원장, 김두관 안희정 지사처럼 정치 현장에서 오랜 시간 진실한 자기 헌신의 과정을 가져온 사람은 도대체 뭐가 되느냐”면서 “(안 원장이) 그냥 깨끗하게 불출마 선언하고 우리 사회의 멘토로서 한국정치 발전에 기여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 19대 국회 임기가 시작됐다. 19대 국회에 임하는 각오는.

"저는 현장에서 오랜 시간 동안 있었던 사람 중 한명이다. 현장 관리가 아니라 현장에서 같이 생활하고 활동했던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현장의 필요들에 대한 갈급함이나 갈증들이 무엇인지 아주 적나라하게 봤고, 현장의 간절함과 억울함이 뭔지 안다. 이것들을 어떻게 풀어줘야 할 것인지에 대한 엄청난 책임감이나 사명감이 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을 만나 뵙고 이것들을 풀어낼 수 있는 전문가들과 공부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 19대 국회에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냐.

"우선 현장에 적용될 수 있는 좋은 법률안을 많이 만들고 싶다. 그보다 앞서 일단은 국민의 화나고 억울한 마음, 힘든 마음들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국회의원으로서의 의정활동 태도나 삶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러고 나서야 뭔가 다른 이야기들이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 이를 위해선 가급적 국민들을 많이 만나고 현장의 이야기들을 명확하게 직시해야 한다. 현장에서 나온, 공감이 될 수 있는 소통을 통해 피부에 와 닿는 정책으로 실현될 수 있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 현장에서 떨어져 있으면 현실의 해결책 처럼 보이고 맛있는 것처럼 보이는 먹을수 없는 밥상만 차리는 꼴이다! 즉 법률안을 많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말 국민의 가슴을 뻥 뚫어낼 수 있는 현장 중심적이고 공감과 소통이 어린 법률안을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국민과 아주 깊이 만나야 한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과의 깊은 소통이 필요하다."

- 정치권에 오기 전 나눔과 봉사 활동을 해 왔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나는 리더십에 관해 생각이 많았던 사람이다. 리더십을 보통 위치적인 경우, 상향적이거나 힘의 소유적 개념들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리더십은 위치적인 게 아니라 역할적인이며 건강하냐가 핵심이다. 무슨 대표가 되고 회장이 되는 게 리더십이 아니라 어떤 역할 속에서 해야 할 역량, 영향력이 얼마나 있느냐! 그리고 그것이 많은 사람에게 유익을 줄수 있는 건강성이 얼마나 있느냐가 리더십이다. 회사에서 대리와 과장에게 요청되는 리더십이 각각 있고, 가정 안에서도 가장에게 요청되는 리더십이 있는 것이다. 그런 건강한 리더십을 만드는데 관심이 많았다.

지금 사회는 점점 더 다양해지고 복잡해졌다. 너무나 급격하게 변화되다 보니 각각의 존재들이 인정되는 가운데 더불어 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지만 생존할 수 있는 지점까지 와버렸다.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만들면 행복할 것’이라는 로맨스적 아름다움에 대한 표현이 아니라 더불어 잘 살아가는 능력이 없으면 더 이상 살수가 없게 됐다. 개인도, 사회도 살 수 없고, 체제도 유지 될 수 없는 위험성이 있는 시대가 됐다. 나눔과 더불어, 함께 서로의 것들을 돌볼 수 있는 공동체성에 대한 개념을 갖고 있는 게 리더십의 핵심이다. 그것들을 풀어내기 위해선 어렸을 때부터 나눔, 더불어 사는 것에 대한 인식과 그에 따른 자기의 신념과 비전, 가치가 생기는 게 필요하다. 그렇게 생각해서 나눔과 기부에 대한 활동들을 더 구체적인 비전과 신념을 갖고 하게 됐다.

또 사실은 내 아버지가 10여년 전에 장애를 입으셨다. 지금은 (몸의) 한쪽을 못 쓰신다. 언어장애도 오셨다. 24시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버지께선 그동안 열심히 사셔서 누군가와 살아갈 수 있게끔 사회적으로 기여한 부분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불미스러운 사고가 일어났을 때 사회적인 안전망이 엄청나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나와 같은 지점을 겪고 있는 분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보게 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나눔의 문화, 공동체 문화가 한국사회에 있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것을 가치적으로 인식을 전환하는 운동뿐만 아니라 이것들을 실제적인 사회 안전망을 만드는 것까지도 이 사회가 굉장히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했다. 단순히 복지적인 부분이 아니라 복잡 다양한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 굉장히 중요한 지향점이 될 수 있는 일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그런 일에 내 인생을 쏟는다면 분명 나만이 아니라 이웃, 더 나아가서 사회에서도 중요하게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돈이 없어 대학등록금을 못 내는 학생의 사정을 듣고 사비를 털어 등록금을 내준 일이 있다고 들었다.

