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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그랜저IG 하이브리드, ES300h 대항마 될까


입력 2017.04.06 06:00 수정 2017.04.06 08:36        박영국 기자

경차급 연비에 품격은 그대로…고급 하이브리드 세단 시장 정조준

그랜저IG 하이브리드 주행 모습.ⓒ현대자동차 그랜저IG 하이브리드 주행 모습.ⓒ현대자동차

그랜저는 할 일이 많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떨어져 나가고 아슬란의 존재가 유명무실해진 상황에서 현대차의 실질적인 플래그십 세단 역할도 해야 되고, 수입차 쪽으로 빠져나가는 고객들도 묶어둬야 한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풀체인지 모델 그랜저 IG는 본격 판매가 이뤄진 그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매달 1만대 이상씩 판매되며 성공적인 안착을 알렸다. 이 정도면 수입차로부터 그랜저 고유의 시장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자신감을 보일만하다.

문제는 수입차 쪽에서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는 점이다. 렉서스와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모델들이 뛰어난 연비를 무기로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해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30일 출시된 그랜저IG 하이브리드를 앞세워 렉서스와 토요타의 공세로부터 시장을 지켜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그랜저IG 하이브리드에 올랐다. 시승 구간은 경기도 파주 헤이리 마을까지 왕복 약 80km 구간으로, 고속도로(자유로)와 시내구간이 적절히 섞인 코스였다.

처음 그랜저IG 하이브리드에 오른 느낌은 굉장히 조용하다는 것이었다. 이 느낌은 EV모드, 즉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 전기모터로만 운행할 때는 물론, 속도를 높이거나, 심지어 스포츠 모드로 자유로를 달릴 때도 유지됐다.

승차감도 만족스럽다. 도로 요철이나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의 충격도 차체가 효과적으로 흡수한다. 고급감을 살리기 위해 정숙성과 승차감에 상당히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했다.

조용하고 안락한 승차감으로 이름난 렉서스와 비교해도 결코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이 차의 주 전공은 ‘연비’인 만큼 먼저 일부 구간은 연비에 신경을 쓰며 운전해봤다.

시내 구간에서는 EV모드 주행으로 연료를 상당히 아낄 수 있었다. 공차중량 1675kg의 묵직한 차체지만 구동모터 출력을 기존 35kW에서 38kW로 늘리며 EV모드의 활용폭이 넓어졌다.

다만 아이오닉이나 니로와 같이 극단적으로 고연비를 추구하는 차량과 달리 엔진의 개입이 잦은 편이다. 저속 구간에서도 짧은 시간에 속도를 끌어올리다보면 어느새 시동이 켜져 있다.

고속도로 주행에서는 제한속도인 90km/h에 맞춰놓고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시켰다. 앞차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정속 주행하니 발목은 편하고 연비표시계 수치는 올라간다.

이렇게 약 30km를 주행한 연비는 18.4km/ℓ가 나왔다. 공동고시연비(신연비)인 16.2km/ℓ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경차 모닝(15.4km/ℓ)도 가볍게 제친다.

시승차에 적용된 지능형 안전기술 ‘현대 스마트 센스’ 중 한 기능인 주행조향보조시스템도 테스트해봤다. 살짝 굽이진 도로에서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뗐다가 황급히 다시 움켜쥐었다. 회사측의 설명, 그리고 TV 광고에서의 설정과는 달리 차가 차선을 벗어났지만 자동으로 조향이 이뤄지진 않았다.

아마도 비가 많이 쏟아지는 도로라 차선을 감지하는 카메라가 작동하기 힘든 상황이었던 것 같다. 악천후 상황에 대비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연비주행을 끝내고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로 전환하고 가속페달을 밟아봤다. 가르릉거리는, 그러나 결코 시끄럽지 않은 엔진음과 함께 차체가 힘차게 쏘아져나간다. 그랜저IG 하이브리드가 연비가 높긴 하지만, 연비에 치중하느라 허약하게 만들어진 차는 아니라는 점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미끄러운 빗길이었지만 고속주행안정감도 뛰어났다. 빠른 속도로 차선을 바꾸는 상황에서도 차체는 안정을 유지했다. 다만 시승 경로에 와인딩 코스가 없어 핸들링을 제대로 테스트해볼 수 없었던 점은 아쉬웠다.

앞서 체크한 연비운전(약 30km)에 스포츠모드로 약 10km를 추가로 달린 후 평균 연비는 17.0km/ℓ가 나왔다. 역시 공동고시연비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차에서 내려 트렁크를 열어보니 넓은 공간이 펼쳐진다. 배터리가 트렁크 공간의 상당부분을 잡아먹던 구형과 달리 그랜저IG 하이브리드는 배터리를 트렁크 하단 스페어타이어 공간에 넓게 배치해 트렁크 용량 426ℓ를 확보했다. 하이브리드 차종의 단점 중 하나를 개선한 것이다.

전반적으로 그랜저IG 하이브리드는 오랜 기간 고급 세단의 대명사로 불리던 그랜저의 품격은 유지하면서도 연비 측면에서 경차 이상의 높은 경제성을 보장해 주는 모델이다.

박상현 현대자동차 중대형 총괄 PM(이사)이 5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그랜저IG 하이브리드 미디어 시승회에서 신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데일리안 박상현 현대자동차 중대형 총괄 PM(이사)이 5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그랜저IG 하이브리드 미디어 시승회에서 신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데일리안

현대차는 이날 시승행사에서 그랜저IG 하이브리드의 경쟁상대로 렉서스 ES300h를 노골적으로 지목했다.

차 가격으로 따지자면 대중 브랜드 토요타의 중형 하이브리드 세단 캠리 하이브리드(3610만~4040만원)가 그랜저IG 하이브리드(3540만~3970만원)와 시장이 겹치지만, 고급 세단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럭셔리 브랜드 렉서스의 ES300h를 경쟁 상대로 끌어들인 것이다.

박상현 현대차 중대형 총괄 PM(이사)는 “그랜저IG 하이브리드는 연비와 실내공간, 실용발진성능, 정숙함 등에서 모두 L사의 하이브리드 모델(렉서스 ES300h)을 능가하면서도 가격은 기본트림 기준 1700만원가량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구연비 기준으로 비교(ES300h는 신연비 미측정)하면 그랜저IG 하이브리드가 17.3km/ℓ로 ES300h 16.4km/ℓ로 0.9km/ℓ의 차이가 난다.

차체크기 역시 준대형인 그랜저IG 하이브리드가 중형으로 분류되는 ES300h보다 우위를 보인다. 전장은 30mm 길고 축거도 25mm 길다. 전폭도 45mm 넓다.

시승 결과 주행성능은 모르겠지만 정숙성은 그랜저IG 하이브리드도 렉서스 ES300h 못지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랜저IG 하이브리드가 따르지 못하는 부분은 렉서스가 오랜 기간 쌓아온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와 디자인, 세심한 감성품질 정도일 것이다.

과연 현대차의 영업사원들이 그랜저IG 하이브리드를 무기로 렉서스 매장으로 향하는 고객들의 발길을 되돌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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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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