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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정부가 좋은 정부라는 믿음 버려야”라는 궤변


입력 2017.06.15 06:52 수정 2017.06.15 11:14        데스크 (desk@dailian.co.kr)

<자유경제스쿨>큰 정부는 성장, 일자리 창출, 소득 향상 달성할 수 없어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진표 국정자문기획위원장은 5월 27일 연합뉴스와 진행한 단독 인터뷰에서 정부의 국가 운영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면서 작은 정부가 좋은 정부라는 잘못된 믿음은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의 인터뷰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작은 정부가 낙수효과를 가져오리라는 재벌 중심의 투자촉진 경제 패러다임은 고용 없는 성장을 초래하여 실패했다. 따라서 좋은 일자리 창출을 매개로 한 소득주도 성장으로 경제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좋은 일자리는 일하는 기쁨과 그로 인해 소득을 얻는 기쁨을 국민에게 주는 것은 물론, 소비 증가로도 이어지니 성장을 만들어내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좋은 일자리가 최상의 성장 정책이고 최상의 복지정책이다. 따라서 정부의 모든 정책의 초점을 좋은 일자리에 맞춰야 한다. 다시 말하면 정부는 좋은 일자리의 창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을 해야 한다. 작은 정부가 좋은 정부라는 잘못된 믿음을 버려야 한다.

좋은 일자리는 민간 부문이 주도해야 한다. 하지만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가 모범 고용자로서 앞장서서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민간부문에서 좋은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다양한 고용 유도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공공구매 조달 기업을 선정할 때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든 기업을 우대하는 방안도 있다. 중소기업 투자지원 정책도 중요하다. 우리나라 기업 개수의 99%인 중소기업이 88%의 일자리를 책임지기 때문이다. 또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이 일자리를 많이 만든다는 점을 고려해 정책을 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대기업의 나라·상속자의 나라'인 우리나라를 '창업자의 나라'로 만드는 것이다.

한편 기업이 정부의 강력한 일자리 정책을 '압박'으로 느낀다는 것에 대해서 정부가 모범 사례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고 사회 전체로 좋은 일자리 창출 분위기가 퍼져 나가야 하므로 그런 압박이라면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정규직 정책을 두고 사회 각계의 정규직 전환 요구로 기업들이 힘들다는 경총의 주장에 대해서, 그 주장이 설득력 있으려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기업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고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무조건 강성 노조와 귀족 노조에만 책임을 돌린다면 공감을 얻을 수 없다.

물론 노동개혁도 해야 한다. 강성노조나 귀족노조의 잘못은 바로잡아야 한다. 아버지의 이득을 위해 아들의 일자리를 빼앗으면 안 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가장 큰 기득권을 가진 재벌들이 반성하는 것이다. 재벌들은 편법을 통해 국민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지 않나. 재벌들이 먼저 반성을 해야만 사회적 대타협이 가능하다. 잘못된 기득권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데에는 반드시 저항이 따른다. 하지만 저항 때문에 개혁을 포기할 수는 없다.


김 위원장의 주장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작은 정부가 좋은 정부라는 잘못된 믿음을 버려야 한다”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진실이 아니라 궤변이다. 그것이 궤변인 이유를 그의 인터뷰의 내용들을 검토해 봄으로써 알 수 있다.

첫째, 재벌 중심 투자 촉진 경제 패러다임이 작은 정부인가?
둘째, 재벌 중심 투자 촉진 경제 패러다임은 왜 고용 없는 성장을 초래하였는가?
셋째, 소득주도 성장이 성공할 수 있는가? 즉, 소득증가-소비증가-성장이라는 선순환이 달성될 수 있는가?
넷째,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이 소득(및 고용) 증가를 초래하는가?
다섯째,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을 지원하고 우대하는 것이 소득(및 고용) 증가를 초래하는가?
여섯째, 중소기업의 투자지원 정책이 소득(및 고용) 증가를 초래하는가?
일곱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힘든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재벌 중심 투자 촉진 경제 패러다임이 작은 정부인가? 재벌 중심의 투자 촉진이 정부의 지원 없이 혹은 시장규제의 철폐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작은 정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재벌 중심의 투자 촉진이 정부의 지원 혹은 시장규제의 일부 완화로 이루어졌다면 그 패러다임은 작은 정부라고 할 수 없다.