"그 얘기는 얘기하기조차 민망하고 쑥스럽다. 나는 대학생들과 같이 생활하고, 어려운 분들을 많이 만나왔다. 그런데 학생들을 만나면 막 울면서 얘기한다. 그 얘기를 들으면 ‘집에 부모님이 아프신데 도시가스비가 3개월 밀려 가스가 한겨울에 끊기게 생겼다’, ‘내일까지 등록금을 안내면 학교에서 퇴학당한다’는 등의 얘기들이다. 이런 얘기를 듣고 어떻게 안 줄 수 있느냐.

나는 그들과 옆에서 같이 생활하는 사람이다. 나도 대학원 휴학을 2년 꽉 채워 한 사람이기에 학비를 못내는 어려움의 고충을 조금은 안다. 대학원 학비를 내기 위해 돈을 조금씩 모으기도 했고 때론 누군가 장학금으로 내게 등록금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나보다 현실의 더 절박한 상황이 있는 사람에게 내 등록금을 주는 것이 대단한 것이라기 보단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또 어떤 학생들은 살 곳이 없어 전전긍긍하는데 그럼 어떻게 하느냐. 내가 살고 있는 집을 조금 조절하면 같이 살 수 있는데... 그러면 그렇게 해야 되는 것이다.

이렇게 사는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너 왜 이렇게 힘들게 사느냐’, ‘ 너무 희생하지 말고 너 좀 챙겨라’고들 한다. 그런데 나는 절대 내가 희생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렇게 살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했다. 결국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 오히려 내가 행복한 사람이 아니겠느냐. 내 인생을 내가 좋아하고 행복한 삶으로 결정할수 있는 자유가 있었다."

- 요즘 청년들이 겪고 있는 아픔은 어떻게 해소해야 한다고 보나.

"2030세대를 앵그리 세대라고 한다. 그러데 그 세대만이 아니라 40, 50, 70, 10세대도 앵그리다. 모두 다 앵그리다. 왜 이렇게 전부다 화가 나 있고 힘들까. 젊은이들은 미래적인 막연한 불안감이 있는 것이다. ‘과연 잘 될 수 있을까’라며 취업이 잘 된 사람들도 자살을 한다. 거기다 현실적 불안감까지 있다. 심지어 밥을 못 먹고, 등록금을 못 내고, 가정의 어려움들로 인해 안정감이 없다.

교육을 통해 기본적인 사회윤리나 역사인식들을 뚜렷하게 배우는 것도 아니다. 획일적인 잣대로 내 자신이 평가만 된다. 젊은 나이에 누군가가 정한 틀 안에서 내가 살아남지 않으면 살 수 없고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그냥 꿈과 낭만으로만 살아갈 수 없게 된 현상이 힘든 것이다. 이 마음들을 달래 줄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지금은 대한민국이 나를 버렸다고 느끼는 국민과 젊은이들이 많다. 나를 버리지 않고, 배신하지 않을 아버지, 어머니와 같은 마음이 필요하다. 그래서 사회안전망이 굉장히 중요하다. 청년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해소해주는 게 근본적인 것이다. 그것은 국가적 해결이 돼야 한다고 본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
- 가장 우선해야 될 부분은.

"공교육이 강화가 돼야 한다. 지금 공교육이 무너져 버렸다. 말 그대로 시민사회, 국민이 무엇인지, 우리가 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게 뭔지, 국가가 무엇인지, 자본주의는 뭐고,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무엇인지를 배워야 한다. 또한 지금까지 오는데 있어서 쌓이게 된 역사적 과정의 희생과 헌신, 시행착오가 무엇인지 등 역사나 사회윤리들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서 고등학교 정도만 나오면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 청년비례대표로 새누리당에 들어왔는데, 청년들과 소통은 어떻게 할 생각이냐.

"과연 젊다고 청년들과 소통을 잘 할 수 있느냐.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지금 안철수 원장도 잘 하고 있지 않느냐. ‘소통이 됐다’고 젊은이들이 느끼지 않느냐. 청년 비례대표라는 것은 구색 맞추기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말하지도 않는다. 나는 청년 대학생들과 많이 지냈다. 그 속에서 현실이 무엇인지 많이 알기 때문에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얘기의 대변자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들에 대한 사명감과 책임을 부여받은 사람이라 생각한다.

