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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오픈빨' 모델하우스 줄서기, 언제까지 세울껀가?


입력 2016.04.05 15:25 수정 2016.04.06 09:13        박민 기자

모델하우스 앞 긴 대기행렬, 수요자들 시간적·경제적 불편함 가중

"기존 관행 벗고 선진화된 문화 도입해야"

모델하우스 앞에 길게 늘어선 입장 대기 행렬.(자료사진)ⓒ해당 건설사 모델하우스 앞에 길게 늘어선 입장 대기 행렬.(자료사진)ⓒ해당 건설사

땀이 줄줄 흐르는 찜통 더위속에서도,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한파속에서도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몇 시간이고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아이라도 데리고 나올 경우 온 가족이 기다리는 수고는 배가 된다.

무턱대고 기다리면서 시간적, 경제적 낭비뿐 아니라 새치기 등의 크고 작은 다툼도 종종 발생한다. 게다가 방문객뿐 아니라 몇시간째 길게 늘어선 인파 행렬로 해당 인도를 지나다녀야 하는 주민들도 보행에 불편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모델하우스 안에 '입성'해도 상담을 받기 위해서는 또 다시 대기해야 한다. 해당 아파트의 분양가, 평면, 특장점 등의 정보가 담긴 책자(브로셔)를 받기 위해서는 자의든 타의든 무조건 상담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 송파구 한 재건축 단지 모델하우스를 방문해던 이모 씨(40)는 모델하우스 방문기를 놀이기구로 비유했다. 그는 "2시간 가까이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드디어 차례가 되어 내부에 들어가면 10여분만에 유닛을 쫓기듯 보고 나왔다"면서 "또한 안내책자를 받기 위해서는 대기번호를 뽑고 또 다시 기다려야 하는 등 놀이공원도 이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토로했다.

언제부터인가 수억원에 달하는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서는 모델하우스 앞과 안에서 장시간 기다려야 하는 일이 일종의 '관행'처럼 고착되고 있다. 건설사가 소비자들의 편의를 조금만 배려하면 불편함을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판매에만 초점을 맞춰 쉽사리 바뀌지 않고 있다.

'모델하우스 줄 세우기'는 과거 아파트 분양 열풍이 뜨거웠던 1990년대부터 시작했다. 이는 건설사들이 수요자들의 관심도를 파악하거나 흥행을 이끌기 위한 일종의 '상품 마케팅 전략'으로써 사람들이 많이 모일수록 입 소문이 나고 분양의 성패를 가른다고 믿어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

건설사들은 조금이라도 긴 행렬을 만들기 위해 '선착순 OO명에게 선물 증정' 등의 마케팅을 하며 오픈 초기 집객수를 올리는데 힘을 쏟고 있다. 심지어는 하루 5~7만원 정도의 일당을 받고 '줄 서기 알바'까지 등장한 실정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모델하우스 줄은 해당 단지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도를 알 수 있는 척도"라면서 "오픈 첫날 길이 줄게 설수록 속칭 '오픈빨'이 좋아 실제 청약률이나 계약률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인터넷 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줄 서기' 알바를 구한다는 모집글. 화면 캡쳐 인터넷 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줄 서기' 알바를 구한다는 모집글. 화면 캡쳐

그러나 일각에서는 건설사의 '줄 세우기'는 잘못된 관행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긴 줄로 인해 소비자들은 시간적, 경제적 손해는 봐야 한다. 일시에 몰리는 인파를 통제하기 위한 주차요원, 내부 통제요원 등의 인건비는 사실상 집값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또한 집이라는 거대 소비재를 구매하는 '주택 시장'에 왜곡된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있다. 애초 거주 목적과 달리 '청약만 당첨되면 웃돈(프리미엄)이 붙는다'는 분위기에 휩쓸려 '묻지마 청약'에 나서는 경우도 있어서다.

이에 기존 줄 세우기 관행을 탈피해 선진화된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는 업계 자성의 목소리도 크다. 현재 고급주택이나 주택 사전 홍보관 등에서 운영하는 방식인 '사전 시간예약제' 등만 도입해도 수요자들의 불편을 지금보다 덜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집이라는게 마트에서 줄서서 물건 사는 것도 아니고, 큰 돈이 들어가는 만큼 꼼꼼히 둘러보고 비교 분석할 수 여유가 있어야 한다"면서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대만 분산시켜도 유닛을 둘러보고 상담받는 데에 충분히 여유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연구실장은 이어 "특히 사전 예약제는 수요자들 스스로가 붐비는 시간대를 체크하고 방문해 자율적으로 분산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건설사가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텐데도 개선하지 않는 것은 상품을 파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델하우스 내부에서 단지의 분양가 등 상담을 받기 위해  방문객들이 붐비고 있다.(자료사진)ⓒ해당 건설사 모델하우스 내부에서 단지의 분양가 등 상담을 받기 위해 방문객들이 붐비고 있다.(자료사진)ⓒ해당 건설사

사전예약제를 시행할 경우 해당 시간대에 방문한 예약자와 예약 없이 현장을 찾은 사람 간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일부 우려도 있지만, 애초 취지가 구매 목적이 있는 실수요자들의 혼잡을 분산시키는데 있는 만큼 소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박민 기자 (mypark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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