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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철현 "부산시장 경선불참 고려, 비상 대책 세울 것"


입력 2014.02.26 10:38 수정 2014.02.26 10:50        동성혜 기자/ 김지영 기자

<인터뷰>"당원투표-여론조사 비중 등 조정 요구 안들어주면..."

"오래전부터 부산시장이 꿈…지방 문제 전문서적만 3권 출간"

권철현 전 주일대사.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권철현 전 주일대사.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예전과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 다른 특별한, 비상한 대책을 세우겠다.”

부산시장 선거에 임하는 권철현 전 주일한국대사의 의지는 결연했다. 현역 국회의원에 유리하게 짜인 새누리당의 경선 방식을 둘러싸고 권 전 대사는 경선 불참까지도 고려한다고 밝혔다. 만에 하나 권 전 대사가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경우, 새누리당은 부산시장 선거에서 어려운 싸움을 하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2·3·3·2(대의원 20%·당원 30%·국민선거인단 30%·여론조사 20%)로 불리는 새누리당의 공천 방식이 불만이다. 그는 “대의원 수는 인구별로 분배된다. 인구가 많은 지역구 의원은 500~600명을 공짜로 먹고 들어간다”며 “또 국민선거인단이 30%라지만 대부분 동원된다고 본다”고 토로했다.

특히 권 전 대사는 국민경선이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고, 여야가 정치개혁특위를 설치해 논의하던 사안이고, 국민적 바람임에도 당 지도부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구시대적 제도를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금이라도 국민경선을 도입하거나 공천에서 여론조사 비중을 늘리자는 것이 권 전 대사의 요구다.

권 전 대사는 “당원투표와 여론조사 비중을 3대 7 정도로 하자, 그것도 안 되면 현역 국회의원의 지역구에는 대의원을 배정하지 말자, 또 국민선거인단 30%를 여론조사 20%와 합쳐 여론조사를 50%로 하자는 등 몇 가지를 요구할 생각”이라며 “(요구가 묵살되면) 특별한, 비상한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서울역 귀빈실에서 만난 권 전 대사는 인터뷰 도중 연신 마른기침을 내뱉었다. “화가 나서 그런가.” 대수롭지 않게 웃어 넘겼지만 빈말은 아닌 듯 보였다. 올해 우리 나이로 68세.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덕담에 권 전 대사는 “긴장을 하고 산다는 게 젊음을 유지하는 비법인 것 같다”고 답했다.

인터뷰에서 어떤 질문이 나오든 권 전 대사의 관심사는 오로지 경선이었다. 12년 만에 부산시장 선거에 도전했지만, 그를 둘러싼 환경은 그리 녹록치 않다. 당내 후보들 가운데 여론조사 지지율과 본선 경쟁력은 가장 높지만, 권 전 대사의 눈에 당 지도부는 민심(民心)이 아닌 박심(朴心)만 바라보고 있다.

더불어 권 전 대사는 여의도연구원의 선별적인 여론조사 발표 행태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해냈다. 여론조사에서 당내 지지율 2·3위인 서병수·박민식 의원에 대해서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상대로 놓고 가상 양자대결을 붙이면서, 왜 당내 지지율 1위인 자신은 조사 대상에도 포함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여의도연구원은 분명히 자신과 오 전 장관의 양자대결을 가정해 여론조사를 실시했을 것이라는 것, 그 결과 자신의 승률이 높게 나타나자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권 전 대사의 추측이다. 결국 친박(친박근혜)계 후보를 공천하기 위해 친이(친이명박)계로 분류되는 자신을 핍박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권 전 대사는 “(현직 의원이 아닌) 우리는 그게(지역구가) 없으니 출발점부터 불평등한 것”이라며 “현역 의원들이 지역구로 두고 있는 지역에는 대의원을 배정하지 않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이면) 여론조사 20%가 무슨 힘이 있느냐. 여론조사 아무리 앞서면 뭐하겠느냐”고 성토했다.

권 전 대사가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는 공천을 둘러싼 당내 분위기다. 현재 공천 제도가 일방적으로 현역 의원, 당권 세력에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다른 의견을 내놓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런 건 보통 공청회를 열고 토론회도 열어서 이런 제도가 옳다, 저런 제도가 좋다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자기들끼리 모여서 결정하고 통보하고, 이렇게 가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주일대사에서 물러난 이후에 어떻게 지냈나.