둘째, 재벌 중심 투자 촉진 경제 패러다임은 왜 고용 없는 성장을 초래하였는가? 재벌 중심 투자 촉진 경제 패러다임이 작은 정부라고 주장하고, 그 패러다임이 고용 없는 성장을 초래했다고 해서 “작은 정부가 좋은 정부라는 것이 잘못된 믿음”이라고 할 수 없다. 고용 없는 성장이 초래된 이유가 정부 및 노조의 간섭이라면 큰 정부가 나쁜 정부이고 작은 정부가 좋은 정부가 된다.

투자촉진으로 고용 없는 성장이 된 이유는 정부와 노조가 임금 수준을 시장임금 수준 이상으로 규제하였기 때문이다. 투자가 증가할 때 노동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여 임금과 고용량이 증가한다. 하지만 임금이 너무 높게 상승하면 고용은 증가하지 않거나 심지어 감소한다. 결국 고용 없는 성장을 초래한 것은 작은 정부가 아니라 오히려 임금수준에 대해 정부와 노조가 간섭하는 큰 정부 때문이다.

한편 고용 없는 성장을 초래한 것은 노동보다 기계를 더 많이 이용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계를 많이 이용하게 되는 이유는 기계의 사용료가 임금보다 낮기 때문이다. 기계의 사용료가 상대적으로 낮아진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정부와 노조의 간섭으로 임금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더 많은 기계의 사용으로 고용은 감소한다.

다른 하나는 노동절약적인 기계가 발명되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 일시적으로 고용이 감소하더라도 궁극적으로 고용이 감소하지 않는다. 사업가들이 노동절약적인 기계의 사용으로 절약된 비용을 고용 증가나 다른 부문에 사용함으로써 그 부문에서 고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계 때문에 고용이 감소하게 되는 경우 역시 임금 수준에 대해 정부와 노조가 간섭하는 큰 정부일 때이다.

셋째, 소득주도 성장이 성공할 수 있는가? 즉, ‘소득증가-소비증가-성장’이라는 선순환이 달성될 수 있는가? 이것은 케인즈적 망상에 입각한 것으로서 결코 달성될 수 없다. 성장의 핵심적인 요인은 절약, 즉 자본축적을 통한 기계, 도구 등 자본재의 증가이다. 자본재의 증가가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맨손으로 작업하는 것과 도구를 이용하여 작업하는 것을 비교해 보라. 따라서 소비의 증가로 인한 저축의 감소는 오히려 후퇴를 초래한다. 자본소비를 통해 일시적으로 성장이 가능하지만 결국 자본의 감소로 후퇴하게 된다. 물론 소득의 증가로 소비와 저축이 동시에 증가한다면 성장할 것이다. 이 경우에도 성장의 요인은 소비가 아니라 저축이다.

만약 정부가 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다면 저축 증가를 통해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측면에서 정부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옳은 정책이라고 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소득은 생산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저축의 증가 없이는 소득 증가는 불가능하다. 이런 점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위에서 제시한 넷째에서 여섯째까지의 의문이다. 이것들을 차례로 검토해보자.

넷째,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이 소득(및 고용) 증가를 초래하는가? 공공부문의 일자리의 창출은 조세를 통해 이루어진다. 조세의 증가로 민간 부문의 소비와 투자가 감소된다. 그로 인해 민간부문에서 고용이 감소한다. 따라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이 고용과 소득의 증가를 초래할 수 없다.1)

심지어 수축된 민간의 일자리가 증가된 공공부문 일자리보다 가치가 크다. 왜냐하면 조세로 축소된 민간부문의 일자리는 조세가 없다면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재화를 생산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은 오히려 국민소득을 감소시킨다. 중앙은행으로부터 정부자금의 조달, 즉 통화량 증가에 의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도 궁극적으로 불황을 초래하여 소득 및 고용을 증가시킬 수 없다. 자세한 것은 필자의 에세이 ‘정부는 일자리를 창출할 수 없다’를 참조하라.

