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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이 대안? 막대한 국민 혈세 투입 바람직한가


입력 2015.01.25 10:19 수정 2015.01.25 10:23        하윤아 기자

<직격 인터뷰>정효정 한국영유아보육학회장

"학부모 불안심리 편승 대증요법으론 안돼"

정효정 한국영유아보육학회 회장(중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국영유아보육학회 제공. 정효정 한국영유아보육학회 회장(중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국영유아보육학회 제공.
인천 연수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아동 폭행 사건을 계기로 민간 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가적 예산에 미뤄 민간 어린이집의 국공립 전환이 바람직한지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효정 한국영유아보육학회 회장(중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20일 ‘데일리안’과 인터뷰에서 “국공립 확충과 민간 시설의 국공립 전환은 그동안 매번 (정치인들의) 공약이기도 했고 계속 나온 이야기”라면서 “그러나 영유아 수급을 숫자적으로만 계산해 국공립을 확충하는 것이 과연 국가적 예산으로 바람직한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의 사유재산으로 설립된 민간어린이집을 국공립화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보육법인화를 추진해 투자·지원하거나, 아예 민간어린이집을 사들이는 등의 절차가 이뤄져야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국민들의 '혈세'가 투입돼야하기 때문에 예산 상 제약이 뒤따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 정부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공공형 어린이집’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공공형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우수 민간·가정·법인단체 어린이집을 선정해 운영비를 지원하고 품질관리를 실시해 국공립 수준의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이와 관련, 정 회장은 “민간 시설이지만 정부투자를 받고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공공형 어린이집이 (정부 예산을) 뒷받침해서 나온 것”이라며 “그러나 어차피 민간은 시설 운영자에게 결정권이 있기 때문에 국가가 무조건 국공립으로 전환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정 회장은 아동학대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보육교사의 급여 처우나 근무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유치원 교사에 비해 20만~30만원정도 수당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복지체계에서 봤을 때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평균 수당이 낮은 것은 아니다”고 견해를 밝혔다.

다만 그는 최근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 등이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상보육 정책까지 시행되면 더욱 많은 문제점을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상보육 정책으로 기관에 유입되는 영유아수가 늘어나면 보육교사의 업무과다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현장에서는 아동들을 수용할만한 교사의 숫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숙련되지 못한 교사들을 활용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아동학대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근본적 원인에 대해 교사 개인의 자질 문제와 인성교육의 부재를 언급하며 “보육교사의 처우나 근무여건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교사의 양성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아동학대 예방 및 근절 대책 마련을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정치권을 향해 “바른 판단과 관심은 중요하지만, 보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행정처분과 형사처벌 강화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며 역효과를 우려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23일 오후 대전 유성구 침례신학대학교 대강당에서 대전어린이집연합회 주관으로 열린 '아동 학대 예방교육 및 보육교직원 자정 결의대회'에서 한 보육교사가 강연 내용을 메모하고 있다.ⓒ연합뉴스 23일 오후 대전 유성구 침례신학대학교 대강당에서 대전어린이집연합회 주관으로 열린 '아동 학대 예방교육 및 보육교직원 자정 결의대회'에서 한 보육교사가 강연 내용을 메모하고 있다.ⓒ연합뉴스

-매년 반복되는 어린이집 아동폭력, 무엇이 원인일까?

“저는 어린이집 아동학대의 원인을 교사 개인의 자질과 인성교육 부재라고 보고 있다. 때문에 교사 개인의 자질과 교사로서의 준비 없이 배출된 양성체계 개선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교사 양성체계를 바꾸지 않고서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현재 정규대학이 아닌 곳에서 매년 배출되는 교사만 12만 6000여명이다. 평생교육원이나 사이버 학점은행제로 배출된 교사들이 모두 교사로 일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전체 22만 3000여명 보육교사 중에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그만큼 높다는 것이다. 물론 3, 4년제 정규대학 출신 교사들도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교사 윤리나 교사 준비 교육을 수시로 들은 사람과 학점은행제로 점수 따서 일자리 창출 목적으로 어린이집에 들어간 사람과는 철학이나 책임이 다르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일찍이 적어도 전문대 이상의 정규대학에서 보육교사가 배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지 않고는 아동학대 사건은 더 늘어날 것이다.

물론 현재 논의되고 있는 양형기준의 강화도, CCTV 설치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교사 양성체계를 바꿔서 기준을 강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은 무상보육으로 인한 폐해라는 지적도 있다.