"세종재단 이사장으로 있다가 이번에 부산시장 출마를 결심하면서 이사장직을 사퇴했다. 사직서를 제출하니 재단에서 “앞에 이사장이었던 정원식 전 총리는 이사장직을 가지고 서울시장 선거에 나갔다가 본선에서 떨어지고 다시 이사장으로 돌아왔는데 왜 사퇴하려고 하느냐. 하다못해 경선이라도 하고 사퇴해야 할 것 아니냐”고 하더라. 하지만 난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정원식 스타일이고, 나는 어떤 결심을 해서 뛰어들면 재단 이사장으로 충분히 일을 못하는데, 양쪽에 발 걸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혹시라도 경선에서 잘못되면 아쉽지 않겠나.

"나는 그저 내 마음에 흡족하게 하자고 해서 사퇴한 것이다. 선거운동 하다가 안 되면 이사장 돌아가면 되지, 이런 생각 자체가 맘에 안 들더라고. 또 부산 시민에 대한 도리도 아니라고 판단되고. 나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도 ‘저 양반 저러다가 돌아가는 거 아닌가’ 생각할 것 아니냐. 그래서 확실히 올인한다는 걸 보여줄 겸 던져버린 거지. 아쉽더라. 부산일보는 조금 오버해서 ‘연봉 3억원에 임기 2년이나 남았는데 결단했다’고 보도했던데, 사실 연봉 3억원이 문제가 아니라 이사장으로서 누리던 좋은 차량, 비서, 사무실 다 날아가 버리잖나. 그래도 던질 땐 던져야지 하고 던져버렸다. 잘한 것 같다."

-그럼 그 많은 권리를 던져버리면서 부산시장에 출마한 이유가 무엇인지.

"오래전부터 부산시장은 내 꿈이었다. 또 내가 원래 도시 문제를 전공한 학자이고, 일본에 유학을 가서는 도시 문제 박사학위를 받았고. 부산에 대한 비전은 이미 20년 전인 1994년에 ‘부산대개조론, 지방이여 깨어 일어나라’라는 책을 통해 다 밝힌 적이 있다. 이후 2006년에 ‘부산대개조론, 부산이여 깨어 일어나라’라는 책을 썼고. 또 최근에는 ‘2014 부산신개조론, 시민이 주인이다’ 출판기념회를 했고. 나는 부산 문제, 지방 문제 관련한 전문서적만 벌써 세 번째 냈다. 그만큼 도시 문제에 관심이 많다."

-1994년부터 직접 부산을 바꾸기 위한 비전을 만들었다는 말인가.

"그렇지. 20년 전에 쓴 책 속에 첫 그림이 ‘부산은 작은 나라보다 큰 도시다, 이걸 지방 도시로 취급하면 부산이 쇄락하고 만다’는 내용이다. 부산이 세계로, 세계를 부산으로, 그런 전략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부산에서 신의주를 거쳐서 모스크바로 향하는 철도를 놔야 하고, 부산에서 신의주를 거쳐서 이스탄불, 파리로 가는 대륙횡단열차, 유라시아철도를 놔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때 부산은 대륙으로 가는 출발점이자 종착역이 돼서 부산의 국제화가 이뤄진다. 이게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말한 것과 똑같은 내용이다. 그걸 20년 전에 내가 그림까지 그리면서 이야기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부산에서 세계로 가는 비행기가 뜨고 내릴 수 있어야 하고, 화물비행기도 다 부산에 오가야 하는데 부산 공항 작아 불가능하다, 그래서 가덕도에 국제공항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지금 온 부산 시민들이 가덕도 국제공항을 떠들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20년 전에 모든 걸 예측했다.

그러다가 부산에서 국회의원 됐지. 근데 부산이 점점 쇄락하니 내가 직접 시장을 하자, 그래서 2002년에 현역 시장이었던 안상영 시장과 경선을 뛰었는데 0.2% 차이로 졌다. 7표만 더 받았다면 시장이 됐을 텐데 12표 차이로 졌다. 12표 차이는 7표만 더 가져오면 이기는 것 아니냐. 그때 내가 시장에 당선됐다면 부산대개조론 내용만큼 부산을 변화시켜봤을 텐데 기회를 잃어버렸다."

