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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대박?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가 해답”


입력 2014.05.05 09:18 수정 2014.05.05 09:21        김소정 기자

<인터뷰>조성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통일은 방법론 아닌 실천론 시기는 몰라도 대응은 해야"

조성환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조성환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통일은 방법론이 아니라 실천론의 문제이다. 즉 우리가 통일의 시기를 결정할 수는 없어도 통일된 상황에 미리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구상인 ‘드레스덴 선언’ 이후 북한은 5.24조치 철회 여부를 노골적으로 묻는 등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하고 있다. 한마디로 박 대통령의 통일 구상을 ‘흡수통일’ 논리라며 반발하는 것이다.

정부는 “통일은 단순한 영토와 체제의 문제가 아니라 한 공동체라는 인식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재차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은 4차 핵실험을 예고하는 등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남북통일 문제가 힘든 이유는 상대가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조율이 안 되는 현실에 있다.

조성환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현 한반도 정세에 대해 “지금 남과 북은 쉽게 융화되기 어려운 극과 극의 상태에 놓여 있고, 북핵 위기가 대두된 한반도의 현실은 과거 냉전시기보다도 더 엄중하다”고 진단했다.

조 교수는 “현재 한반도는 과거 냉전시기보다 더욱 예측이 안될 뿐 아니라 고도의 파괴적이고 통제할 수 없는 시대를 가고 있다. 또 미국과 중국이 패권 경쟁을 벌이는 국제질서의 전환기를 맞은 것도 새로운 위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제강점기를 거친 직후 미국과 소련 간 패권 경쟁의 결과로 한반도는 분단됐다. 이런 상태가 60여년간 지속된 가운데 또다시 미중 간 경쟁구도가 대두된 지금 북한은 더욱 완벽하고 통제가 안되는 폐쇄국가가 되어버린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분단된 한반도의 한쪽은 세계사의 발전적인 흐름에 편류해 핵심 국가로 부상하고 있는 반면, 다른 한쪽은 1인 독재라는 비근대성에다 사실상 국민을 돌보는 정부가 부재한 채로 핵 무장을 하고 있다.

조 교수는 현대사에 유례가 없는 3대세습을 계승한 김정은 정권에 대해 “북한은 평양 스스로도 통제가 안 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만일에 있을 핵 사태에 대한 유효한 제어 시스템도 존재하지 않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핵은 독재정권 유지를 가능하게 하는 데다가 통일 논의에도 방해가 되고 있다. 조 교수는 “핵무기가 존재할수록 함부로 전쟁을 벌이지 못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통념이지만 북한은 다르다”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통일의 과업은 북핵 문제를 전환시켜야 하는 부분까지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핵 사태에 유효한 제어 시스템 없는 현실 직시”

“휴전 상태에서 통일을 이룬다는 것은 큰 '구조 전환'을 뜻하는 것으로 이런 상황에서 통일을 ‘합의’로 이루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한반도의 통일은 민족통일도 아니다. 동포가 분리된 게 아니라 체제가 분리됐을 뿐이다. 따라서 체제를 통일시키는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

조 교수는 “한반도 통일 과업에 북한 핵 위협 문제를 전환시키는 과제가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통일 문제는 우선 냉정한 평가와 함께 전략적인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차원에서 자칫 햇볕정책과 같은 시혜적인 대북정책이 장기적으로 통일에 대한 합의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란 지나치게 희망적이거나 감성적인 기대를 그는 경계했다. 조 교수는 합의에 의한 통일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우선 역사상 그 유래가 없는 데다 전쟁이나 무력시위로 어느 한쪽이 전멸하지 않은 상태에서 통일 이후 국가 체제를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성환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조성환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통일 대박’이라는 말이 자칫 통일에 대한 환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는 “‘통일 대박’이라는 의미는 통일의 결과가 우리에게 ‘대박’이 된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대박’이라는 말 때문에 자칫 경제주의로 오해받을 수 있다”며 “통일이 되면 북한으로서는 그 자체로 새로운 기회가 되고 남한도 통일을 기회로 저하된 경제력을 회복하고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겠지만, 과거 햇볕정책처럼 통일을 정치적·군사적 문제를 빼고 논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햇볕정책에 대해서는 이미 일방적인 퍼주기였을 뿐 북한 정권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반성이 나와 있다. 햇볕정책이 북한 정권을 보호하는 차원의 대북정책에 지나지 않았지 그 자체로서 통일정책이 될 수 없다는 평가도 있다.

조 교수는 “햇볕정책의 미명 하에 이뤄진 대북 지원은 동포를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독재정권의 정치자금을 대는 형국이었다”며 “이 때문에 통일을 촉진시킨 것이 아니라 분단 고착화라는 결과를 낳았고, 이는 북한이 동독처럼 정상화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했다”고 평했다.