다섯째,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을 지원하고 우대하는 것이 소득(및 고용) 증가를 초래하는가? 아니다. 이것도 위와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우선 기업에 대한 지원, 즉 보조금 역시 조세로부터 나온 것이기 때문에 민간부문의 고용과 소득이 감소한다. 또한 그런 지원과 우대는 인위적으로 경쟁력을 높여주는 특혜이므로 다른 기업들의 판매 감축과 도산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재화를 생산하는 기업들의 판매 감축과 도산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국민소득은 오히려 감소한다.

여섯째, 중소기업의 투자지원 정책이 소득(및 고용) 증가를 초래하는가? 그렇지 않다. 이것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지원 보조금은 조세로 충당되고, 또한 경쟁력을 높여주는 특혜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통하여 소득 향상 및 고용 증가를 달성할 수 없다. 그리고 저축의 증가 이외의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소득을 향상시킬 수 없다. 따라서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일곱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힘든 이유는 무엇인가? 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어려운 이유는 정규직이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모든 동일노동에 대해 노동 수급에 일치하는 시장임금으로 동일임금을 적용한다면 비정규직이 발생하지 않고 모두 정규직이 된다. 그러나 정규직이 시장 임금보자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하고 파업을 통해 그것을 쟁취한다면 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낮은 임금으로 해고하기 쉬운 조건으로 계약에 응하는 비정규직을 고용하게 된다. 비정규직을 현재의 높은 임금 수준과 어려운 해고 조건을 갖고 있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기업이 존속될 수 없다. 따라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정규직이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김 위원장의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원칙은 진실처럼 보이지만 역시 궤변이다. 왜냐하면 강성노조와 귀족노조가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기업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적용할 수 없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실업의 근본적인 원인은 임금수준이 노동의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시장임금 수준보다 높게 강제되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시장임금 수준에서는 현 임금수준이 낮아서 스스로 일을 하지 않는 자발적 실업만 존재한다. 이런 실업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것은 현행 임금수준에서 일하기를 원하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비자발적 실업이다.

일반적으로 실업이라는 것은 비자발적 실업을 지칭한다. 임금수준이 시장임금보다 높으면 기업의 노동수요는 감소하고 근로자의 노동공급이 증가하여 실업이 발생한다. 임금수준이 시장임금보다 더 높아지는 이유는 정부의 최저임금제 실시와 노동조합의 힘 때문이다. 따라서 일자리의 창출, 즉 실업의 해결책은 정부와 노조가 노동시장에 간섭하지 않고 임금결정을 시장에 맡기는 것이다.

이상의 분석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통하여 소득 향상 및 고용 증가를 달성할 수 없다. 둘째, 소득주도 성장 패러다임은 성공할 수 없다. 셋째, 비정규직 발생의 원인은 정규직 노조의 힘 때문이고, 실업의 원인은 정부의 최저임금제 실시와 노동조합의 힘 때문이다.

이런 결과는 다음을 시사한다. “정부의 개입과 노조를 비롯한 이익집단의 간섭을 허용하는 큰 정부는 성장, 일자리 창출, 소득 향상을 달성할 수 없고, 그런 개입과 간섭이 허용되지 않는 자유시장, 즉 작은 정부만이 그것을 달성할 수 있다. 또한 작은 정부, 즉 자유시장만이 기득권을 철폐시킬 수 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작은 정부가 좋은 정부라는 잘못된 믿음을 버려야 한다”는 주장은 궤변이다. “자유시장을 추구하는 작은 정부만이 좋은 정부이다”라는 것이 진실이다. 정부는 자유시장이 되도록 개인의 신체와 재산을 보호하는 임무에만 충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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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이승모, “정부는 일자리를 창출할 수 없다”,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자유경제에세이, No. 122. 2015년 5월 16일

글/이승모 경제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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