권철현 전 주일대사.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권철현 전 주일대사.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그 뒤로 다시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하기까지 12년이 걸렸다.

"당시 안 시장이 나와 경선하면서 너무 무리해 무리를 해서 수뢰죄로 감옥에 갔다. 그런데 구치소에서 목을 매 자살을 했다. 그게 2004년이다. 그때 부산 사람들도, 당에서도 내가 시장이 된다고 생각하고, 우리 팀도 그렇게 생각하고 사실상 취임식 준비까지 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굉장히 힘들어하고 괴로워하시더라. 왜 그러시나 했더니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네 경쟁자가 감옥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그런데 마치 너나 너희 팀이 기다렸단 듯이, 우리를 위해 죽어준 것처럼 찬스라고 생각하고 나간다, 그 모습이 아름답지도 않고 덕스럽지도 않다. 경쟁자가 목을 매 죽었는데 어떻게 그 자리를 먹으러 가느냐. 다른 땐 몰라도 이번엔 하지 마라. 그게 살아가는 길이다”라고 하셨다.

내 주변에서는 어머니가 노파심에서 말씀하는 걸 들으면 앞으로 10년 동안 부산시장 못나간다고 했는데, 나는 어머니를 너무 사랑하고 존경해 어머니의 말씀을 무게 있게 받아들이고 시장 출마를 포기했다. 진짜로 그 뒤에 10년 간 기회가 안 오더라고. 그 뒤로는 내가 시장으로 만든 사람이 시장을 했었다. 관운이란 게 그런 건가보다. 목구멍까지 부산시장이 와서 꿀꺽 삼키면 되는데, 도로 나가더니 안 오더라고.

그 뒤로 일본대사로 가있을 때 4번의 대지진을 만나고, 쓰나미를 만나고, 원전 폭발을 만났다. 그때 ‘이런 일들이 내 고향 부산에서 일어나고, 해운대 앞바다에서 일어나고, 고리 발전소에서 일어났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박근혜 당시 후보의 부산선대위원장을 최종 수락하면서 ‘고리 원전에 가서 안전도시, 안전부산을 만든다고 약속해달라’고 했는데 박 대통령이 그걸 못하고 행정안전부를 안전을 앞에 내는 안전행정부으로 바꾸자, 이렇게 국가를 안전하게 하겠다는 걸로 양해되고 끝났다.

그때 일본에서 내가 느꼈던 쓰나미, 원전 폭발에 대한 충격이 이번 부산시장 출마를 결정하게 된 동기도 됐다. 그래서 내 머리 속에 늘 도시 문제 전문가로서 사명감도 있었고, 내 고향 부산을 대개조시키자는 의지도 있었다. 특히 미국의 경제를 지탱하고 상징처럼 된 뉴욕도 항구도시인데, 부산을 대한민국의 뉴욕처럼 만들자. 그리고 꼭 유럽에 갈 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곳이 비엔나인데 품격을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처럼 만들자. 역할과 상징은 뉴욕처럼, 품격은 비엔나처럼. 종합하면 이런 꿈들과 함께 일본대사로 있을 때 경험한 충격 때문에 안전한 도시 만들자, 그래서 이번에 다시 한 번 도전하자 됐다."

-가장 핵심 슬로건이라고 한다면 뭐가 있을까.

"내가 처음 나왔을 때 당치 않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정치에서 떠난 지 한 10년이 됐고, 일본대사도 오래 갔고, 지금은 또 서울에 있고 하니. 그런데 막상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내 이름을 여론조사 올린 순간 1등을 했다. 그리고 그때 2등이 서병수 의원. 내가 서 의원보다 1.1%p 우세하더라. 그다음 조사에서 1.8%p 차로 이기고, 그 다음에 부산일보와 갤럽 조사에서 2.4%p. 최근에 국제신문과 리얼미터 조사에는 7%p, 이렇게 점점 격차가 커지더라고.

참 부산 시민들에게 고맙다고 생각하면서도 왜 그럴까 싶었다. 부산 시민들이 우선 부산이란 도시에 대한 열정과 사랑에 대해서 날 인정하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자기들 직장에서 잘 살다가 부산 사람이라고 외치면서 내려왔으니 믿어주지 않고, 반면 권철현은 부산에서 교수 생활만 20년을 했고, 부산 시민운동 0세대 아니냐. 판자촌 운동, 도시빈민 운동, 백혈병 소아마비 도와주는 운동, 삼성차 부산 오게 하기 위한 시민공동대표, 이렇게 쭉 활동해오니 권철현은 부산 사람이라는 진정성 믿어준 거다.

