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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NLL 인식 검증이 왜 필요하냐고?


입력 2012.12.02 09:50 수정         김소정 기자

<인터뷰>유진규 전 NSC 사무차장 "햇볕정책이 NLL 허물어"

1999년 제1연평해전부터 2002년 제2연평해전,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까지 NLL을 둘러싼 북한의 도발은 지속되어 왔다. 한마디로 NLL은 여전히 분쟁지역인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은 NLL이 설정된 이후 20여년만에 돌연 시작됐고, 아이러니하게도 북이 서해 도발과 함께 새로운 군사분계선을 주장하던 시기는 남한 정권의 햇볕정책이 한창 무르익을 때였다.

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NLL이 다시 논제에 올랐다. 2007년 10.4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NLL에 대한 비밀회담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이전 정권에서 NLL을 부정하는 세력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비밀회담 녹취록 공개 여부로 여야가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 우리 사회에 ‘NLL에 대한 오해’가 만연하거나 혹은 ‘NLL에 대한 의도적 왜곡’이 자행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북방한계선(NLL)과 북한이 주장하는 해상경계선 북방한계선(NLL)과 북한이 주장하는 해상경계선

이런 지적에 김대중 정권이던 2001~2003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을 역임하며 남북간 NLL 협의 과정을 지켜봤던 유진규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전 동티모르 대사)도 동의했다.

21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 응한 유 전 사무차장은 “NLL을 유엔이 일방적으로 그었다는 북한의 주장을 남한 일각에서까지 따라하는 것을 보면서 NLL에 대한 이해가 기본 수준도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우려부터 나타냈다.

유 전 사무차장은 “남과 북이 화해의 기류를 타든 그렇지 않든 NLL은 조금도 양보할 수 없는 문제”라면서 “만약 NLL이 점선(點線)이라고 생각하는 지도자가 있다면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어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 전 사무차장은 이어 “NLL 지역에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는 것은 망상에 불과한데도 지난 햇볕정책이 NLL을 허물기 시작했다”며 “화해 기류가 조성되자 북한은 오히려 1999년과 2000년도 두 차례 새로운 경계선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1999년과 2000년 새로운 군사분계선인 ‘조선서해해상 군사분계선’과 ‘서해5개섬 통항질서’를 일방적으로 발표, 이전 합의에 정면으로 배치하는 주장을 폈다. 새 군사분계선은 당연히 NLL보다 남하시킨 것으로 이 분계선대로라면 우리가 연평도와 백령도·대청도·소청도에 드나들기 위해선 북한이 지정한 가늘고 좁다란 수로를 이용해야 한다.

유 전 사무차장은 “이번 대선에서도 ‘대통령이 되면 남북 공동어로구역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후보가 나오는 것을 보면서 지난 정권이 당초 NLL에 대해서나 북한에 대해 큰 오해를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NLL은 말 그대로 Northern Limit Line 즉, 북방한계선이다. “NLL은 정전협정 이후인 1953년 동서해 전 해역을 장악하고 있던 유엔군의 활동을 통제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 50여년간 남북간에 지켜온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이라는 설명이다.

유 회장은 “1951년 7월 10일 이후 2년여간 이어진 정전협상 과정에서 유엔군측과 공산군측의 견해 차이로 해상경계선 합의에 실패하자 당시 동서해 전 해역을 장악하고 있던 유엔군측이 오히려 유엔군의 활동을 통제하고 쌍방간 무력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NLL을 설정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후 북한은 스스로 NLL을 인정하는 남북합의도 이행했다.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와 ‘불가침부속합의서’를 작성하면서 ‘남과 북의 (해상)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고 명시한 것이다.

이 밖에도 북한은 1959년판 조선중앙연감에 북방한계선을 스스로 표기하는가 하면, 1984년 우리측에 수해물자를 전달할 때나 2002년 조난선박 및 승조원을 우리측으로부터 인계받을 때에도 북방한계선상을 이용한 사실이 있다.

그런 한편, 북한의 NNL 도발은 1972년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대통령 밀사로 평양을 방문해 김영주(김일성 동생) 노동당 조직지도부장과 회담을 진행한 뒤 7.4 남북공동성명을 합의할 당시부터 시작된다.

이에 대해 유 전 사무차장은 “최초로 남북공동성명이 이뤄질 당시에도 북한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논쟁거리를 만들려고 했다. 이런 북한의 태도를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남북한 협상이 진전될 때일수록 북한은 그들의 주관을 관철시키기 위해 차후 협상용 카드를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북한이 위협할 때마다 우리는 그들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협상 테이블에 앉거나 그렇지 않으면 남남갈등을 겪어온 것이 사실이다.

