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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일자리 해법, 맥을 잘못 짚었다


입력 2017.06.27 06:30 수정 2017.06.27 11:33        데스크 (desk@dailian.co.kr)

<자유경제스쿨>경제 민주주의 실천은 자유 시장경제

사회적 타협 아닌 경제운행 시스템으로 일자리 풀어야

일자리위원회 이용섭 부위원장(왼쪽 두번째)과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이 23일 오전 서울 창성동 정부청사 별관 일자리위원회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간담회에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고용·노동 정책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연합뉴스 일자리위원회 이용섭 부위원장(왼쪽 두번째)과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이 23일 오전 서울 창성동 정부청사 별관 일자리위원회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간담회에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고용·노동 정책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6.10 민주 항쟁 30주년 기념사에서 ‘경제 민주주의’를 현 정부의 화두로 제시했다. 일자리 문제는 민주주의의 문제이며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역설이다. 소득과 부의 극심한 불평등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그 근본 원인이 일자리 때문이라는 문제 인식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일자리 정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런데 제시된 경제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단을 보면 실제로 경제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는 시장경제와는 한참 거리가 먼 것들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으로 인상, 법정 근로시간 단축,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이른바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과세 강화 등은 모두 경제 주체들의 자율적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정부의 강제다. 희한한 것은 실업과 정규직/비정규직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는 노동시장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다는 사실이다. 정작 문제의 근본이 되는 중요한 점을 회피하면 해결은커녕 또 다른 문제들을 양산할 뿐이다.

대저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현대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정착된 정치 민주주의는 1인 1표를 기본으로 한다. 그런데 민주적 의사결정 방식에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믿는 대중들의 맹신과는 달리,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도 함께 인식돼야 한다. 다수의 투표를 통해 이뤄지는 의사결정에서 채택되지 못한 연합에 속한 표는 사표(死票)가 되는 것이 그런 것이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되지 못한 후보를 지지한 표는 그러한 의사 표시가 있었다는 것과 그에 따른 의미의 해석 외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

그러나 경제에서는 모든 사람들의 경제 행위가 총생산, 산업 구조, 임금, 이자, 고용 등에 미치는 영향이 똑 같다. 즉 1원 1표 방식에 의해 사표 없이 경제의 운행과 자원배분에 똑같은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런 것을 가장 잘 보장하는 것이 자유 시장경제다. 따라서 경제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단이 자유 시장경제가 아닌 다른 것을 의미한다면 그것은 형용모순이다. 사회적 시장경제가 형용모순인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그 의미가 서로 근본적으로 달라 결합될 수 없는 두 단어를 묶어 실체를 규명하거나 목적을 달성하려는 정책은 당연히 실패한다.

흔히 주장되는 바는 시장경제에서 개별 소비자는 공급자에 비해 힘이 약하고 개별 근로자는 고용주에 비해 힘이 약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소비재로 출시되는 제품의 양과 특징을 결정하는 것은 특정 소비자의 선호가 아니고 다수의 선호다. 그래서 개별 소비자는 다중의 선택에 순응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임금을 포함한 노동 계약 조건을 결정하는 것은 개별 근로자가 아니라 취업하려는 다수의 구직자이다. 따라서 각 근로자는 고용주의 횡포나 착취가 아니라 자신과 같은 다수의 근로자들이 결정한 압력에 순응하게 된다.

이와 같이 다중의 의사가 빠짐없이 반영되는 경제 민주주의가 실천되는 곳이 바로 방해받지 않은 시장경제다. 최저 임금은 자유로운 노동 시장의 움직임을 정지시키고 실업을 늘릴 뿐이다. 임금이 시장 여건에 따라 자유롭게 움직이면 비자발적 실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하다지만 이들이 취업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직 기다릴 여력이 있다는 뜻이다. 즉, 이유야 어떻든, 취업하지 않고 실업 상태로 머무는 것이 더 낫다는 뜻이다. 개인이 일할 것인가 아니면 실업 상태에 있을 것인가는 근로와 실업을 견주어 볼 때 실업이 더 낫다는 자발적 선택 사항이기 때문이다.

청년 실업을 비롯한 일자리 문제는 우발적인 것은 아니다. 겉으로는 우발적으로 보이는 것들의 밑바닥에는 항상 주된 원인들이 있다. 인공지능 등 노동절약적 기술 발전도 하나의 요인이 되겠지만, 이른바 대학 반값 등록금 등으로 대부분의 고등학교 졸업자들을 대학으로 불러들여 학생들의 기대감만 한껏 부풀려 놓은 잘못된 정책, 대부분의 직장이 만들어지는 기업 옥죄기 정책, 장기간의 저금리로 경제의 소비구조와 생산구조를 어긋나게 한 정책,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시행한 정년 연장, 경제 활동을 둘러싼 수많은 규제 등이, 때로는 크게 때로는 작게, 영향을 미쳐 일자리 문제라는 오늘의 총체적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이런 근본적 원인들을 제쳐두고 일자리 문제를 사회적 타협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사안에 대한 인식 능력 부족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일자리는 경제 운행 시스템으로 풀어야 할 문제이지 사회적 타협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결국 대통령이 현 정부의 화두로 제시한 경제 민주주의의 실천 수단은 경제 민주주의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반시장적인 것들이다. 이런 잘못된 정책으로 자유로운 시장의 작동을 방해하면 일자리는 더욱 줄어든다. 문제의 근본을 성찰하지 못하고 일자리위원회를 만들고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방식으로는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글/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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