그 다음에 추진력 있는 사람이란 걸 인정해주는 것 같다. 특히 일본대사로 있을 때 내가 조선총독부가 빼앗아갔던 조선왕실의궤 등 도서 1205권을 반환시킨 것, 또 리먼브라더스 사태 때 일본 정부에 요청해서 300억달러 통화 스와프를 성사시킨 것, 이런 것들을 부산 시민들이 알게 되면서 추진력 하면 권철현이다 인정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전문성. 내가 도시 문제를 전공해서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이고, 도시발전연구소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고, 또 부산대개조론을 계속 써온 사람이고, 이런 것들 때문에 도시 문제에 대해서는 권철현이 1인자가 아니냐는 전문성을 시민들이 인정해줬다. 또 부산이 세계로, 세계가 부산으로 와야 산다고 떠드는 사람이고, 그렇다면 국제 감각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데 주일대사까지 했으니 국제 감각도 있고. 마지막으로 정치하는 동안지 권철현 본인들 비롯해서 그 주변이 부정부패와 비리에 한 번도 휘말린 적이 없다. 그래서 도덕성도 어느 정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날 인정하게 된 것 같아."

-종합하면 열정과 추진력, 전문성, 국제 감각, 도덕성 정도 되겠다.

"내 명함과 걸개그림에 큰 슬로건이 ‘추진력 있는 준비된 시장’이다. 부산 시민들이 그걸 믿어주는 거다. 추진력 있다 믿어주고, 저 양반이 예행연습이 필요 없다 생각해주고. 또 내 스스로 내세우는 게 시민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대세가, 흐름이, 트렌드가 내게 오기 시작했고, 점점 격차도 벌어지고 있으니. 가장 최근인 1월 29일 여론조사에서 내가 처음으로 20%를 넘기 시작하고, 그걸 부산일보에서는 ‘마의 20%’라고 했는데, 같은 날 주간경향에서는 27.2%까지 올라갔다. 그 다음 부산 MBC, 부산 KBS 조사에서도 22%, 24% 이런 식으로 나오고. 나는 날이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

-어쨌든 핵심은 당내 경선일 텐데.

"그렇다. 경선이 생명이지. 그런데 서병수 쪽은 여론조사에서 져도 경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당내에 친박 의원들이 많고, 대통령이 자기편임을 내세워 도와달라고 하면 대의원들이 자기를 도와주게 돼있다고 내세우고 있다. 박 의원이 언젠가 서 의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왜 대통령을 파느냐, 대통령이 그런 말 할 사람도 아닌데 왜 거짓말을 하느냐, 부산 시민이 서병수를 선택하지 않으면 그건 대통령을 버린 결과냐,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느냐, 이런 식으로 둘이 치고받은 일이 있다. 그런데 서병수 본인은 경선을 하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과거에는 그 말이 맞았다. 과거에 최형우, 박관용, 유흥수, 이런 큰 국회의원이 있을 때는 그 밑에 몇 사람씩 붙어서 계보를 형성하고, 그 양반들이 누굴 찍으면 다 따라가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의원도 다르고 당원도 달라졌다. 예전엔 돈봉투만 주면 다 돌아섰지만 지금은 그런 때가 아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느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나는 어쨌든 지금 당에서 정한 옛날 방식의 경선제도, 소위 말하는 2·3·3·2, 2·3은 당원이니 당원 50%, 30%는 국민 선거인단, 20%는 여론조사, 이 제도로 내가 한번 실패한 사람이기 때문에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건지는 모르지만 난 굉장히 걱정이 된다. 당원이 50%라면 각 대의원들을 국회의원들이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 옛날같이 않다지만, 그래도 장악되지 않겠는가 보고 있다.

