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중국 변두리 '골방'에서 북한내 혁명을 준비하다


입력 2014.08.04 08:07 수정 2014.08.05 09:29        목용재 기자/하윤아 기자

<중국 감옥서 돌아온 북 반체제 조직 육성 3인 인터뷰>

강신삼 열린북한방송 대표 "활동가 선정 요건은 사명감"


지난 2012년 7월 20일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과 북한인권운동가 3인이 114일 간의 중국 억류 생활을 마치고 귀국했다. 이들은 북중 접경 도시로 나오는 북한주민들을 교육시켜 다시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등 북한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다가 '국가안전위해죄'로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북한인권운동을 벌이다가 억류돼 고초를 겪었지만 이들의 북한인권운동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데일리안'은 북한인권운동가들의 무사귀환 2년을 맞이해 이들이 북한인권운동을 벌이면서 겪은 고초와 어려움을 재조명하고 향후 이들의 북한 사회변화 비전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

북한과 맞닿아있는 중국 도시 모처의 한 골방. 골방 안에는 위성 TV와 CD플레이어가 설치돼 있고 한국 드라마·영화 CD, 갖가지 서적, 성경들이 빼곡하게 차있다. 좁은 골방 안에는 허름한 차림의 한국인과 북한 주민이 마주 앉아 '열공' 중이다. 성경, 자유민주주의, 문화 등 이들이 대화하는 주제는 다양하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북한인권운동가들의 주요 임무는 북한 주민들을 교육시켜 다시 돌려보내는 것이다. 운동가들은 신변위협, 재정적 어려움 등 갖가지 위험을 무릅쓰고 북한주민 계몽활동에 애를 쓰고 있다."

18일 열린북한방송 사무실에서 '데일리안'과 만난 강신삼 열린북한방송 대표(44)는 지난 2012년 3월 중국 내에서 북한주민들을 계몽하는 활동을 벌이다가 중국공안에 체포돼 고초를 겪었다. 중국 내에서 북한민주화운동의 중책을 맡고 있었던 그가 내뱉은 첫 마디는 중국 내 활동가들의 어려움이었다.

강신삼 대표는 "2년 전 중국 공안당국이나 중국 정부, 북한에 대한 분노가 있는 것보다 그동안 운동가들이 구축해놓은 시스템이 한 순간에 무너져 버렸다. 신변의 위협, 재정적 문제 등 여러 어려움을 딛고 일을 진행해 왔던 사업이 붕괴된 것에 대한 절망감이 크다"고 말했다.

중국 내 북한인권운동가들의 주 임무 "북한 주민 계몽"

중국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북한인권운동가들은 북한 보위사령부의 신변위협, 북한과 동조해 운동가들에 대한 색출 작업을 벌이고 있는 중국 공안의 눈을 피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들의 눈을 피해 북한주민들에 대한 계몽사업을 벌이기란 여간 쉽지 않다.

때문에 운동가와 북한주민 간 단선체계(운동가 1인-북한주민 1인) 유지, 신분위장은 기본이고 때로는 머리를 기르고 안경을 쓰는 등 변장한 모습으로 거리를 다니기도 한다. 안전가옥을 수시로 옮기는 등 한 곳에 정착하기도 쉽지 않다.

강 대표가 중국 공안에게 체포됐을 때 처음 들은 말도 "북한 국가보위부에 잡히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알아라. 그들에게 잡혔으면 독살, 암살 등 어떤 몹쓸 짓을 당했을지 모른다"였다.

강신삼 열린북한방송 대표.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강신삼 열린북한방송 대표.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강 대표는 "제가 활동했던 단둥(丹東)은 지역 특성상 한국·중국·북한 정보원들이 많은 지역이기 때문에 신변의 안전과 보안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가 가장 위험이었다. 하지만 과거 민혁당 시절 보안관리 훈련을 받은 바 있어 이미 습성화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과거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주사파'의 일원이었다.