핵심은 젊은이들과 잘 노는 거다. 공감할 수 있어야 잘 놀 수 있다. ‘저 사람 우리 스타일이어야’라는 말이 나와야 한다. 젊은이가 보는 관점과 문화의 감각이 필요하다. 엄청난 권한을 가진 사람은 반드시 2030세대와 놀 줄 알아야 한다. 논다는 것은 다시 말하지만 공감의 능력을 가진 것이다. 2030세대들과 보는 눈높이, 마음 그리고 그들의 삶에 대한 깊은 인식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새누리당이 변했다는 느낌을 갖고 친해지다 보면 함께 놀게 된다. 가까운 사람하고 노는 거다. 홍대에서 여의도에서 놀게 해야 한다. 놀아야 소통이 되고 친구가 되는 것이다. 노는 방법이 정치고, 정치가 일상의 기쁨이 되게 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누구랑 놀고 싶겠느냐. 멋진 사람이다. 따르고 싶고 존경할만한 삶이 있는 사람이다. 젊은이들과 소통한답시고 사진 몇 장 찍고 토론하는 척하고 농구 몇 게임 하면 젊은이들이 지지해주겠느냐. 오히려 뒤에서 욕만 실컷 한다. 정치는 쇼가 아니라 진심이다."

- ‘용두사미’라고 한다. 그동안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이 길을 걸어왔다. 자신의 포부와 현실정치의 괴리감이 적지 않다.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지.

"괴리감은 분명 많다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시험을 앞두고 이번만큼은 4.5 만점을 받겠다, 90점을 넘어야지 목표하지만. 이상과 현실이 다른 경우가 더 많다. 그것은 정치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곳에 다 있다. 현실에선 이기심들, 누군가의 독점력 그리고 강자가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구도들이 당연히 있다. 물론 법률적, 제도적 장치를 해놓지만 굉장히 억울한 일이 발생한다. 그래서 그것들을 넘고자, 더 본질적이고 이상적인 것으로 넘고자 노력하는 것이 아름다운 과정이고 의미 있다고 본다.

현실 정치판은 싸워서라도, 주먹질 하는 싸움이 아니라 명확한 논리와 많은 공감의 힘을 토대로 한발짝 더 나아간 진일보된 이상을 현실화시키는 차선의, 차선의 선택 과정의 집합체다. 최선을 다해 가장 훌륭한 진보된 양식을 향해 한발자국씩 진일보 해 나가겠다."

- 세력이나 힘이 필요하지 않겠나.

"물론 세력화해야 한다. 그건 나쁜 게 아니다. 좋은 결과를 향한 힘이 필요할 때 세력화 할 수 있도록 지렛대 역할을 해주는 게 정치인의 역할이 아니냐. 이미 국민들 자체에 힘이 있고 해결책이 있다. 국민들 안에 그럴만한 능력이 있다. 다만 국민 개인으로 해내기 어려운 게 있을 때는 정치인들은 지렛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것이 예산이 될 수 있고, 국회의원 갖고 있는 브랜드가 될 수 있고, 기타 등등 권한이 될 수 있다. 국민이 주인공이 되게 해야지 정치인이 주인공이 되려하면 안 된다.

정치인의 또 다른 역할은 파이프 라인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파이프 라인이 돼서 현장의 얘기가 생생하게, 불순물이 없게 전달해야 한다. 이해관계 등의 불순물이 섞이니 A라는 얘기가 이상하게 B가 되거나 C가 되는 등 변질돼서 나온다. 아주 청아한 국민의 목소리가 들어갈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이 두 가지만 잘 해내도 굉장히 뭔가 바뀌고 달라진다는 느낌을 갖기 시작할 것이다. 정치인은 더 나아가 프로듀서 역할을 해야 한다. 지렛대와 파이프 라인을 통해 온 것들을 잘 요리해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 통합진보당 사태를 어떻게 보나. 통진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거취에 대해선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이미 답을 말했다고 생각한다. 안철수 원장의 이야기처럼 민주주의의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해될 수 없는 얘기다. 통보당과 야권연대를 도모해 온 민주당의 원내대표가 왜 자진사퇴하라고 했겠느냐. 그것은 민주주의의 적합성에 맞지 않기 때문 아니냐. 국회의원으로서 자질이 없다는 것을 자신의 친정 정당과 친척 정당,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멘토 역할을 하고 있는 안 원장까지 얘기하고 있다. 이미 결론은 나온 것이다. 그 아래의 입장을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것이다. 바로 이것이 상식이라 생각한다. 고민도 안하는 상식이다."

-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보는 것인가.