“무상보육 정책이 처음 시행된다고 했을 때 가장 문제시 됐던 것이 교사 수급 문제였다. 처음 무상보육 논의가 있었던 2012년, 2013년에 저희 학회는 이미 숙련 교사가 10만정도 부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상보육이라고 하다보면 학부모들이 ‘공짜 심리’가 있기 때문에 아동의 기관유입이 대폭 늘어나고, 가정양육보다 기관양육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기관에 영유아수가 늘어나면 이는 저절로 보육교직원의 업무과다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또 아이들을 수용할만한 교사 수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숙련되지 못한 교사들, 쉽게 말해 단기 양성된 교사들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러나 어떤 방향이든간에 무상보육 정책이 시행됐고 그것이 꼭 문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아이들이 기관에 머무르는 수가 많아지다 보니까 교사 업무나 기관 책임이 커지는 부분도 있어 이(무상보육) 또한 중요한 변수이기도 하다.”

-일부 보육교사들은 이번 사건이 전체 보육교사에 대한 불신, 편견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사건이 형사 사건으로 부각되지 않았나. 사실 현직에 있는 분들 중에는 4년씩 정규대학에서 공부해서 열심히 보육하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이미 인터넷 강의로 아무나 할 수 있다는 지적 나오면서 전문성이 현저하게 떨어졌고, 사회적으로도 교사 대우 받지 못하고 있다. 영유아들을 관여하는 곳에서 일하는데 어떻게 1년, 1년 6개월 공부해서 점수만 따면 되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교사양성체계는 정말 현실성 있는 문제다. 이미 사회복지학과, 유아교육과, 보육학과 등에서 보육교사를 배출하고 있기 때문에 정규대학 출신들의 보수 체계를 상향시켜서 그들을 일할 수 있게 해주지 않는 한, 누가 4년제 대학 나와서 어린이집 가고 싶어 하겠나. 이런 분위기에서 결국 전문성은 떨어지고 학부모님들은 그만큼 어린이집을 불신하고 결국 아이들 교육에도 효과가 없게 되는 것이다.”

-전문대 이상 보육교사와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자격증을 취득한 보육교사를 비교했을 때 실제 현장에서 아이를 다루는 부분이 확연하게 다른가.

“보육은 아이들의 심리나 발달상태, 연령이나 수준별 특징을 다 알아야 한다. 이번 사건만 해도 그렇다. 그 연령대는 음식물을 뱉을 수도 있고, 자고 싶지 않으면 깨서 돌아다닐 수도 있는 것이다.

교육원이나 단기로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과 3~4년간 아동에 대해 배운 사람이 무엇이 다르고 얼마나 차이가 있냐는 것을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는 없다. 그러나 아이를 대상으로 한 보육활동 자체가 굉장히 단편적이지 않고 복잡, 미묘하고 지식적으로도 많이 알아야 한다. 또 인성이나 교사로서의 자세도 준비가 돼야 한다. 그렇다면 3~4년 배운 사람과 1년 6개월을 강의 듣고 점수만 딴 사람과의 편차를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내가 열심히 공부해서 어렵게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했을 때, 본인이 느끼는 교사로서의 자긍심과 책임도 다를 것이다. 스스로 교사라고 생각하는 것과 단순히 아이를 돌보는 보모라고 생각하는 것은 굉장히 다르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 터지면서 어린이집 종사자들은 국공립 민간 이중 지원, 근로기준법에 위배될 수밖에 없는 근무여건, 보육교사 급여 처우 등 근무환경 개선 등에 대한 요구 높은데?

“유치원 종사자들은 교육법상 사립학교 교육법에 따른 지급체계 의해 보수를 받는다. 그러나 어린이집은 사회복지법에 속해 있기 때문에 유치원에 비해 수당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또 사회복지체계에서 봤을 때 어린이집이 낮은 지급체계는 아니다.

문제는 국공립과 민간 어린이집의 차이다. 보통 20~30만원정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민간에서는 월 평균 급여가 150~160만원으로 집계돼있다. 그런데 국공립이나 법인 즉 정부가 인건비를 지원한 시설은 평균 190~200만원 정도다. 그렇게 봤을 때 두 집단에서의 처우 차이는 분명히 있다.

그래서 민간 측 원장들께서는 무상보육도 중요하지만 교사 인건비 지원이 없다면 질 좋은 교사를 투입하기 어렵다는 논리도 많다. 그러나 국가 입장에서는 정부가 직접 운영 주체가 되는 국가시설과 개인 사유재산 인정하는 민간시설에 똑같이 지원할 수 없다는 논리도 있을 것으로 본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CCTV 설치 의무화, 보육교사 자격 영구박탈, 어린이집 영구 운영 정지 등 논의하며 활발히 움직이는데, 이 같은 대책이 현실적이라고 보는가.

