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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제2의 인생들을 만나다


입력 2017.07.16 12:05 수정 2017.07.16 12:06        데스크 (desk@dailian.co.kr)

<어느 퇴직부부의 신나는 제주여행>

세프라인월드~자연사랑 미술관~포니밸리~동문시장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2015년 여름 한 달 동안 아내와 함께 전국일주 여행을 한 것을 그동안 매주 1회씩 연제한데 이어, 동년 12월 28일부터 2016년 1월 21까지 제주도에 25일동안 살면서 여행한 것을 앞으로 1주일에 하루씩 연재한다. 총 55일간의 여행기를 한꺼번에 보고 싶다면 서점에서 '부부가 함께 떠나는 전국 자동차여행'(북랩출판사 간)을 찾으시길...<필자 주>

【1.5(화), 아홉 번째 날】

25일 동안 제주도 여행 중 머물렀던 숙소.ⓒ조남대 25일 동안 제주도 여행 중 머물렀던 숙소.ⓒ조남대

아침에 눈을 뜨니 비 오는 소리가 나서 문을 열어보니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땅이 젖은 것을 보니 밤사이 꽤 비가 온 것 같다. 아침을 꽁치김치조림과 함께 간단히 먹은 다음 우리 집 전경과 주변 풍경을 사진으로 담았다.

오늘은 제주도 동부지역의 세프라인월드와 절물자연휴양림, 삼나무숲 길과 제주의 두맹이 골목 등을 돌아보기로 했다. 비가 부슬부슬 오는데도 불구하고 집을 나섰다. 세프라인월드를 가려면 한라산 북쪽인 제주 쪽으로 가는 것이 빠르지만 어제 아침에 성산 쪽으로 가면서 산록도로 길거리에서 외상으로 마신 커피값을 갚기 위해 한라산 남쪽 산록도로로 가서 길거리 자동차 커피집을 찾아가기로 했다.

우리 집에서 43㎞ 정도 가니 자동차 커피집이 나왔다. 반갑게 주인아저씨와 인사를 하고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를 시키고 어제 외상값과 함께 7000원을 드렸더니 대단히 반가워한다.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솔오름 전망대 밑에서 비를 피해 서서 안개에 둘러싸인 한라산과 서귀포 앞바다를 구경하며 커피를 마셨다. 어제는 옆에서 샌드위치와 주스 등을 판매하는 자동차가 2대 더 있었는데 오늘은 안 보여 아저씨께 물어보니 주변에서 공사하는 인부들이 오늘 비가 와서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 사람들도 안 나온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비가 오니 커피가 당기는지 자동차 타고 가다 커피를 사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

비가 와서 자동차 안에 들어가 딸 내외에게 주변 사진을 찍어 문자를 보내고 있는데 커피 아저씨가 귤을 가지고 와서 먹어 보라며 주신다. 이제 겨우 두 번째 만나는 손님이고 단지 관광객일 뿐인데 이렇게까지 관심을 가져 주셔서 너무 고맙다. 마치 오래전부터 만나 친분이 있는 사람처럼 정이 간다. 많이 파시라고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오는 도중에 우리가 한라봉을 산 선귀한라봉농원에 전화를 해서 5㎏ 귤 한 상자를 딸네 집에 보내달라고 주문했다. 택배비 포함 1만 7000원이란다. 딸이 임신해서 그런지 귤을 먹고 싶단다. 경희가 전화했더니 금방 알아본다. 쉽지 않은 일인데 대단하다. 그러면서 또 놀러 오란다. 시간이 된다면 한번 가봐야겠다.

첫 방문지는 세프라인월드이다. 빗길에 구좌읍까지 찾아갔는데 주차장에 차가 한 대도 없다. 관광지 이름도 세프라인월드가 ‘올래놀래’로 바뀐 데다 올래놀래도 아직 준비 중이란다. 할 수 없어 옆 세프라인 매장에 들어가 경희가 냄비 3개를 산 다음 나왔다. 관광지 성격이나 업종이 바뀌면 다시 안내해야 하는데도 그대로 두니 모르는 사람은 헛고생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이다.

아침에 출발할 때는 기온이 6도 정도로 그렇게 쌀쌀하지는 않았는데 사려니숲길 입구 부근 한라산 중턱으로 올라오니 외부 기온이 1도로 내려가고 비가 눈으로 바뀌어 차 유리창에 휘날린다. 날씨가 쌀쌀해 휴양림 탐방 등 외부 활동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아 주변 실내에서 관람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니 포니밸리의 마상공연이 2시부터 시작하는 것이 있다.

