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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KBS가 마봉춘 고봉순으로 다시 불릴 날은


입력 2017.09.04 06:09 수정 2017.09.04 07:25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닭치고tv>신뢰 추락이 예능 드라마 시청률까지 영향 침몰직전

 1일 오후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방송의 날 행사에서 MBC, KBS 노조원 등이 MBC 김장겸 사장과 KBS 고대영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고 있다.ⓒ연합뉴스 1일 오후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방송의 날 행사에서 MBC, KBS 노조원 등이 MBC 김장겸 사장과 KBS 고대영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고 있다.ⓒ연합뉴스

9월 4일부터 MBC 총파업이다. 지난 달 노조 파업찬반투표에서 재적인원 1758명 중 1682명이 참여해 투표율 95.7%, 찬성률 93.2%(1568명)을 기록해 역대 최고의 찬성률이 나타났다. 거의 대부분의 구성원이 파업에 찬성한 셈이다.

이번엔 편성 PD들까지 제작거부에 참여한다. 방송사의 편성 전략을 담당하는 직군으로, 이들까지 파업 대열에 나서는 건 이례적이다. 또, 2012년 파업 당시엔 드라마 메인 연출자들이 3일 정도씩 제한적으로 참여했지만 이번엔 전면적으로 참여한다고 알려졌다. 또, 기존 파업 땐 팀장, 부장 등 보직 PD들의 참여가 저조했지만 이번엔 아니다. MBC에서 이미 40% 이상의 보직 간부가 자리를 내려놨고, KBS에선 전체 보직 PD 중 90%에 달하는 이들이 사퇴했다.

이렇기 때문에 이번 MBC 파업, 더 나아가 KBS까지 합쳐 공영방송 파업이 사상 초유의 규모라고 평가 되는 것이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수준의 대규모 파업이기 때문에 방송에 미칠 여파가 어느 정도일지 구성원들 스스로도 가늠이 안 된다고 한다. 2012년과는 달리 이번엔 대체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불법인 상황이라 다른 인력을 급히 채용할 수도 없다.

일단 MBC 예능국의 < 무한도전 >, < 나혼자산다 >, < 발칙한 동거 빈방 있음 >, < 복면가왕 >, < 라디오스타 > 등 상당수 프로그램이 순차적으로 결방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사전 제작분이 있기 때문에 이번 주까지는 방영될 가능성이 높지만, 다음 주부턴 예능에 본격적인 파행사태가 시작될 것이다.

드라마국은 다양한 주체들간의 계약 관계가 얽혀있고, 제작 자체를 외주사가 주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결방 사태가 나긴 어렵다. ‘왕은 사랑한다’와 같은 사전제작 드라마 방영은 원천적으로 파업과 무관하기도 하다. 하지만 방송사 직원인 메인 연출과 스탭진들이 현장을 이탈할 경우 일부 드라마에선 사고가 생길 수도 있다. 대체 인력으로 제작할 경우 작품의 질이 하락할 수 있다. 워낙 초유의 사태라 MBC PD들도 파업 여파가 드라마에서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아직 예측을 못한다.

시사 쪽은 MBC 내부 블랙리스트가 폭로된 8월부터 제작거부에 들어갔기 때문에 이미 파행을 겪는 중이다. 라디오는 일선 PD들이 제작거부에 나설 겨우 대체할 간부의 수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파업 여파가 상당히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벌써 결방하거나 코너 진행을 포기하고 음악만 틀어주는 프로그램들이 생긴 상황이다.

비슷한 파업 열기가 KBS에서도 나타난다. KBS는 각 노조별로 이달 초에 순차적으로 파업에 돌입할 예정인데 MBC 작가들에 이어 KBS 라디오 작가들도 파업지지 성명을 냈다. 정규직원이 아닌 계약직 신분의 작가들이 방송사 파업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럴 정도로 파업 지지의 목소리가 크다는 뜻이다. KBS는 상대적으로 대체인력이 풍부해 MBC 만큼의 방송파행은 나타나지 않겠지만 시사교양 쪽에선 상당한 파행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 다른 부문에서도 여파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런 파업 열기가 나타나는 것은 공영방송 구성원들의 자괴감과 위기감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은 언론사 신뢰도 조사에서 언제나 1,2위를 다퉈왔는데 최근 들어 극적으로 추락했다. 국민들이 공영방송의 보도를 믿지 않게 된 것이다. 4대강이나 국정원 정치개입, 세월호와 같은 중대한 문제들에 대해 소극적이었던 결과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결정타였다. 국가의 근간이 흔들릴 정도로 엄청난 사태가 터졌는데 공영방송은 전혀 중심 언론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종편이 국면을 주도하는 동안 공영방송은 종편 보고 취재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러니 위상과 신뢰가 추락한 것이다.

사람들은 과거 MBC를 ‘마봉춘’, KBS를 ‘고봉순’이라는 애칭으로 부를 정도로 좋아했었지만 이젠 조롱의 대상으로 인식할 뿐이다. 공영방송사를 우습게 보는 여론이 넘쳐났고 이는 공영방송사 구성원들 가슴에 비수로 꽂혔다. 신뢰 추락이 예능, 드라마에도 악영향을 미쳐 이대로 있다가는 서서히 침몰하는 배에서 다 죽게 될 거란 위기감이 팽배해졌다. 그래서 방송국 분위기를 일신하려는 구성원들의 행동이 나타난 것이다.

MBC 직원들은 기존 경영진이 80년대 신군부를 뺨칠 정도로 직원들을 징계 또는 좌천시키며 무단 경영을 일삼았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구성원의 사기를 무너뜨리고 방송사 경쟁력에 치명적인 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공영방송이 이렇게 무너진 기간에 ‘기레기’라는 신조어가 일반용어로 정착됐다. 언론 신뢰도가 전반적으로 추락했다는 이야기다. 공영방송이 다시 마봉춘, 고봉순의 호시절을 되찾고 언론 신뢰도도 정상화될 수 있을까?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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