또 하나는 서병수·박민식 의원의 경우 지역구가 각각 해운대고 북구다. 두 곳 모두 인구가 많아. 대의원 수는 인구별로 배분되기 때문에, 이 사람들은 지역구에 배분된 대의원 수백명을 공짜로 먹고 들어가는 거다. 우린 그게 없으니 출발점부터 불평등한 거잖아. 왜 당신들은 수백명을 먹고 들어가느냐, 이유가 뭐냐, 그 논리를 설명하라는 게 내 입장이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이 지역구로 두고 있는 곳에는 대의원을 배정하지 않는 게 맞다, 근데 거기서 500~600명을 배정받으면 다 자기들 표가 아니냐.

그리고 국민선거인단이 30%라지만 그 사람들 거의 투표에 참가하지 않는다. 누가 직장도 안 가고 평일에 체육관에 가서 투표하려 하겠느냐. 오는 사람은 동원됐다고 본다. 동원도 현역 국회의원 쪽이 훨씬 유리하다. 결국 그 사람들을 동원해 투표에 참여하게 하고, 당원 표를 공짜로 먹으면 끝나는 것 아니냐. 그래서 여론조사 20%가 무슨 힘이 있느냐, 여론조사 아무리 앞서면 뭐하냐, 이런 상황인 것이다."

-혹시 경선 룰이 바뀌지 않을 경우, 탈당 후 무소속 출마도 고려하고 있나.

"그게 큰 고민이다. 나는 세종재단 이사장직을 사퇴했다. 내가 사퇴했을 땐 승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는 대통령이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당원과 대의원으로 시도지사 후보를 뽑는 게 아니라 국민경선을 하겠다고 공약했다. 두 번째로 국회에서 특위를 구성해서 해당 사안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국민도 그걸 원한다. 그래서 난 과거의 룰과는 바뀌지 않겠느냐 생각했다. 최소한 당원 30%에 여론조사 70% 정도로 조정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대통령의 공약이고, 국회의 움직이기고, 국민의 바람이고 완전히 다 무시하고 완전 옛날 것으로 그대로 가겠다는 게 지금 새누리당이다. 이렇게 가도 되는 것이냐. 그래서 깊은 고민에 빠져있는데, 일단 당에 요구는 해볼 생각이다. 하다못해 3대 7 정도로 하자, 그것도 안 되면 현역 국회의원의 지역구에 대의원을 배정하지 말자, 그 다음 선거인단 30% 뽑는다지지만 실제 투표에 참여하는 건 대부분 동원된 인력이기 때문에 차라리 그 30%를 여론조사와 합해 여론조사 50%로 가자, 이런 식으로 몇 가지를 요구할 생각이다."

권철현 전 주일대사.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권철현 전 주일대사.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일단 부산 시민들에게 알려야 하고, 그래도 안 될 경우에는 깊은 고민을 해봐야겠지. 경선 참여하지 않을 생각이다. 예전과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 다만 본선에서 만나자는 식으로 무소속으로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다. 나와 새누리당 후보, 오거돈 후보가 3파전을 치를 경우엔 오 후보만 좋은 일을 시켜주는 것이다. 나와 서 의원이 표를 갈라먹게 되니. 우선 그런 식으로는 가지 않을 생각이다. 다른 특별한, 비상한 대책을 세우겠다. 그 내용을 지금 밝힐 수는 없지만 산수식으로 가진 않을 것이다."

-오거돈 전 장관 측에도 새누리당에서 영입 제의가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있다.

"완벽한 거짓말이다. 호사가들 입에서 오거돈 운운하는 얘기가 나왔지만, 오거돈은 민주당 후보로 나와서 떨어졌고, 떨어진 대가로 참여정부에서 장관도 하고, 대학 총장도 했던 인사다. 그럼 사람을 우리 쪽으로 끌어들인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다만 서병수대 오거돈으로 갈 경우 서병수가 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나는 한 곳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오 후보를 이긴다. 당도 그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당 지도부와 의견을 나눈 적은 없는지.

"그쪽에서도 여론조사가 가장 중요하단 얘긴 계속 해왔다. 박심을 팔고 하는 건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식으로. 하지만 여론조사가 가장 중요하다 해놓고 내가 여론조사에서 서 의원에 오차범위 넘어서 이기기 시작하니 다시 옛날식으로 가려고 한다. 내 입장에서는 ‘민심을 소중히 여기자’, ‘그래서 대통령도 당원과 대의원 투표가 아닌 국민경선을 하겠다고 한 것 아니냐’, ‘민심이 실린 후보를 뽑겠다는 것 아니냐’고 계속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서 의원은 오로지 박심만 팔고 있는 것 같다."

