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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경제통 김진표 "제1당다운 경제정당이 내 꿈"


입력 2016.05.05 06:00 수정 2016.05.05 06:03        이슬기 기자

<20대 국회를 주목하라-당선자 릴레이 인터뷰>

"이제는 정권교체 해야할 때, 집권할 능력 갖춘 당 만들겠다"

20대 총선은 이변의 연속이었다. 안일한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의 심판은 준엄했다. 16년 만에 여소야대라는 새로운 정치 지형을 조성했으며, 집권여당은 원내 1당을 야당에 넘겨줬다. 영호남에서 여야의 독점 체제도 무너졌다. ‘쇄신’과 ‘협치’가 정국 화두로 떠오르며 20대 국회 당선인 개개인이 주목되는 이유다. 이에 ‘데일리안’은 대안 정치인으로서 기대를 받거나, 두각을 나타내는 여야 당선인 7인을 만나봤다. < 편집자 주 >

김진표(경기 수원시무)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진표(경기 수원시무)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거물 경제통'이 돌아왔다. 선거 막판까지 초박빙을 달리던 수원무 지역에서 금의환향했지만, 들뜬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여전히 진지했다. 전공 분야인 경제 이야기를 꺼내자, 마치 머릿속에서 거대한 맵을 펼쳐 읽듯 현 상황과 대책이 줄줄이 쏟아졌다. 20대 국회에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뭐냐고 물었다.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설레는 웃음을 짓는 그를 늦봄이 충만한 지난 21일 아주대학교 교수연구실에서 만났다.

- 유세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나 사람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어느 날 이마트 앞에서 명함을 나눠주며 인사를 하는데, 저녁 9시쯤 됐을 거다. 그때 아직 밥을 못 먹었다. 어떤 젊은 여성 유권자가 보기에 우리가 밥 못 먹은 게 느껴졌나 보다. 쇼핑몰에 들어가서 먹을 걸 사와서는 우리한테 나눠 주더라. 피자빵 같은 거였다.(웃음) 그 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 관료 출신에 4선 의원이 됐다. 단순히 야당 의원 한 석이 아니라, 야권 전체적으로도 본인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다. 당 안팎에서 어떤 역할이 요구된다고 보나.

“2년을 쉬고 복귀하게 된 가장 중요한 동기는 정권교체를 만들어내는 데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나라를 위해서도 정권이 한 번은 바뀌어야 한다. 만약 야당이 내가 참여하지 않아도 정권을 교체할 주체세력으로서 충분한 능력이 있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다면 좋겠지만, 현재로서 그런 역할을 하기엔 아직 취약 요소가 많다. 이번 선거 결과만 놓고 봐도, 우리가 주체가 돼서 정권교체를 해낼 수 있다는 확실한 자신감을 얻었다고 선언하기는 힘들다. 일단 존립기반인 호남을 잃었고 정당투표에서도 3등을 했다.

문제는 대통령 선거는 국회의원 선거와는 양상이 크게 달라진다. (대선 후보는) 정당 전체를 운영하는 능력과 후보 개인의 능력이 모두 중요한데, 그게 아직 약하다는 거다. 그걸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국민들은 야당만 비판하는 게 아니라 여당과 박근혜 정권에 대해서도 엄청난 화를 내고 있다. 그 결과 반사 이익으로 더민주가 1당이 됐지만, 동시에 국민의 따가운 회초리를 맞았다.”

김진표(경기 수원시무)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진표(경기 수원시무)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 총선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제1당의 자리에 올랐다. 이를 계기로 야당에 요구되는 무게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야당에 요구되는 주된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번 선거에서 국민이 정치권에 요구하는 것은 싸우지 말고 먹고사는 문제에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하라, 3당 구도에서는 법안 하나라도 통과시키려면 협력하고 연대를 해야만 가능하다. 이게 바로 국민의 무서운 명령이다. 지금까지처럼 대립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상극의 정치문화는 지양하고, 모든 문제를 대화와 타협으로 푸는 상생의 정치로 가야한다는 거다. 그게 이번 선거의 의미이고 야당의 역할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이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청문회를 하자는 것은 하찮은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명령을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새로운 싸움을 또 시작하라는 것인데, 그렇게 해서 얻을 게 뭔가. 더군다나 박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아닌가. 청문회는 부정부패가 드러났을 때 하면 되는 일이다. 제1당으로서 나머지 두 당에게 머리를 맞대고 민생 현안에 관해서 협의를 하자고 제안도 하고, 그래서 필요한 법안은 통과 시키자는 게 내 주장이다. 그게 성숙한 야당이고 제1당의 모습이다. 앞으론 정치를 그렇게 해야 한다.”

- 최근 야권에서 구조조정 이슈를 먼저 던졌다. 전략적인 외연확장을 넘어서 야당이 노선을 선회한 것이라고 보면 될는지.