사실 북한은 6.25전쟁 직후부터 핵을 선택했다. 일찌감치 스스로 변화할 가능성을 닫은 것이다. 그리고 북한 정권은 국가의 모습을 갖추기보다는 1인독재 체제를 위한 전력 유지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왔다.

조 교수는 “지금 북한의 모습을 냉정하게 평가해보면 폭압정권이 3대를 이어 내려오고 있고, 일명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던 과거 10년 사이 수백만명이 굶어서 죽어나갔으며, 그 결과 신생아의 평균 신장이 6~7㎝나 줄어들었다”며 “이런데도 남한 내부에서 여전히 남남갈등 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점에 통탄한다”고 했다.

조 교수는 햇볕정책이 남긴 오점에 대해 “통일 문제를 대통령 개인의 업적주의적인 시각으로 판단한 점 외에도 통일 문제의 한반도화로 과거 노태우 정부 때 중국·소련과 수교를 이끌어낸 북방정책보다도 후퇴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뿐 아니라 그동안 우리 사회는 남남갈등을 겪으면서 북한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내야 하는 남한의 진보 세력은 입을 닫고, 보수 세력이 북한 인권 개선을 주장하는 이념의 전도현상까지 일어났다”고 평했다. “원래 어느 사회에서든 진보 진영에서 나서서 인권 문제 등을 지적하며 개선을 촉구하고, 보수 진영은 은밀하게 협상을 벌이는 구도로 가는 게 보편적인데도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북한은 천안함 폭침 도발에 이어 최근 무인기 도발로 남한 내부에 또 다른 미스테리 포인트를 만들고 음모론을 조장해 역이용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모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도 금도가 있는 법인데 그동안 우리 사회가 자유의 허용 범위를 넘어선 것이 아닌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일찍이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이후 대표 진보주의자였던 시드니 후크(Sydney Hook)의 ‘저항(opposition)은 용납할 수 있지만, 음모(conspiracy)는 용납할 수 없다’란 말을 인용하는 그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은 지식인마저 정파의 에이전트가 되어있다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사실 대의민주주의의 허점이 국민은 투표권을 행사한 이후부터 정치적 행위를 할 수 없는 데 있고, 그렇기 때문에 지성과 언론이 정치의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하지만 언론은 권력화돼버렸고, 대한민국에는 국가적 개념이 빠지고 대신 정파적 개념만 존재한다. 이는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국가경영의 프로페셔널은 없어지고 정파 확장의 권력만 남았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햇볕정책? 통일에 정치적·군사적 문제 뺄 수 없어”

“이제는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가 통일의 키워드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쪽의 강한 결속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른 한쪽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데도 우리는 여태 이것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어떤 현상을 해결하려면 현상의 본질을 들여다봐야 하는 것처럼 통일을 하려면 분단의 현주소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조 교수는 현재 분단 상태에 대해 “애초 휴전선의 당사자는 유엔군이었고, 당시 우리도 유엔군의 일부였다. 따라서 바로 이 점이 남북통일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지만 그런 한편, 국제적 합의만 되면 가장 쉬운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한반도에서 동포가 분리된 게 아니라 체제가 분리됐을 뿐이고, 따라서 통일 전략은 체제를 통일시키기 위한 구상에서 출발해야 하며, 체제 통일을 위해선 북핵 문제의 해결이 선결 과제”라고 지적했다.

조성환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조성환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즉, “지금 북한의 핵무기 수준이 위협적인 핵탄두 개발 단계로 분석되지만 이런 북한의 모험주의로 인한 핵 위협은 모든 국가의 이해에 부합되는 최소공배수가 될 수 있는 만큼 한반도 통일의 논제의 핵심도 북핵 문제에 맞출 때 국제사회의 조력을 받을 수가 있다”는 것이 조 교수의 핵심 주장이다.

조 교수는 “북핵 문제는 6자회담 식의 관료적 과제가 아니라 주변국에서 실질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면서 사실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레짐 체인지가 수반되게 마련이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핵을 포기하면 체제 보장과 장기적인 경제적 지원을 약속해야 한다. 이런 전략에 주요 국가들이 모두 포함되어야 하고, 궁극적으로 이 문제를 유엔으로 갖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바로 이런 점에서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그는 “과거 자유진영 내 국가들이 공산국가와 국교를 수립해서 냉전 체제를 전도한 것처럼 북한에도 한국과 국제 자본이 동시에 들어가는 국제화된 경협을 통해서 비핵화를 이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이런 차원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에서 평화 프로세스는 없이 북한 주민에 대한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하면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군사력과 외교력을 갖추는 동시에 남북간 경제적 격차를 이용해서 통일을 제2의 도약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 교수는 “지금 청와대가 구상 중인 통일위원회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한 것이 한반도의 국제화를 위한 전략적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라며 “국제역학, 국내 정치, 군사 문제를 포함해 한걸음 더 나아가 경제적 수단을 동원해 북한과의 관계를 증진시키는 ‘제2의 북방정책’으로 접근해야지 진짜 통일이 대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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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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