"그게 상식이고 국민의 요청 아니냐. 지금 두 사람은 상식이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 상식이 없는 사람이 국회의원을 하는 게 맞느냐. 얼마 전 일부 여론조사에서 ‘사퇴하는 게 맞다’는 게 거의 70% 이상이더라. 그게 국민의 요구다. 국민 요구를 듣지 않고 여러 가지 많은 정책을 해야 하는 정당성은 어디서 나오겠느냐.

선거라는 민주주의 정통성을 어긋나게 한 테러행위다. 두 사람은 모든 절차를 무시하고 힘으로 하겠다는 것 아니냐.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행위다.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대못을 박고,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에 피를 흘리게 한 것이다."

- 우리 사회에 주사파에 대한 우려가 많다.

"최근의 사태를 보면, 상식적으로 이해될 수 없을 만큼 옳은 것도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힘으로 누른다. 일각에선 ‘그 사람들이 얼마나 힘이 있겠느냐’라고 착각을 한다. 하지만 그들은 목숨을 거는 결사조직이고, 마치 태어나서부터 정글에서 사는 법과 이기는 법을 배운 특수부대와 비슷하다. 총과 칼을 들지 않았지만, 언론권력과 정치력, 이념으로 완전하게 특공무사들을 상대로 예비군들이 붙어서 어떻게 이기겠느냐."

- 연말 대선에선 어떤 역할을 하고 싶나.

"내 역할을 떠나 여의도에는 근본적으로 풀어야할 문제들이 너무 산적해 있다. 갑갑하다. 어떤 역할을 맡고 싶다고 얘기하는 게 의미가 없다. 나는 어떤 역할을 맡는 게 아니라 대선 정권 재창출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어떻게 가장 효율적으로 쏟아낼 것인가를 고민할 뿐이다. 누가 정치를 가르쳐 주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내가 살아왔던 삶의 방식대로 그렇게 살아 갈 것이다. 현장에서 사람들과 만날 것이다. 그 속에서 당을 위해서 하는 것도 있지만 대한민국에 대해 말할 것이다.

이번 총선결과를 통해 대선의 오답노트가 나왔다. 수도권 2030, 더 나아가 2040이다. 강원도 등 평소 85점 정도 맞던 곳에서 97점을 맞았다. 시험을 굉장히 잘 봤지만 수도권에선 못 봤다. 이번 총선에선 새누리당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색깔도 바꿨고, 당적을 갖지 않은 사람들이 들어와 비대위를 했다. 지향과 가치도 다른 사람들이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어마어마한 초인적 의지와 애국심 발휘했다. 박 위원장의 진정성과 진심이 국민들에게 통했다고 본다.

그런데 대선 때 그보다 더 잘 할 수 있겠느냐. 97에서 98, 99점은 되겠지만, 얼마 상승되지 않는다. 지금 현재 점수에서 전체로 따지면 진 거다. 답이 나왔다. 총선에서 야권엔 유력주자도 없었고, 대단한 연대나 파상공세가 이뤄지지도 않았다. 그런데 우리는 최대치에 가까운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결과는) 뻔한 것이다. 거기에 대한 답이 없다.

지금 최고위원회나 당직이 꾸려지는 거 봐라. 과연 2030세대, 더 나아가 2040세대에 대한 대책이 있는지 우려스럽다. 물론 지명직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의 권한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에서 거기에 대해 다른 말을 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 너무들 착한 것인지...이래도 될까. 바깥에 있는 2030들에게 ‘브라보, 역시 새누리당’, ‘선거가 끝나니 도로 한나라당이네. 또 쇼 했네’ 라고 말을 듣는 게 지겹다.

까놓고 말해서 손수조 당협위원장(부산 사상)을 통해 새누리당에 젊은 이미지를 만들어내 얻은 표가 몇 표냐. 젊은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총선) 중간 중간에 얼마나 잘 쳐냈느냐. 누가 이들의 노력과 성과를 부인할 수 있느냐. 이들을 통해 새누리당이 훨씬 젊은 이미지를 만들어내 선거에 좋은 효과를 본 것처럼 이번 대선에서도 그렇게 활용하겠다는 도구적 관점을 가지면 큰 오산이다. 반드시 큰 낭패를 보게 돼 있다.

또한 대선은 총선과 매우 다르다. 총선은 분산이 돼 있으니 각 지역적 인물론이 통했지만 대선에선 집중되기 때문에 득표력이 있게 만드는, 삶에서 나오는 실제적 정치개혁에 대한 과정이 있는 사람들이 대선 전선에 배치돼야 한다. 또 거기에서 싸울 수 있는 투사가 필요한 것이다. 평론가가 아니라."

