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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집값, 떨어지는 것만 중요한가?


입력 2017.07.21 11:18 수정 2017.07.21 11:31        박민 기자

정부 잇단 규제책에도 서울 아파트값 연일 상승 중

추가 규제 통해 집값 상승세 억누르는게 바람직한가

서울의 아파트 단지 전경.(자료사진) 서울의 아파트 단지 전경.(자료사진)

"대출 받아서 집 샀는데 집값 떨어지고 있다는 말이 들리면 기분 좋겠어요? 집 살 생각이나 들겠어요? 막말로 집값이 오르면 좋은 건데 왜 자꾸 '집값 떨어지도록 강한 규제를 가해야 한다'라는 식으로 말하는지 이해를 못하겠어요. 정말 시장이 침체되면 깡통전세, 깡통주택 등의 문제가 더 클 텐데 말입니다..."

정부의 6·19 대책 한 달이 지나 서울 아파트 시장의 반응을 보기 위해 전화를 걸었던 한 공인중개업소 사장의 볼멘소리였다. 그는 최근 아파트값 상승은 시장의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왜 언론이 자꾸 추가 규제를 유도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반문했다.

지난해 정부는 서울 등 일부 지역의 주택시장이 과열양상을 보이자 11·3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이후에도 열기가 사그라지지 않자 올해 6·19대책까지 추가로 가세했다. 신규 분양시장을 철저히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하고, 강남 재건축 단지 등의 투기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시장은 정부 기대와 달리 열기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책의 풍선효과로 전매제한 규제에 해당하지 않은 분양권에 수천만원의 웃돈이 붙었다. 강남의 한 재건축 단지는 대책 직후 멈칫하다가 다시 수억원의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붙었다는 말도 들린다.

물론 일부 단지에 국한된 가파른 상승세를 전체 시장으로 확대 해석하는건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정부 대책의 효과가 없다며 더욱 강력한 규제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일각에선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집값 상승세를 어디까지 이상현상으로 보고 규제를 가할지 심도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한 대학교수는 지금 일부 지역의 국지적인 아파트값 상승현상은 저금리 상황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막대한 부동자금이 쏠림으로 인해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내다봤다. 그는 투자수요도 실수요자와 함께 주택시장을 받치고 있는 한 요소이기에 일률적인 규제보다, 단기시세차익에 대한 투기거래만 과세를 세게 물리면 된다고 주장한다.

특히 하반기에는 집값과 직결돼 있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지금보다 강화될 예정이고, 글로벌 기준금리 인상기조와 주택공급 과잉 등으로 자연스런 집값 하락세를 예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로 규제책이 나올 경우 시장이 더욱 침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데일리안 생활경제부 박민 기자. 데일리안 생활경제부 박민 기자.
사실 서울의 아파트는 평범한 회사원이 월급을 모아 장만하기 불가능 할 정도로 비싸다. 그들은 그래서 정부 정책이 하늘 높은줄 모르고 올라버린 아파트값을 떨어뜨려 주길 바란다. 그러나 한편으로 내가 사는 집, 또는 내가 살 집에 대해서는 가격이 오르길 바라는 모순된 생각이 공존하고 있다. 그래서 시장에 부합하는 이상적인 대책이 나오기가 어렵다.

한가지 확실한 점은 집값 상승 원인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없이 단순히 투기로 규정하고 억제책만 강제하다보면 더 큰 부작용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규제의 역설로 자칫 시장 침체가 발생할 경우 정작 집 한채가 재산의 전부인 서민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경제학자들은 늘 한 목소리로 '시장의 질서, 보이지 않는 손이 만들어내는 질서 보다 강력한 것은 없다'고 말한다. 자율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에 획일적인 규제를 가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현재 집값 상승세를 놓고 추가적인 규제가 필요한 시점인지, 아니면 시장의 질서에 맡길 것인지, 선별적 억제 방도를 고민할 것인지 정부와 언론 모두 되돌아볼 시점이다.

박민 기자 (mypark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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