-서 의원이 질 수도 있다고 했는데, 사실 부산 민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전에 부산보다 더 보수적이고, 수구적이 곳이 경남이었다. 그런데 거기에서도 김두관이 이겼다. 한나라당 후보를 꺾고 말이다. 왜 김두관이 이겼는지 잘 봐야 한다. 후보를 잘못 뽑으면 지는 것이다. 그런데 서병수는 이미 민심을 떠나보냈다. 만약 구시대적 경선과 친박 의원들의 지원, 대통령의 지원으로 서병수가 후보로 나선다고 하자. 그렇게 되면 부산 민심은 관전히 돌아서버린다. 권철현을 지지하는 훨씬 많은 사람들이 서병수에게 가겠느냐. 그렇게 되면 본선에서 진다. 지금 서울, 경기, 인천에서도 질 가능성이 있는데 본거지인 부산에서도 지면 이 정권이 어떻게 되겠느냐."

-일부 신문에서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가 나왔는데, 부산에서 서병수 의원이 오거돈 전 장관보다 높게 나왔다.

"전에는 지는 걸로 나왔는데. 1월에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에서 내가 18.8%였고, 서 의원이 12%대, 박 의원이 7%대였다. 그런데 희한한 건 여의도연구원이 서병수와 박민식만 오거돈과 1대 1 양자구도로 여론조사를 하고, 1위인 나는 조사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나가면 이길 수 있는데도 말이다. 왜 1등하는 권철현을 안 붙이나. 안 붙였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 (결국 붙여놓고 권철현이 경쟁력이 높으니 발표를 안 했다는 건데) 언론이 그렇게 써주니 문제다. 어떻게 1등하는 권철현을 오거돈과 안 붙이고 푹 떨어지는 서병수만 붙였다는 거냐. 붙이고 발표해라, 왜 안 붙이냐, 이런 당이 어디에 있느냐고 언론이 따져줘야 하는데, 기자들은 여의도연구원 발표만 받아쓰고 있다."

-그렇다면 한 가지 가정을 하겠다. 만약 경선에서 권 전 대사가 후보로 선출된다면 오거돈 후보와 어떤 식으로 구도를 잡을 생각인가. 또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야권연대에는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그 부분은 말을 못하겠다. 일단 새누리당 경선 참여 여부부터 정해놓고 할 얘기기 때문에.

-언제쯤 정리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나.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통과되고, 의총을 열고, 당헌당규 개정이기 때문에 전국위원회 열어야 하는데, 아마 약식으로 열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략 확정되지 않겠느냐. 이후에 대의원을 몇%로 할 것인지, 그걸 지역에 맡길 것인지, 그걸 결정한 뒤에 공모를 할 것이다. 그게 오래 가겠느냐."

-질문을 바꿔보겠다. 만약 부산시장에 당선되면 시민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계획인가.

"우선 부산의 위상을 회복하겠다. 과거 부산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9%까지 차지한적 있다. 목재, 합판, 신발, 섬유, 이런 것들을 다 장악했을 때 29%였는데, 이제 2.5%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그것들이 점점 무너질 떄 무너진단 기미를 알고 세계적 흐름을 알았다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도입했어야 했는데, 새로운 성장동력을 도입하는 데에 실패했다. 지금이라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도입해서 부산 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그럼 그 신성장동력이 뭐냐. 그걸 나는 신재생에너지산업으로 본다. 예를 들면 북유럽의 해상풍력단지 같은 것을 만들어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산업을 키우자는 것이다. 그 뒤엔 쓰레기, 폐기물, 건축물 등을 이용한 에너지재생산업을 발전시켜 큰 틀에서 신재생에너지산업을 신성장동력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

또 부산은 천해의 바다와 평야를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관광문화산업으로 돈을 벌여야 한다. 지난해 7월 유럽을 돌면서 부산에 벤치마킹할 것이 없나 살펴보다 암스테르담 인근의 화훼단지를 봤다. 부산 역시 그런 화훼단지를 조성할 수 있는 환경이 충분히 마련돼 있다고 본다.