“저는 현실적이라고 본다. 사실 CCTV 설치와 관련해서는 과거 초창기에는 교사들이 불편해했다. 마치 본인들이 감시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요즘은 혹시라도 아동학대가 아닌데 아동학대로 오인 받는 경우도 있어 CCTV는 교사를 보호해줄 수 있는 자료가 될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이 난 뒤 CCTV를 모두 걷어 전수조사를 해야한다는 이야기 나오는데 참 당황스러운 조처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CCTV 설치를 의무화한다고 해서 시설에서 그 부분을 반대할 것 같진 않다. 이미 현장에서도 교사 보호 차원에서 CCTV를 설치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법제화된다고 해서 거부감이 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또 보육교사 자격과 관련해서는 현행법에 5~10년동안 현장에 복귀시키지 못하는 규정 있는데, 아동학대 일어났을 때 때로는 지나친 학대라고 오인 받는 경우도 있다. 학대인가 아닌가를 정확히 분석해야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번 사건처럼 학대를 저지른 것이 명확하다면 저는 10년이 아니라 다시는 보육교사로 근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 원장의 운영정지와 관련해서도 원장이 교직원을 책임지고 관리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기준에 따라서 정확히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전반적으로 매도당하는 분위기 아니라 교직원 관리를 잘못했다면 자격정지도 가능하다고 본다.”

-대체적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대책이 마련된 것 같은데 적절하다고 보나?

“사실 현장에서는 어린이집 원장들이 교직원들을 관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그래서 우스갯소리지만 원장이 갑이 아니라 고용당한 교사가 갑이라는 말을 쓴다. 조그만 일이라도 교사가 문제를 일으키면 원장이 행정처분을 받거나 감사를 받는다. 원장들이 교사들이 잘못된 것 따끔하게 지적하게 가르치고 안내해야할 선배이고 감독인데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저는 아동학대 사건 하나하나에 대해 보육교사가 다시는 일할 수 없게 하는 등의 처벌을 강화하는 것는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규제 강화 때문에 원장들이 교사들을 관리할 틈이 없는 분위기에서 또 다른 규제로 간다면 앞으로도 원장들이 보육교사들의 인성 교육을 지도할 수 있는 기회는 없어지게 되는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민간 어린이집을 줄이고 국공립으로 전환하라는 주장도 있더라.

“민간 보육법인이라는 말은 2000년대 초반 여성가족부에서 보육 업무를 실시할 때부터 나왔던 이야기다. 민간에서도 정부 지원을 받고 싶다면 보육시설만이 할 수 있는 민간 보육법인화를 통해서 정부가 똑같이 지원하게 하는 것이 어떻냐는 주장이 있었는데, 그렇게 되면 사유재산과 관련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조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런 부분들을 뒷받침해서 나온 것이 ‘공공형 어린이집’이다. 민간시설이지만 정부투자를 똑같이 받고 정부의 관리감독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차피 민간은 시설을 가지고 있는 원장님들에게 결정권이 있기 때문에 국가가 국공립으로 무조건 전환할 수는 없다.

지금 현재 국공립을 확충해야 한다는 게 매번 공약으로 나오는 상황 아닌가. 그러나 영유아 수급을 숫자적으로만 계산하고 국공립 어린이집을 짓는 것이 과연 국가적 예산으로 바람직한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민간 시설을 국공립화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개인 어린이집 갖고 있는 원장들이 보육법인화를 할 것인지 아니면 시설을 아예 팔 것인지 등의 절차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예방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어떤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보나?

“일단 정치권이 움직였을 때는 학부모 심리에 편승해서 약간 단기적이면서도 대중심리를 몰고 가자는 것으로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저는 개인적으로 보육에 대한 정치권의 바른 관심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행정처분을 강화하는 식으로만 간다면 아이들에게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한해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부분이 보육인데, 보육에서 누구에게 가장 이익이 돌아가야 하는가. 결국은 아이들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국가가 책임져주겠다 낳기만 해라라고 한다. 그러나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는 것은 행정적, 재정적 책임이지 부모를 대신해서 양육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것이 앞으로 우리의 과정이라면 가장 중요한 것은 보육기관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고 저는 그것이 결국 원장과 교사에게 달렸다고 본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 있어도 아이들을 대면하고 있는 사람은 교사와 원장이다. 정부가 보육교사를 여성의 일자리 창출 목적으로만 본다면 저는 변화가 없다고 본다. 기관에서 돌봐야 할 아이들이 있다면 일정 시간에만 돌보도록 하고, 가정에서 양육할 수 있을 때는 가정양육 수당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보육교사의 인성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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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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