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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수교 25주년] 지나친 의존도, 높아진 리스크...대체시장 개척해야


입력 2017.08.23 06:12 수정 2017.08.23 11:14        박영국 기자

정치·외교 이슈에 취약…산업경쟁력 격차도 빠르게 축소

현대자동차의 중국 생산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 2공장 생산라인 전경.ⓒ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중국 생산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 2공장 생산라인 전경.ⓒ현대자동차

지난 25년간 중국의 고성장은 우리 기업들에게 큰 기회로 작용했다. 지리적 인접성과 경제적 호혜성, 문화적 동질성은 우리 기업들이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에서 사업을 펼치는 데 큰 이점을 제공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 기업들은 특정 국가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사드(THAA·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라는 정치·외교적 갈등 요인이 경제 분야에도 영향을 미쳐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거나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시장 공략 방식을 전환하고 대체시장을 개척해 중국에 대한 지나친 교역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 4분의 1은 중국향…정치·외교 분쟁 발생시 경제도 타격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한중 수교 25주년, 무엇이 달라졌나?' 보고서에 따르면 한중수교 첫 해인 1992년 당시 전체 수출의 3.5%에 불과했던 대(對)중국 수출 비중은 지난해 25.1%까지 확대됐다.

중국이 전세계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 전체 수출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특히 중국이 WTO에 가입해 글로벌 공급사슬에 편입된 2000년대 초반부터는 우리나라의 대중국 부품 수출의존도가 급격하게 높아졌다. 2000년 19.7%에서 2005년 40.0%로 급증했으며, 지난해에는 40.9%까지 확대됐다.

이같은 지나친 대중국 교역 의존도는 양국간 정치·외교 이슈가 발생하면서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의 사드 배치에 반발한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국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올해 상반기 소비재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21.9%나 감소했다.

현대·기아차 상반기 중국 판매실적.ⓒ현대자동차그룹 현대·기아차 상반기 중국 판매실적.ⓒ현대자동차그룹

국내 완성차 업체인 현대·기아차도 사드 여파로 올 상반기 중국 판매실적이 46.7%나 감소했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는 대부분 현지 생산이지만 현지 공장의 판매가 줄면서 한국 자동차부품 업체들의 대중국 수출이 큰 타격을 입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자동차 부품의 대중국 수출은 17억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38.3%나 줄었다.

◆한중 산업경쟁력 격차 축소…주요 품목 수출 경합 심화

한국과 중국간 기술력 등 산업경쟁력 격차가 축소되는 상황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우리의 주력 수출 품목들이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약화되거나 해외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과 경쟁 관계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수출경쟁력을 나타내는 무역특화지수에서 아직은 한국(0.18)이 중국(0.12)보다 우위를 보이고 있으나 중국이 산업재편과 ‘제조2025(차세대 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 ‘인터넷플러스’ 등 주요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R&D 능력 업그레이드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어 한중 양국 간 수출 경합이 심화되고 있다.

한중 8대 산업의 수출경합도.ⓒ현대경제연구원 한중 8대 산업의 수출경합도.ⓒ현대경제연구원
한중간 주요 산업별 수출경합도는 매년 크게 상승해 2015년 기준 석유화학이 0.72, 철강제품 0.69, 조선 0.79, 정밀기기 0.74 등으로 국가 간 수출구조가 완전 동일함을 의미하는 ‘1’에 가까워지고 있다.

IT(0.59), 자동차(0.46) 등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은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수출경합도가 낮지만,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빠르게 향상되면서 언제까지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중국 업체들에게 국내 시장을 잠식당하는 상황도 우려된다. 이미 화웨이·샤오미·하이얼 등 중국 IT·가전업체들이 저가를 무기로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 가고 있고, 북기은상기차·중한자동차 등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국내 시장 상륙도 잇따르고 있다.

◆중간재 중심 수출구조 탈피…아세안 등으로 제조기지 다변화 필요

이처럼 지나치게 높은 대중국 교역의존도에 따른 위협요인과 한중간 산업경쟁력 격차 축소에 따른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기존의 대중 교역 구조를 개선하고 대체시장 개척에 나서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한·중 수교 25주년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최근의 외교·안보 갈등으로 인한 부정적 효과를 우리나라의 대중 관계 업그레이드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중간재 중심 가공무역 일변도의 수출구조에서 탈피해 소비재 중심의 수출로 체질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의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 비중은 지난해 기준 74.0%로 매우 높은 수준인 반면 소비재 비중은 3.8%에 불과하다.

앞으로 현지화 및 맞춤형 전략을 통해 중국 소비재 시장 진출을 확대해야 하며, 특히 중국의 밀레니얼 세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무협은 강조했다.

또한 기초 과학기술 투자를 통한 핵심 부품 및 소재 개발로 정치·외교적 환경변화에 따른 경제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중국 교역의존도를 축소 차원에서는 일본 기업들의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이 참고 사례로 언급됐다. 중국 외에 아세안 등으로 제조기지를 다변화해 사드 이슈와 같은 차이나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중국은 이미 레드오션이고 사드 사태와 같은 통제 불가능한 정치·외교적 리스크도 상존하긴 하지만 여전히 세계 최대 시장이라는 매력을 갖고 있다”면서 “중국 시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을 보유하는 한편 동남아, 인도 등 신흥시장 비중을 늘려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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