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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자들' '김광석'...왜 개인영화열풍인가


입력 2017.08.26 10:04 수정 2017.08.26 10:08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닭치고tv>누구나 만드는 영화시대 누구도 못만드는 영화를

'공범자들'은 지난 10년간 공영방송이 어떻게 망가졌는지 집요하게 추적한다.ⓒ뉴스타파 '공범자들'은 지난 10년간 공영방송이 어떻게 망가졌는지 집요하게 추적한다.ⓒ뉴스타파

‘더플랜’, ‘공범자들’, ‘저수지게임’, ‘김광석’ 등 현실을 다룬 영화들이 잇따라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 봄엔 ‘노무현입니다’가 180만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이런 영화들이 대중의 관심을 받으며 개봉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지만, 제작자가 영화인이 아니라는 점도 이례적이다.

‘더플랜’과 ‘저수지게임’의 제작엔 김어준과 주진우 기자가 관여했고, ‘김광석’은 이상호 기자의 작품이다. ‘공범자들’은 과거 'PD수첩‘을 만들었던 최승호 PD의 작품이다. ’노무현입니다‘를 만든 사람은 영상대학원 교수다.

누구나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인터넷 시대에 영화제작도 ‘민주화’ 되는 것이다. 과거 대중매체는 권력이나 대자본의 전유물이었다. 그래서 대중문화산업이 등장한 초기에 이론가들은 대중문화산업 콘텐츠가 권력과 자본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첨단기술로 산업계 전체의 지형이 바뀐다. 대자본에 의한 대량생산 중심 체제에서 보다 다양하고 유연한 체제로의 전환이다. 구체제에서 개인은 무의미한 존재였지만 이젠 개인이 혁신과 생산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영화에서도 개인의 영향력이 커졌다. 구체제에서 영화는 대자본이 투여되는 가장 대표적인 대중문화 분과였다. 하지만 스마트폰, 소형카메라, 컴퓨터를 통한 후반작업 등의 기술혁신으로 한 개인도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됐다. 9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고화질 디지털 영상편집을 위해선 최소 억대의 시스템과 그것을 작동시킬 전문 인력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흔한 개인용 컴퓨터 하나로 해결된다. 고화질 카메라도 과거엔 매우 비쌌고 전문적 조작이 필요한 장비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러한 기술혁신에 의해 누구라도 고화질 영상을 작업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마침 인터넷 시대가 개막되면서 언로도 열렸다. 역사 이래로 국가적 정보전달 매체는 언제나 권력이 독점해왔지만 지금은 SNS를 통해 누구라도 전 국민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80년대까지는 국가가 국민을 학살한 사건을 묻을 수 있을 정도로 정보가 철저하게 통제됐지만, 지금은 누구나 자유롭게 문제를 던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영화는 지금 시대에 특히 유용한 도구다. 기존 언론사와 권력기구에게 개인은 여전히 무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인이 9시 뉴스의 내용을 바꾸거나, 권력기관의 수사 방향을 지휘할 수 없다. 하지만 컴퓨터를 활용해 영상작업 정도는 할 수 있다. 그렇게 만든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거나 극장 영사기에 걸면 대중에게 메시지 전달이 되는 것이다.

‘기레기’라는 생소한 신조어가 불과 몇 년 만에 일반화될 정도로 기존 매체의 신뢰성이 땅에 떨어졌다. 특히 국민 신뢰도가 아주 높았던 공영방송의 추락이 충격적이다.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의 신뢰도도 땅굴을 파고 있다.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을 것 같았지만 나날이 기록을 경신하며 지하로 내려간다.

그런 거대 시스템이 전해주지 않은 정보에 대한 갈증이 컸다. 그래서 개인이 만든 영상에 상업성까지 생겼다. 기존 시스템의 정보가 신뢰를 잃어버린 자리에 개인의 영상이 대안적 정보로 자리 잡는 것이다. 기술혁신으로 영상제작이 더 보편화되면 개인의 영향력도 더욱 커질 것이다.

문제는 있다. 기존 (정상적인) 방송사는 다양한 목소리들 속에서 균형을 잡으려 한다. 그래서 어느 집단이 보더라도 답답하다. 하지만 개인 영상은 특정 집단의 구미에 맞는 방향성을 설정해 일부의 박수갈채를 받을 수 있다. 서로 대립하는 집단이 저마다의 영상을 유통하기 시작하면 사회적 균열이 커진다. 그래서 중심을 잡는 기존 매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기존 매체가 중심을 잡기는커녕 특정 방향으로의 편향성이 심화되면 개인 작업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 공영방송사들이 걸어왔던 길이다. 이제라도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개인영화 열풍은 더 뜨거워질 것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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