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버릇도 없고 매력도 없는 '보수'를 좋아하라고?


입력 2017.06.06 09:07 수정 2017.06.06 18:27        데스크 (desk@dailian.co.kr)

<자유경제스쿨>2017년 대선을 보는 자유주의의 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모두 좌파프레임에 굴복

자유한국당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이현재 정책위의장이 2일 오후 충북 단양군 대명리조트에서 열린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결의문 채택을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이현재 정책위의장이 2일 오후 충북 단양군 대명리조트에서 열린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결의문 채택을 하고 있다.

지난 5월에 실시된 조기대선에서 좌파가 완승했다. 왜 보수가 패했을까, 대선이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최순실 사태’로 인한 탄핵정국과 민심이반, 보수정당의 갈등과 분당사태 등의 이유로 보수가 패했다고 분통을 터트린다. 그런 인식에는 ‘보수’라는 이념 자체는 문제가 없고 정치적 이유로 패배했다는 뜻이 깔려있다. 그러나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보수주의 이념 자체의 치유할 수 없는 치명적 문제 때문에 실패했다는 걸 직시할 필요가 있다.

보수는 진보와 싸우기에는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는 게 이번 대선을 보는 자유주의(미제스 하이에크 전통의 패러다임)의 눈이다. 모든 이념은 그 바탕에 특정한 인간관을 전제하는데 우선 보수의 인간관은 이념적 수요자들에게 매력이 없다. 변화를 싫어하고 모험을 회피하는 인간을 전제하고 튀는 행동, 돌출행위는 ‘버릇없는 애’의 행동으로 취급하는 게 보수다. 영혼도 없고 매력 없는 인간을 전제하는 보수가 젊은 세대에게 어찌 호소력이 있겠는가? 20~40대의 젊은이들은 보수라는 말 자체도 싫어한다.

보수가 지키는 게 자유시장이라는 듣기가 아주 거북한 목소리도 들린다. 자유시장의 기초는 기업가 정신이다. 가보지 않은 길을 싫어하는 보수의 소극적 인간에게는 기업가 정신은 없다. 자유주의는 자생적 변화와 진화를 낙관적으로 수용하는 이념이라는 걸 하이에크로부터 배웠다. 어떤 변화든 잘 소화하여 빈곤 실업 저성장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자생적 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자유의 철학이다.

그러나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야말로 보수의 특징이 아니던가. 시장의 자생적 힘도 믿지 않는다. 통제되지 않은 시장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국가에 의존하는 게 보수다. 자유시장은 보수철학과 맞지도 않는 체제라는 건 그래서다. 그러니까 보수가 자유시장을 지킨다는 건 기만이다.

보수주의를 표방했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그리고 바른정당의 유승민,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선후보가 자유시장을 지켰는가! 그들은 상생경제 경제민주화 사회적경제 등 좌파 프레임에 굴복했다.

기득권 보호는 보수의 본질이라는 것도 직시해야 한다. 이는 보수 기질의 당연한 결과다. 따라서 자유시장을 지키는 게 보수라는 주장은 자유시장을 일반 시민들, 특히 젊은 층에게는 강자의 기득권을 보장하는 체제로 보이도록 왜곡시킬 뿐이었다. 그러니까 보수가 이념전쟁에서 패한 건 당연하다.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지키는 게 보수라고 주장하지만 보수는 독자적인 자유의 철학도, 시장이론도 없고 그래서 자유시장에 대한 비전도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 보수는 풍요로운 내용의 비전제시가 불가능한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보수가 의존하는 것은 기껏해야 간섭주의적 주류 경제학이다. 그러니까 급하면 시장실패를 들고 나오거나 케인스주의의 아바타 새뮤얼슨을 존경한다고 실토하는 게 보수가 아닌가!

독자적인 이론과 철학에 바탕을 둔 비전을 제시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보수가 한 일은 박정희 이승만 전 대통령의 치적에만 몰두했고(이는 물론 중요하다), 통치자의 인물론 타령만 할 뿐이었다. 기껏해야 이벤트 형태의 사람 동원이나 영양가도 없는 ‘초콜릿’ 같은 가벼운 지식으로 이념적 수요자들의 이목을 끌려고 했지만 값비싼 세월만 낭비했다. 사람 동원을 통한 이념 팔기는 전혀 효과가 없다.

‘시장경제는 성장기계’, ‘마이너스 금리는 자본의 초과공급 때문에’, ‘자유주의 틀 깨기’, ‘이기심은 아름답다’, ‘격차는 자연스럽다’ 등은 시민들과 젊은 층에게 매력적으로 들리는 비전이 될 수가 없다.

이제 우파는 내용도 없고 얼빠진, 정신도 없는 보수를 찾지 말고 자유, 자유주의를 말할 때다. 보수로 포장된 자유시장은 더 이상 자유시장이 될 수 없다. 젊은 층과 빈곤층에게 매력적인 얼과 정신 그리고 풍요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자유주의야말로 우파가 좌파를 이길 수 있는 이념이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그런 자유주의를 위해서는 심오한 이론과 철학의 개발이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그런 자유주의를 위한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몇 년간 그런 개발이 거의 없었다. 정치적으로 접근한 나머지 유감스럽게도 그 동안 성장해왔던 자유주의의 모든 네트워크까지도 해체시키는 우(愚)를 범했다.

물론 이념의 수요자들에게 접근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는 과학이 아니라 전술가에게 필요한 예술적 기교의 문제일 뿐이다. 다시 강조하건대, 화급한 건 그런 기교가 아니라 풍요로운 자유주의 비전을 위한 확고한 이론과 철학의 개발이라는 걸 직시해야 한다. 그 개발에 성공하면 전술적 문제는 자동적으로 해결된다.

글/민경국 강원대 명예교수·경제학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