- 투사가 될 각오가 돼 있느냐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그런데 일단은 새누리당이 바뀌어야 한다. 나 혼자 싸운다고 되느냐. 정치가 그런 싸움이 아니지 않느냐. 큰 싸움을 앞두고 진영을 짜고 있는데, 우리는 뚫리는 데가 계속 뚫리고 있다. 뚫리면 지는 것이다. 저쪽은 그것만 보고 냅다 치고 들어갈 것이다. 그러면 진다. 30대에서 누가 표를 주겠느냐. 새누리당은 제3그룹을 끌어당겨야 한다. 그러면 새누리당이 이긴다. 지금은 그런 움직임이 너무 취약하다. 그래서 나는 제3그룹을 끌어당기는 작업이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이라 생각한다. 2030세대가 눈을 돌릴 수 있어야 한다. 뭘 던지는 식으로 하면 안 된다. 그동안 이용당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보지도 않는다."

- 안철수 원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사랑하는 멘토다. 그러나 최근 정치적 발걸음을 보고 있으면 ‘혹시 이분이 기회주의자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만든다. 민주통합당의 안희정 충남지사나 김두관 지사를 보라. 개인적으로 볼 때 안 지사 같은 분은 오랜 시간 정치적 철학을 실현하기 위한 자기희생이 있다. 대선자금 독박 쓰고 감옥에서 통한의 눈물 흘리다가 스스로 지사까지 올라갔다. (박수치면서) ‘브라보’. 대단하지 않느냐.

물론 이번 대선에서 나올지 모르겠지만, (안 지사의) 의지, 자기 주군을 향한 마음과 동지애가 있었기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것이다.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단 사람, 목숨 걸고 만들겠다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있었던 거다. 그런 점에선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은 (비교가) 안 된다. 김두관 경남지사도 그동안 살아오면서 헌신해온 스토리와 있지 않느냐. 뭉클함, 감동이 있다. 다만 노무현 다이하드1이 아닌 김두관 다이하드2라는 재탕 느낌이 있어서 약간 떨어지는 게 흠이다.

만약 안 원장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대통령이 된다면 누가 정치적으로 자기 헌신을 하겠느냐. 박근혜 전 위원장처럼, 김두관 안희정 지사처럼 정치 현장에서 오랜 시간 진실한 자기 헌신의 과정을 가져온 사람은 도대체 뭐가 되느냐. 이런 방식으로 안 원장이 대통령이 돼선 절대 안 된다. 그건 새치기다. 그리고 다수의 국민이 진짜 원하는 건 안 원장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의 훌륭한 정치 멘토나 길잡이, 구도자적인 삶을 살아주길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박 전 위원장을 만나기 전까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나도 많은 일반적인 사람들처럼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또는 ‘같은 편이 되면 내 이미지가 좀 손상되는 것 같은 느낌’ 등의 부담감이 있었다. 하지만 만나보고 선거과정이나 그 이후 여러 과정을 통해 일해 보니 박 전 위원장은 정말 대단한 애국심과 진실함의 소유자더라. 정말 깜짝 놀란 것은 국민들을 향한 소통의 의지와 애절한 마음이 대단하더라. 리더십 스타일도 선명해서 예측이 가능한 사람이다. 주변에서 예측을 못하게 만드는 것일 뿐이다. 개인적으로 박 전 위원장은 훌륭한 지도자라 생각한다."

- 손수조 위원장과 이준석 전 비대위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전쟁을 같이 치르다 보니 셋이 친해졌다. 손 위원장에 대해 일부에서 한계점만 운운하면 막 싸운다. 나는 개인적으로 손 위원장이 보여준 게 바로 20대의 젊은 정치라고 생각한다. 물론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선거비 3000만원 논쟁만 하더라도 자세히 뜯어보면 그 돈으로 선거 치른 것은 정말 대단한거다. 상대편 후보는 정말 빵빵하게 LED 화면의 유세차를 할 때 정말 볼품없는 트럭을 초라하게 개조하고 장군처럼 싸웠다.

엄청나게 피흘렸지만 완주했다. 그렇게 젊은 정치인이 성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누리당에 소중한 정치적 자산이 생겼다. 이 전 비대위원은 똑똑하고, 솔직하며 나이에 비해 균형감도 있다. 쉽게 말해서 쿨하다. 건방지게 볼 수도 있지만 여의도판에서 젊은이가 기 안 죽고 그 정도 해내는 걸 보면 참 훌륭하지 않나? 한편으로 고맙고 미안하고 늘 그렇다. 정치인이든, 어떤 지도자든 두 사람 다 훌륭하게 잘 성장하길 바란다."[데일리안 = 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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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기자 (hyun1027@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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