다음으로 내가 책에서 가덕국제공항을 얘기했는데, 거기에 공항만 달랑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다. 뉴에어로폴리스, 신공항도시를 만드는 시발점으로 삼고, 나아가 부산을 활성화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자는 것이다. 그렇게 부산의 경제가 살아나면 그걸 바탕으로 5대 명품도시를 만들려고 한다. 먼저 모든 선진도시들이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교육명품도시, 그 다음 문화명품도시와 관광명품도시, 의료 접근성이 뛰어난 건강명품도시, 또 체육명품도시, 이렇게 5대 명품도시를 만들려고 한다.

그 다음 처음에도 이야기했지만 대륙으로 가는 철도를 놓고, 세계로 가는 비행기를 놓아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 과정에서 세계의 자본을 끌어들여와 사업자금을 정부에만 의존하지 않는, 세계의 외자를 도입해 부산의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가덕공항 같은 경우 공약이 힘을 받으려면 정부와 협력이 중요한데.

"그동안은 설득능력의 부족이라고 본다. 정부도 설득해야 하고, 이걸 반대하는 이웃 도시들도 설득해야 한다. 또 세계를 부산에 어떻게 끌어들이고, 부산 내에서 시민주를 얼마나 모으고, 정부의 돈을 얼마나 끌어와야 하는지 설명하고, 이를 통해 큰 부담 없이 사업을 완성할 수 있다는 걸 설득했어야 하는데, 이런 능력이 부족했다. 나는 내 임기 내에 첫 삽을 뜨려고 한다. 그게 가능하겠느냐는 지적도 있는데, 지금까지 못했다고 나도 못할 것이라는 건 억측이다. 그렇다면 조선총독부의 도서 1205권은 어떻게 반환받고, 일본 정부와 통화 스와프는 어떻게 가능했겠느냐. 전에는 못했던 것들인데. 사람에 따라 하늘과 땅 차이다. 나를 믿어주고, 나에게 일을 맡기면 나는 할 수 있다. 부산 시민들도 그걸 믿어주고 있고."

-최근 국회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가 논의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공천제를 유지하는 대신 상향식 공천, 오픈프라이머리고 가닥을 잡았다. 이 같은 상황이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겠는가.

"지금 당에서는 광역이든 기초든 다 이 시스템을 적용하겠다는 거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새누리당이 하겠다는 건 오픈프라이머리가 아니다. 완전히 오픈해 일반 시민들이 다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오픈프라이머리인데,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공천제는 시민이 투표하는 게 아니지 않나. 당원들이 하는 것이지. 그렇다면 오픈프라이머리라는 단어를 쓰면 안 된다."

-인터뷰 초반부터 당을 계속 비판했는데, 지금 당이 이렇게 된 배경이 뭐라고 보나.

"당의 친박 핵심세력들이라 본다. 기존의 방식으로 해야만 친박계 인사들이 뭐가 되든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지금은 소통도 안 되고, 이런 건 보통 공청회를 열고 토론회도 열어서 이런 제도가 옳다, 저런 제도가 좋다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걸 자기들끼리 모여서 결정하고 통보하고. 이렇게 가선 안 된다."

-서 의원과 박 의원을 따로 만나거나 이야기 한 적은 있나.

"없지. 그 사람들은 철저하게 옛날로 돌아가자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난 계속 경선 룰을 개방해야 하고, 오픈프라이머리로 가야 한다, 대통령의 공약이고 국민이 원한다고 계속 주장해왔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자신들한테 옛날 방식이 유리하니 계속 옛날로 돌아가려 한다. 그런 사람들하고 무슨 이야기가 되겠나."

-요즘에는 어떤 활동에 주력하고 있나.

"사람들을 만나고 각종 단체에 초청돼서 강연도 하고, 축사도 하고, 사람들도 만나고, 출판기념회도 하고 그렇게 지내고 있다."

-오늘은 서울에 무엇 때문에 올라온 것인가.

"내가 세종재단 이사장직에서 사퇴했지 않느냐. 사직서를 이사회에서 처리해야 하는데, 원래 정기 이사회 3월 말인데 그걸 당겨서 빨리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오늘 임시 이사회를 열어서 사직서를 빨리 처리해달라고 다시 요청했다. 그리고 내가 아웅산 순국선열 추모비 건립위원장인데, 오늘 건립위원들과 점심도 같이 하고, 이야기도 나눌 겸 오후까지 머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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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혜 기자 (jungt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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