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박용진 "나한테 혈세가 아까워? 월급도 없는데..."


입력 2013.05.17 08:57 수정 2013.05.23 13:02        김지영 기자

<인터뷰>DJ 이후에 첫 원외대변인 "이젠 국회의원이란 면허증 따고파"

"386세대 민주냐 반민주냐가 아니라 전세냐 월세냐의 문제로 싸워"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 2004년 6월 민주노동당에서 시작해 이달 초 민주당 대변인 유임까지 대변인 활동만 4년여. 이쯤 되니 방송 토론회에서 상대 패널들이 기피대상으로 꼽는 달변가가 다 됐다. 5.18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민주당 지도부가 국회를 비운 16일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홀로 당 대변인실을 지켰다.

박 대변인은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 원외(院內) 대변인이다. 박 대변인에 앞서 현직 국회의원이 아니면서 대변인직을 맡았던 인사는 1960년 민주당 대변인이었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그만큼 박 대변인에게 원외 대변인이라는 꼬리표는 자부심이요 자랑거리다.

다만 박 대변인에게도 국회의원 배지는 동경의 대상이다. 그는 농담 섞인 말로 “대변인을 했지만 당을 대변한다기보다 상대를 공격하는 역할만 하는 것 같다”면서도 “기회가 있으면 도전하려 한다. 당의 부름이 있으면 당연히 나설 것”이라며 원내 입성에 대한 소망을 내비쳤다.

그럴 만도 하다. 박 대변인은 지난 16·18대 총선 서울 강북을 선거구에 민노당 소속으로 출마해 두 거대정당 사이에서 13%대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분전했으나 당선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는 2011년 보다 큰 정치적 꿈을 갖고 민주당에 입당했지만 19대 총선에는 출마하지 못했다.

박 대변인은 “내게 국회의원 배지라는 것은 일종의 정치 면허증이다. 내가 가진 생각과 철학을 바탕으로 내가 하고 싶은 정치를 하려면 원내 진입은 정말 중요하다”면서 “운전을 잘하는 것과 운전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건 다르다. 이제 내가 운전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진보정당이 과할 정도로 이념과 노선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민주당은 이념과 정책보단 이익 중심의 정당으로 보였다. 처음엔 정치연합이라기보다 상인연합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당원 중심의 정당이 아니니 뿌리가 오히려 하고, 기초체력이 튼튼하지 못한 정당이라 생각했다.”

박 대변인에게 민주당과 진보정당은 애증의 대상이다. 1997년 민노당에 입당한 그는 2010년 당이 분열을 겪을 때 진보신당을 택했다. 하지만 진보신당을 택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 독자정당으로서 진보신당의 생존과 정치를 통해 사회를 바꾸겠다는 자신의 포부에 회의가 들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 대변인은 “나는 사회를 바꾸는 도구로 혁명이 아닌 정치를 택했다. 총칼로 누군가 희생돼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래서 민노당과 진보신당에서 정말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당의 분열로 나타났을 때 고민이 들었다. 2년 동안의 고민 끝에 민주당에 입당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노당에 남는 것도 현실적인 선택이 될 수 있었다. 의석이 10석에 머물러도 희망이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울산도, 창원도 잃었다. 민주당이 양보해준 지역에서 당선됐지만, 이것은 연합을 통해 얻은 것이지 우리가 추구했던 독자노선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썩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다. 그는 국민을 대하는 민주당의 태도와 당내 정체성 논쟁과 관련해 거침없이 쓴 소리를 내뱉었다.

박 대변인은 “단언컨데 나는 민주당이 정체성 논란을 할 준비가 부족하다고 본다. 특히 정당의 정체성이 담긴 강령은 정말 진중하게 개정해서 꼭 지켜도록 해야 한다”며 “하지만 민주당이든 새누리당이든 현직 국회의원조차 자기 당의 강령이 뭔지 잘 모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과 새누리당 모두 정치이념과 비전, 정책이 아닌 정권 쟁취를 통한 이익 창출을 목적으로 결속됐다”면서 “이 때문에 강령 논쟁 자체가 상대를 비판하기 위한 논쟁의 성격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단기간 여론의 흐름만 쫓는 것 아닌가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집권하는 데에는 호남이라는 지역 연대전략과 386이라는 민주화세대 연대전략이 있었는데, 현재 호남에선 정치혁신의 주체가 아닌 대상이라는 비판에 직면했고, 당시 386세대는 50대에 진입해 독재냐 민주냐가 아닌 전세냐 월세냐의 문제로 싸우고 있다.”