북한은 이때부터 ‘NLL은 유엔군측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비법적 선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NLL의 무력화에 힘을 쏟고 있다.

유 전 사무차장은 “김대중 정부가 포용정책과 남북협력 및 대북지원정책으로 화해 무드를 조성하자 북한은 이 기회에 NLL에 대한 협상과 변경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 것 같다”면서 “연평해전 역시 NLL을 무력화시키고 북한이 주장하는 군사분계선을 관철시키기 위한 압박수단으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이후 노무현 정부가 서해에 평화구역과 공동어로구역 등을 합의했을 때 북한은 그들의 본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북한측이 ‘선 NLL 문제 협상 및 해결, 후 공동어로구역 협의 가능’을 주장한 것이다.

현재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주장하는 NLL의 공동어로구역 설정 논의는 노무현 정권 때인 2006년 개최된 제3·4차 남북장성급회담에서 논의됐다. 하지만 당시 우리측이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라 쌍방이 관할해온 구역을 인정·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북측은 ‘새로운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 확정 문제를 먼저 논의하고 그 다음에 공동어로구역 문제를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해 협의가 무산됐다.

이후 이명박 정부가 NLL 사수 의지를 지키자 북측은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사건을 일으켜 분쟁지역화하고 남측에 책임전가를 시도했다. 유 전 사무차장은 “이런 상황이니 북한의 숨겨진 의도를 분명히 파악하지 않은 채 NLL 문제를 쉽게 보아선 절대 안된다”고 강조했다.

유 전 사무차장은 “북측이 공동어로구역보다는 해상경계선 문제를 먼저 논의하자는 것은 자기측이 주장한 군사분계선을 내세워 지금의 NLL을 변경 내지 무력화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남북 공동어로구역의 설정과 허용은 지금의 북방한계선의 변경을 의미하는 것으로 합의가 거의 불가능한 문제”라고 평가했다.

지난 2006년 4자회담 때 군사 대표측 긴장완화분과위원장으로서 예비회담과 본회담까지 모두 9차례 회의에 참석한 경험이 있는 유 전 사무차장은 당시에도 “남과 북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렸다”면서 “우리가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것을 남북이 합의하고 미국과 중국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하자’고 주장하면 북한은 ‘정전 문제는 미국과 대화할 문제’라는 식이었다”고 했다.

또 “우리가 ‘남북한 신뢰 조성의 방안을 강구하자’고 하면 북측은 ‘주한미군 철수부터 하라’고 우겼다”고 한다.

유 전 사무차장은 “그동안 북한의 행태를 볼 때 만약 NLL상에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할 논의가 본격 시작된다면 오히려 세부 장소 설정에서 분쟁이 첨예화될 소지가 크다”면서 “어렵사리 공동어로구역이 설정됐다고 하더라도 북한은 끊임없이 이 구역에서 납치·테러 사건이나 간첩 행위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단언했다.

“공동어로구역이 설정될 때 가장 큰 우려는 우리 해군력의 배치선이 자연스럽게 후퇴되면서 유사시 서해5도 방어에 크게 불리해질 수밖에 없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김대중 정부의 포용정책을 빌미 삼아 북한은 소위 ‘조선 서해해상 군사분계선’과 ‘서해 5개섬 통항질서’를 선언하고, 이를 협상용으로 제시해 지금의 NLL을 변경하고 무력화시키기 위한 술책을 부렸다.

이를 통해 볼 때 이후 노무현 정부의 서해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 제시도 남북간에 협상이 거의 불가능한 문제로 결국 북한의 NLL 무력화 기도에 말려들 가능성만 높았다.

유 전 사무차장은 “그동안 북한은 NLL에 해안포를 비롯해 공기부양정(속도가 상당히 빠른 기습용 전투함), 지대함 미사일, 공격용 헬기 등의 군사력을 NLL에 집중시키고 있다”며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처럼 우리도 서해5도를 요새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 전 사무차장은 “안보는 국가경영의 기본 중의 기본 문제로 다른 모든 정책이 가능하도록 해준다. 현실에서 안보의식의 척도는 다름 아닌 NLL에 대한 인식”이라며 “새 대통령을 뽑을 때 우선적으로 후보가 가진 NLL에 대한 인식은 물론 대선후보의 주변사람들이 품은 의지까지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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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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