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생리대 논란' 6개월 외면한 정부…국민 안전은 어디에

최종편집시간 : 2017년 10월 19일 00:38:13
[기자의눈] '생리대 논란' 6개월 외면한 정부…국민 안전은 어디에
여성환경연대, 6개월 전 식약처·생리용품 업체 5곳에 시험결과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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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9-06 06:00
손현진 기자(sonson@dailian.co.kr)
▲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생리대 제품. ⓒ깨끗한나라

사회단체인 여성환경연대가 지난 2월 23일 관계 당국인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생리용품 제조업체 5곳에 시중 생리대 제품 유해성에 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환경연대는 "생리대 제조회사에 각 사 제품의 유해물질 검출시험 결과를 보냈고, 식약처에는 전체 시험 결과를 보냈다"며 "이와 함께 '대책을 마련해 달라, 검출시험 결과가 이렇게 나왔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내용을 덧붙였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언급에 따르면 식약처와 유한킴벌리·엘지유니참·깨끗한나라·한국피엔지·웨클론헬스케어 등 여성환경연대 시험 대상 제품을 만든 업체들은 생리대의 유해 가능성을 '릴리안 사태'가 촉발된 지난달 21일까지 6개월이나 모르쇠로 일관해온 셈이다.

릴리안 생리대를 만든 깨끗한나라는 "지난 2월 여성환경연대의 유해물질 조사결과 공문을 통해 자사 제품의 유해물질 수치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릴리안 생리대는 관련 피해 사례가 지난해부터 온라인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었다. 따라서 사회단체의 위험 경고를 전달 받았음에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여성환경연대가 의뢰해 강원대 김만구 교수가 수행한 해당 시험 결과를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따르고 있다. 식약처도 김 교수의 시험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연구자 간 객관적인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뢰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다만 무려 6개월 전에 시중 생리대에 관한 인체 유해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식약처와 제조업체들이 여론에 쫓겨 뒤늦은 대처에 나섰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설령 식약처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생리대 전수조사에서 '인체 유해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마찬가지다.

일부 여론은 여성환경연대와 강원대 연구진의 배후에 유한킴벌리가 있다는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생리대 부작용 논란이 이 업체의 '라이벌 죽이기'에서 촉발됐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성환경연대가 공개한 최종 결과표에서 국제암연구소(IARC)가 규정한 1, 2군 발암물질에 대한 검출 총량이 가장 높은 것은 유한킴벌리 제품이라는 사실까지 드러난 마당에 계속해서 '배후'에 집착하는 것은 오히려 생리대 유해성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일이 될 수 있다.

생리대 부작용 문제가 뒤늦게 터져 나오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릴리안 생리대'로 가장 먼저, 가장 크게 야단맞은 깨끗한나라가 아니다. 배후를 의심받은 여성환경연대도 아니다. 이런 다툼과 정부의 늑장 대응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 것은 다름아닌 우리 소비자다. 소비자들은 식약처가 뒤늦은 전수조사를 모두 끝마칠 때까지 어떤 제품도 안심하고 쓸 수 없게 됐다. 대형마트나 H&B숍에서 값싸게 구매할 수 있었던 제품들의 대체재를 곧바로 찾기도 쉽지 않다. 사태가 급하게 전개되면서 식약처 조사도 부실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그럴 경우 피해를 떠안아야 하는 입장 또한 소비자 쪽이다.

최근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위협한 '살충제 계란' 사태가 터지기 전에도 수많은 징후가 있었다. 2015년 폐기돼야 할 깨진 계란이 유통되면서 계란 관리 문제가 수면 위로 올랐고, 잇따라 계란 안전관리 종합대책도 수립했지만 결국 살충제 계란 사태가 터졌다.

식약처의 뒷북 행정이 되풀이되는 것을 국민들이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 1000여명의 사망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는 먼나라 이야기가 아니다.[데일리안 = 손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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