시간이 많이 남아 점심을 먹기 위해 주변 맛집을 검색해 보니 제주 돼지 삼겹살이 맛있다는 식당이 있어 찾아갔다. 표선 가시리에 있는 ‘나목도식당’이다. 동네 사람들이 와 있는 것 보니 맛이 괜찮은 모양이다. 조금 지나 점심시간이 되니 관광객들로 10여 개 되는 식탁이 금방 꽉 찼다. 제주도 관광안내책자에 맛집으로 소개되니 이를 보고 찾아오는 모양이다.

고기 맛이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좋은 것도 아닌 평이한 식당이다. 생고기와 삼겹살 각 1인분을 먹고 순대국수 1그릇을 시켰다. 순대국수는 주문하자마자 금방 나온다. 순댓국에 삶은 국수를 넣어 만든 것으로 국수가 다 퍼져 맛이 별로다. 커피를 뽑아서 마시다 손님이 자꾸 들어와서 자리가 부족할 것 같아 바깥으로 나와서 커피를 마셨다.

‘자연사랑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제주도 풍경 사진 액자.ⓒ조남대 ‘자연사랑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제주도 풍경 사진 액자.ⓒ조남대
옛 폐교를 이용하여 만든 ‘자연사랑 미술관’ 모습.ⓒ조남대 옛 폐교를 이용하여 만든 ‘자연사랑 미술관’ 모습.ⓒ조남대
‘자연사랑 미술관’ 뜰에 있는 옛 초등학교 시절 사용하던 연대.ⓒ조남대 ‘자연사랑 미술관’ 뜰에 있는 옛 초등학교 시절 사용하던 연대.ⓒ조남대

나오다 보니 ‘자연사랑 미술관’이라는 안내판이 있어 찾아갔다. 식당에서 150m 정도 거리인데도 마상공연까지는 아직 시간이 2시간이나 남아있어 가보았다. 폐교를 이용하여 미술관으로 만든 것이다. 어제 본 ‘김영갑갤러리두모악’과 비슷한 컨셉이다. 전시공간은 더 넓고 전시물 내용도 오히려 다양하다. 그런데 홍보가 안 되어서 그런지 찾는 사람이 별로 없다.

자연사랑 미술관은 사진작가 서재철 님이 30여 년 동안 제주신문과 제민일보에서 사진기자와 편집부 국장으로 있으면서 제주의 한라산을 비롯한 신비로운 자연과 제주 사람들의 삶의 현장인 포구, 해녀 등을 사진으로 촬영하여 전시하고 있다. 5천여 평의 학교 부지와 교실을 활용하여 쉼터를 마련하고 오래된 사진기와 제주 포구 등 특색 있는 전시회를 갖고 있다.

전시실 입구에 찻잔과 도자기 등을 전시한 선반을 보자 경희가 자기도 이런 선반을 만들어 달란다. 그동안 손수 만든 꽃차를 보관하기 위해서는 선반이 필요하다나. 시간이 된다면 내가 한번 만들어 봐야겠다. 서재철 님의 자연사랑 미술관에 전시된 멋있는 제주 사진 몇 장을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포니밸리’의 마상공연.ⓒ조남대 ‘포니밸리’의 마상공연.ⓒ조남대
‘포니밸리’에서 여자들이 공연하는 모습.ⓒ조남대 ‘포니밸리’에서 여자들이 공연하는 모습.ⓒ조남대

2시에 마상공연이 있어 포니밸리로 이동했다. 관람객이 벌써 좀 와 있다. 모바일티켓을 보여주니 1만 8000원 하는 입장료를 9500원으로 할인해 준다. 상당한 할인율이다. 기분이 좋다. 점심을 그냥 공짜로 먹은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하루 오전 2번 오후 1번 등 3번 공연이 있는데 한번 공연하는데 50분 정도 걸린단다. 공연시간이 임박해지자 단체로 입장하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비가 와서 야외관광이 어려우니 실내 공연하는 데를 찾다 보니 더 관람객이 많아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상당히 큰 공연장이 거의 꽉 찰 정도다.

공연내용은 재밌다. 마상쇼, 몽골 아가씨 고공묘기 등 공연내용이 현란하고 스릴도 있다. 출연자 대부분은 체구가 작다. 크면 말 타는데 부담이 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몽골족의 체구가 원래 작은지는 잘 모르지만 몽골은 한때 징기스칸이 10만의 병력으로 속도전을 전개하여 세계를 제패한 적도 있으며, 고려 시대 말기에는 우리나라가 원나라의 속국이 되다시피 한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대부분 중국에 흡수되고 일부만 몽골공화국으로 남아 있는 등 옛날에 비하면 너무 초라한 형국이 된 것 같아 측은한 생각이 든다.

