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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주도 성장은 칼 마르크스를 연상케 한다


입력 2017.08.18 07:31 수정 2017.08.18 07:58        데스크 (desk@dailian.co.kr)

<자유경제스쿨>자본가 것을 빼앗아 노동자 것으로 만들면 성장?

경제 성장 견인하는 가장 확실하고 분명한 방법은 자본의 축적

지난 7월 25일 오전 서울시 중구 바른사회시민회의에서 열린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론 실험,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정책 토론회에서 주요 인사들이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7월 25일 오전 서울시 중구 바른사회시민회의에서 열린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론 실험,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정책 토론회에서 주요 인사들이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현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을 성장 정책의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그런 주장은 일견 그럴듯해서 일부 보통 사람들은 꽤 수긍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만약 그런 주장이 성립하려면 성장을 초래하는 요인들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먼저 ‘소득 주도’의 의미를 따져 보자. 그런데 그것은 무엇이 경제주체들의 소득 증가를 가져올 것인가에 대해 우리에게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그냥 소득을 올리기만 하면 된다는 것으로 추측된다. 다시 말하면, 무엇으로 소득을 끌어올려 그것이 자연스럽게 성장을 가져올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규정해 놓지 않은 채로 둔 것이다.

소득 주도 성장에 세간에 말이 많은 최저임금제를 대입해보자.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소득 주도 성장이 가능할 것인가? 예전보다 높아진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은 높아진 임금만큼 소득이 상승하므로 소득 주도 성장이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최저임금의 한 측면만을 본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는 조만간 감소할 것이고 그 결과 실업자는 증가할 것이다. 그리고 최저임금을 피할 수 없는 ‘기업가-자본가들’은 손실을 감내해야 하거나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사업을 완전히 포기해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제의 부정적 측면이다. 한 마디로, 최저임금을 올려서 소득 주도 성장을 하겠다는 발상은 최저임금제의 어두운 측면을 외면한 것이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면 소득 주도 성장이 가능한가? 지금 기업들은 권력이 무서워 앞 다투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다. 공기업이나 정부의 직간접 영향력 아래에 놓인 기업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의 소득은 올라가고 성장은 자연히 뒤를 이을 것이다. 그러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후에 기업이 노동비용 총액을 늘리지 않을 계획이라면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은 삭감되거나 인상이 당분간 보류될 것이다. 기업들이 노동비용 총액을 늘린다면 그런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되거나 투자자금은 노동비용으로 사라질 것이다. 그 결과 조만간 실업률이 악화될 것이 예상된다. 소득 주도 성장은 여기에서도 가능하지 않다.

정부 공무원과 유사 기관 일자리 82만개(편의상 연간 16만개로 하자)를 순차적으로 늘리면 될까? 16만 명의 취업준비생이나 구직자가 내일 당장 지정된 직장으로 출근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연간 소득은 그만큼 상승하고 경제는 성장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연봉을 주기 위해 소비자들과 기업가들은 소비 또는 저축(즉 투자)을 줄이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줄인 소비 또는 저축만큼 소득은 줄어들고 성장은 뒷걸음질 친다. 게다가, 공무원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는 곳에도 일자리를 위한다는 구실로 공무원 직책을 만들어낸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소득 주도 성장은 무엇으로 소득 상승을 주도할 것인가에 따라 경제성장이 현실화될 수도 있고 그 반대로도 될 수 있는, ‘성장을 촉발하는 원인’이 무엇인가를 규정해 놓지 않은 주장이다. 소득을 올리겠다는 지금까지의 정부 정책을 보면 주로 정부가 소비자와 기업가를 비틀고 겁박해서 강제로 소득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경제가 성장해야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경제가 성장하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원유와 같은 자원의 발견, 기술의 혁신이나 혁명, 각종 제도의 개선, 노동요소의 투입 증가 등이 경제성장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예를 들어 노동시간이 세계에서 최장인 한국에서 노동요소를 더 투입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그리고 재화에 대한 수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더 많은 노동요소의 투입을 강요하는 것은 기업을 망하게 하는 길로 이끄는 것이다.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가장 확실하고 분명한 방법은, 앞에서 나열한 방법을 제외하면, 자본을 축적하는 것이다. 물론 자본을 축적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과 기업가들의 저축이 선행돼야 한다. 기술 혁신이나 혁명도 사실 자본이 없다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원유와 같은 자원을 발견하기 위해서도 엄청난 자본이 투하돼야 한다. 각종 제도의 개선에도 자본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의 정부 정책들과 소득 주도 성장을 결합한 것은 마르크스를 연상케 한다. 세계의 노동자들이여 단결하여 약탈된 자신의 몫을 자본가들로부터 빼앗아라. 당연히 노동자들의 소득은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무책임하게도 그것이 성장을 초래할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글/전용덕 대구대 무역학과 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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