이 같이 목숨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도 이들은 중국 내에서 북한 주민들을 위한 계몽활동에 앞장섰다. 교육 받을 북한 주민을 선정하고 안전가옥을 마련해 이들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다.

하지만 중국으로 나오는 북한주민들 가운데 교육 대상자를 선발하는 과정부터가 녹록치 않았다. 북한에 다시 들어가 내부 주민들의 의식을 깨우는 활동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총명함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북한 주민들과의 접촉면이 많은 사람이어야 한다.

특히 북한 사회를 바꿔보겠다는 '사명감'이 있는 북한 주민을 찾기란 더욱 쉽지 않았다. 사심을 갖고 교육에 임하는 사람의 경우 꼭 사고가 난다는 것이 강 대표의 설명이다.

선발된 북한주민을 교육하는 과정은 더욱 힘들다. 중국 공안이나 북한 측으로부터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 '공부방'에 한 번 들어간 북한 주민은 한 달 동안 바깥 외출이 금지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방지하기 위해 방안에 위성TV와 CD플레이어, 한국 서적 등 북한 주민의 호기심을 유발시킬 수 있는 물품들을 비치해 놓고 이들을 달랜다.

강 대표는 "북한 주민들은 한달간 교육을 받는데 2주정도 자질검증이 끝난 사람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교육을 진행한다"면서 "이런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종종 중국 양꼬치를 먹이러 밖으로 나가거나 방안에 위성TV나 각종 서적을 비치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 대표는 "성경을 이용해 북한주민들에게 많은 교육을 진행했다"면서 "성경을 통해 교육을 진행하면 자유의 소중함, 인권, 평등 등 민주주의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전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내 북한인권운동가들의 최대 '난제'는 '돈'

북한주민들에 대한 계몽 활동을 벌이고 있는 운동가들 또 다른 최대 난제는 '돈 문제'다.

중국 현지에 정착해 북한주민 계몽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자체적으로 충당하기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북한 주민 교육, 대북 정보 투입 등 여러 가지 사업 비용을 마련하는 역할을 전담하는 운동가도 있지만 부족한 사업비에 항상 허덕인다.

강 대표는 "교육을 받는 북한 주민에게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교육받는 시간동안 이 사람이 돈을 벌수 있는 만큼, 혹은 그 이상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북한 USB 등을 들여보낼 때는 밀선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비밀스런 루트를 이용하는 비용, 선박 비용 등 돈이 투입돼야 할 부분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강신삼 열린북한방송 대표.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강신삼 열린북한방송 대표.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어 강 대표는 "단둥의 지인들도 저에게 '한국 사람이 왜 그렇게 돈이 없어?'라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면서 "항상 재정적 수입이 부족해 계획했던 대부분의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북한인권운동가 인생 2막 돌입, 강신삼 "대북방송 통한 북한 의식 개혁"

2년 전 중국으로부터 영구추방된 강 대표는 북한인권운동가로서 제2막의 인생을 살고 있다. 최근 그의 목표는 대북 라디오 방송을 통해 북한 주민들을 교화시키고 계몽시키는 일이다. 이를 위해 강 대표는 선명한 AM 중파 주파수를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해당 사업의 재원 마련을 위해 자유조선방송(대표 이광백)과 '통일방송100인 클럽'을 만들고 각계 저명인사의 후원을 이끌어내고 있다. 현재는 통일준비위원회의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상임고문, 유호열 고려대 교수, 김재창 한미안보연구회 회장 등이 '통일방송100인 클럽'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강 대표는 "통일방송 100인클럽 구성원들은 최소 3만원 후원을 할 예정이고 이들이 적어도 10명의 사람을 모집해 한 달에 만원씩의 참여를 이끌어 낼 것"이라면서 "방송을 제작해서 북한에 송출하는 것은 1분에 만원이다. 이런 사람들이 참여해 한 달에 만 원씩의 후원금을 내준다면 북한 주민들을 깨우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목용재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