공연을 마치고 바깥으로 나오니 주차장에 관광버스가 꽉 차있다. 비가 오니 모두 이쪽으로 몰려온 모양이다. 우리가 본 공연이 마지막 공연인데 버스에 사람들이 타고 있는 것으로 보아 관람객이 많다 보니 한 번 더 공연을 할 모양이다.

공연을 마치니 3시가 되어 비가 아직도 오는 데다 날씨도 쌀쌀하여 더 이상 관광은 하지 말고 제주항 인근 동문시장으로 가서 필요한 물품을 사기로 했다. 동문시장에도 돌아다니기가 복잡할 정도로 관광객이 많다. 비가 오니 더 사람이 많아진 모양이다. 우리는 반찬 할 김치와 낙지 젓갈, 어묵, 조기, 흑돼지 오겹살, 멸치, 계란 등을 사고 호떡도 하나씩 사 먹었다. 또 경희 가죽구두를 1만 원에, 멋있는 내 모자를 5천 원 주고 샀다. 오랜만에 둘이서 시장을 보니 재밌다.

그런데 시장에서 제일 붐비는 곳은 떡볶이 집이다. ‘사랑분식’과 ‘서울떡볶이’ 가게다. 서울떡볶이 집은 SBS런닝맨에 방송됐다고 홍보하고 있으며, 사랑분식은 가게가 적어 들어가지 못하니 길게 줄을 서 있어 지나가는 행인에게 지장을 주고 있다. 부산 국제시장에 있는 ‘꽃분이네 집’이 영화에 나오는 바람에 손님들이 많더니만 여기 떡볶이 집도 그런 모양이다. 손님들이 많아 들어갈 생각도 못 하고 우리 볼일만 보고 나왔다. 한참 주차를 해 놓았는데도 나올 때 주차비는 1100원밖에 안 나왔다.

동문시장에서 1시간 정도 걸려서 6시쯤 집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집에 왔다. 우리 집 주변 500m 이내에는 인가가 없는 것 같다. 밤만 되면 주변이 완전 캄캄하다. 시골이라 그런지 가로등도 없다. 그래서 우리 집은 외딴섬을 밝히는 등대 같은 느낌을 준다.

어제와 오늘 우연히 두 곳의 사진 전시관을 관람하게 되었다. 모두 평생 해온 일을 잘 정리하여 이제 일반 국민에게 보여 주고 나누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김영갑 님은 일생동안 준비한 것을 마무리하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애석하게도 본인이 사망한 데 비해 서재철 님은 아직도 활동하면서 부인과 함께 갤러리를 운영하는 모양이다. 본인들이 일생동안 즐겨 해 온 것을 앞으로도 계속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또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길거리 자동차 커피숍 아저씨도 비록 자동차로 이동하면서 커피를 만들어 팔고 있지만 커피에 대한 자부심과 품위도 있고, 온정과 여유도 있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 그쪽으로 갈 기회가 있다면 또 만나봐야겠다.

선귀한라봉농원 주인아주머니와 아저씨도 제주도에서 만난 사람 중 꽤 괜찮은 사람이다. 이분도 한라봉 전문가다. 다른 집보다 훨씬 맛있다. 그리고 정이 간다. 그냥 한번 만나고 끝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손님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오도록 하는 마력이 있다.

마지막으로 생각하는 정원의 성범영 원장은 집념의 사람이다. 종업원의 이야기에 의하면 IMF 당시 경매에 넘어가게 되었지만 경매하는 당일에도 분재원에 나와 그냥 묵묵히 일했다고 한다. 낮에는 열심히 일하고 밤에는 책보고 공부하는 사람인 것이다. 분재마다 설명해 놓은 글을 읽어 보면 작가 못지않게 교훈적인 내용을 잘 적어놓았다. 우리나라 학생 등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이나 교육에 대해 많은 아쉬움을 갖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위에 거론한 사람들은 모두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사람들로서 집념과 끈기 그리고 따뜻한 정을 가진 사람들이다. 나는 앞으로 남은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고민이 깊어지고 한편으로는 조금 가닥이 잡히기도 하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글/조남대 전쟁과 평화연구소 연구위원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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