“이전에는 구조조정에 관해 야당이 발언을 아예 안하거나 극도로 아꼈지만, 나는 그 전부터 그 문제를 서둘러 마무리해야 된다고 얘기했다. 원샷법도 빨리하자고 했다. 지금 대상이 되는 게 전부 재벌기업들인데, 금융권에서 이걸 빨리 정리해주는 게 도움이 된다. 이른바 좀비기업이라고 해서, 이자보상배율이 1이 채 안되고, 영업이익으로 지급이자도 갚지 못 하는 게 3년 이상 되는 기업을 뜻한다. 부채가 2000%나 되는데 자꾸 돈을 쏟아 붓기만 하면 은행까지 부실해진다.

문제는 은행과 기업, 정부와 은행과 보수 정치권이 유착돼 있어서 재벌이 망상을 못 버리고 지나친 아집과 탐욕을 부린다는 거다. 그걸 과감히 잘라내야 한다. 도저히 회생이 불가능한 기업이라면, 빨리 정리하고 그 돈을 다른 데 써야한다. 이건 경제를 아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지극히 상식적인 일인데, 이때까지 못한 것이 잘못이다. 원샷법 통과시켜줬으니 더 들어갔어야 할 돈은 실업자 구제와 고용 안내, 고용 교육과 전업 작업에 쓰면 되는데, 왜 아직도 안하고 있나. 정부가 재벌 오너들의 지나친 욕심을 꺾지 못한 거다. 다 유착돼 있어서다. 그러니까 오히려 야당이 구조조정을 말 하는 게 옳은 얘기다.”

김진표(경기 수원시무)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진표(경기 수원시무)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 20대 국회에서 가장 추진하고 싶은 1호 법안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보수정권 8년 간 재벌 위주의 투자지원정책, 소위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정책을 펼쳤지만 결국 실패했다. IMF나 OECD도 수출기업을 지원하는 실효성은 없어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제 유일한 방법은 가계소득 중심의 성장정치로 바꾸는 거다. 즉 경제를 운영하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그 핵심은 정부가 재정력을 동원해서 일자리를 늘려주는 거다. 그래서 일단 당 차원에서는 추경을 편성해서라도 청년들에게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예를 들어 경찰과 소방공무원 대부분은 수요가 많은데도 안 뽑고 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선생 등 교육공무원도 안 뽑는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한 반당 선생님이 2명이다. 우리나라는 35명~40명을 선생님 혼자서 맡으니까 감당이 안 된다. 그러니까 포기 상태일 수밖에.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사교육으로 돌리고, 출산율 세계 최저 현상은 심해지고. 아이 키우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드니까 다른 소비를 못한다. 선진국은 정부가 만드는 일자리가 전체의 4분의 1인데, 우리는 8분의 1도 안 된다. 경제를 살리려면 그게 최우선이다.”

-재정적으론 어느 정도를 투자해야 하나.

“구체적으로 10조원이면 약 40만 명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우리가 부실기업 구조조정하는 데만 쏟아 부은 돈이 얼마인가. 재벌기업에 쓰는 돈이 10조뿐이 아니다. 그런데 10조~20조를 투입해서 청년들, 고학력 주부와 노인 등 일자리가 없어서 일을 못하는 사람들에게 공급해주면, 일을 하면서 재정의 누수현상도 막고, 소득이 늘어나니까 소비가 진작된다. 그걸 재벌에 쓰면, 재벌은 자기 기업에 투자하는 대신 중소기업이 키워놓은 체인을 사들인다. 그러면 부익부빈익빈은 더 심화되고 실업자가 늘어난다. 수요가 없어지니 물건이 안 팔치고 계속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건 결국 재벌들이 자기 도끼로 제 발등 찍는 격이다. 따라서 지금 정부가 나서서 일자리 창출을 해야지, 지금처럼 소극적으로 하면 안 된다.

- 수원지역 국회의원으로서 지역구 차원에서 추진하고 싶은 법안 및 정책도 소개해 달라.

“무조건 기업을 옥죄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 수원이 30년 후에도 먹고 살아갈 수 있고 G7으로 이끌어갈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는 R&D 센터 등 첨단산업 유치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수도권 규제를 합리적으로 바꿔서 해외 이전을 추진 중인 기업이 우리 지역에 자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론 초첨단산업을 유치하는 경제특별구에 관한 법률을 수원에 만들려고 한다. 더 나아가서 한국의 미래성장 동력이 되는 핵심기술을 세계적인 기업과 합작하여 만들어서 우리 지역에 세우자는 거다. 대덕이 일반적인 원천기술을 연구하는 곳이라면, 우리 수원에선 산업기술을 연구해서 대한민국의 산업 경쟁력, 기술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센터로 만들겠다.”

한달 사이에 눈에 띌 만큼 두 볼이 핼쑥해진 김 당선인이 넥타이를 고쳐매며 일어났다. 아쉬운 인사 대신 빡빡한 스케줄이 벅차지 않느냐는 물음을 건넸다. "(살이) 좀 빠졌나? 근데 나 할 일이 정말 많아요"라며 웃는 예순아홉 그의 눈이 젊은이처럼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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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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