아울러 박 대변인은 민주당에 장기적인 비전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강령을 개정하고, 낡은 의제에서 벗어나 시대 변화에 적응할 것을 주문했다.

박 대변인은 “민주당이 계속 민주와 반민주의 화두를 쥐고 있으면 호남과 386세대를 놓친다”며 “호남에선 자기혁신을 통해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하고, 386세대에게는 민생전략으로 가야 한다. 여기에 새로운 화두로 노동이라는 계층 연대전략을 끌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특히 박 대변인은 “지금까지 민주당의 노동정책이 이른바 비를 같이 맞아주는 전략이었다면 이젠 우산을 씌워주는 태도로 가야 한다”면서 “비를 함께 맞아주는 건 민노당이 10년 동안 열심히 했다. 민노당이 걸었던 길을 민주당이 똑같이 걸을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127석을 가진 정당이라면 법을 바꾸고, 제도를 바꾸고 노동문제를 사회적으로 이슈화하는 노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면서 “노동자의 친구로 민주당이 변화해야 한다. 중산층과 서민도 좋지만 여기에 노동자도 더해 이들의 벗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박 대변인은 문희상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김한길 대표에 대해선 엄지를 추켜올렸다. 그는 김 대표의 ‘을을 위한 정당’이라는 슬로건을 탁월한 선택이라면서 문 전 위원장에 대해서도 시대정신을 잘 반영해 정치인으로서 원칙과 소신을 잘 보여줬다고 평했다.

“정말 속상한 얘기가 있는데 이 기회에 사실관계를 바로잡았으면 좋겠다. 간혹 ‘너 같은 놈한테 혈세를 낭비하다니’, ‘너 같은 놈이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게 부끄럽다’는 비판을 받는데, 사실 나는 월급도 받지 못하고 있다. 배지는 뭐... 이게 너무 억울한 거다.”

이와 함께 박 대변인은 자신을 둘러싼 오해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사실이 왜곡된 대표적인 사례는 박 대변인이 현직 국회의원이라는 것과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의장 출신이라는 것이다. 한총련은 지난 2000년 대법원에 의해 이적단체로 구분됐다.

그는 “당시 나는 성균관대 총학생회장을 하면서 북부총련(서울지역총학생회 북부지구총연합) 의장이었는데 한총련은 이른바 NL(민족해방) 계열이고, 북부총련은 PD(민중민주) 계열”이라면서 “북부총련이 한총령 산하기구긴 하지만 노선이 달라서 오히려 대립 투쟁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진보주의 운동의 가장 큰 축을 담당하는 NL계의 경우 해방 직후 미국과 소련의 신탁통치로 인한 민족분열을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보고 반미·자주를 주장하는 반면, PD계는 노동과 독점자본의 모순된 계급구조를 지적하며 노동자 투쟁을 전개해오고 있다.

아울러 박 대변인은 과거 운동권이었던 386세대와 현재의 운동권 세력에 대해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운동권이 과거처럼 출신 대학 등을 따지는 연고주의와 자신의 말만 옳다는 아집을 버리지 못한다면 보수든 진보든 세력의 존립 자체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어제 먹던 음식이 오늘 부패해서 썩기도 하고,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했다가도 식으면 헤어지기도 한다”면서 “내가 생각하는 진보는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 장대의 끝에서 허공으로 발을 내딛는 용기다. 세상에 맞춰 변해야지 이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요즘 보니까 허경영, 윤창중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이 사람들이 제정신인 사람들인가.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이런 사람들이 늘어나는 걸 보면 참 걱정이다.”

한편, 박 대변인은 5.18 민주화운동이 ‘북한군이 연루된 무장폭동’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극우인사에 대해 “5.18은 민주당의 것도, 진보정당 것도 아닌 대한민국의 것이다. 이를 부정한다는 건 대한민국의 기본 합의정신과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총독부는 3.1 운동을 ‘사회질서를 한 달 넘게 혼란케 한 폭동’으로 표현하고, 김구 선생과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오사마 빈라덴과 테러집단’으로 생각한다. 동의하느냐”며 “5.18 민주화운동이 폭동이란 주장도 일본총독부의 주장처럼 동의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5.18의 반란군은 자신들의 주인인 국민에게 총을 겨눈 당시의 군부세력”이라면서 “이들을 정당한 공권력으로 표현하고, 희생자들을 폭도로 매도하는 세력은 대한민국에 저항하는, 대한민국의 체제를 전복시키려는 사람들로밖에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김지영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