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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자유와 헌법 가치를 파괴하는 근로시간 단축


입력 2017.09.20 06:58 수정 2017.09.21 18:20        데스크 (desk@dailian.co.kr)

<자유경제스쿨>기존 근로자 일자리조차 위협받게 될 것

연간 근로시간 높아보이는건 주 40시간 정규직 비율 높은탓

29일 오전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앞에서 민주노총 전북본부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근로기준법 59조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59조는 사용자와 노동자가 서면 합의를 한 경우 연장근로가 가능하다는 조항 등을 담고 있다ⓒ연합뉴스 29일 오전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앞에서 민주노총 전북본부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근로기준법 59조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59조는 사용자와 노동자가 서면 합의를 한 경우 연장근로가 가능하다는 조항 등을 담고 있다ⓒ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9월 정기국회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최장 근로시간은 정규근로(주 5일 40시간), 연장근로(12시간), 휴일근로 16시간(토/일요일 8시간*2)을 더한 총 68시간이다. 정부 여당은 이 가운데 16시간의 휴일근로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최장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의 이유로 드는 것은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세계에서 최장시간 노동하는 국가라는 것이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연간 근로시간이 2113시간으로 멕시코의 2246시간에 이어 세계에서 장시간 근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미국은 1790시간이고 일본은 1719시간, 그리고 프랑스와 독일은 미국보다 300~400시간 적게 일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만 본다면,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이 유난히 길다. 따라서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것은 통계를 악용(惡用)하는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전형적인 속임수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만 보여주고, 자신의 주장에 반대되는 혹은 그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자료는 숨기는 것이다. 장시간 근로시간과 연관된 다른 통계를 조금만 들여다봐도 사정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앞서와 마찬가지로 같은 기관인 OECD에서 발표되는 다른 통계를 보자. 2016년 기준 ‘주 40시간 정규 근로자’의 비율은 우리나라가 77.7%로 매우 높은 반면, 일본 59.8%, 독일 51.3%, 그리고 프랑스 32.8%에 불과하다. OECD 평균은 64.2%이다. 주 40시간 정규 근로자의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높기 때문에 평균 노동시간이 당연히 길 수밖에 없다.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정규직 보호, 비정규직 철폐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으로 노동시장을 경직화시킨 정책들이 장시간 근로의 진짜 원인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야말로 ‘병 주고 약 주는’ 식이다.

근로시간 단축에 찬성하는 측이 기대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이른바 근로자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돌려주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신규 근로자를 고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근로시간 단축까지 시행되면 6개 공장을 모두 폐쇄할 계획입니다. 직원이 원해서 주말 근무를 하면 저는 범법자가 돼버립니다. 어떻게 공장을 운영하겠습니까.” 전방(옛 전남방직)의 조규옥 회장의 말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통상임금 판결에 이어 근로시간까지 단축시킨다는 소식에 나온 발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추가고용 등으로 매년 12조3,000억 원의 인건비가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더구나 이 비용의 70%는 근로자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이 부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근로자를 추가로 고용할 여력이 있을 리 없다. 오히려 기존 근로자의 일자리조차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기업들은 무인공장과 자동화 설비 등을 통해 인력을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 그것마저 어려운 기업은 존폐의 위기로 내몰릴 것이다. 그 어느 것도 일자리 보존 및 일자리 창출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정책담당자들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시장이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기 위해서는, 멀리 갈 것도 없이, 불과 10여 년 전인 2004년 근로시간을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했던 때부터 지금까지의 상황을 간단히 살펴보는 것으로 족하다. 당시 근로시간 단축에 앞장섰던 한 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4시간의 근로시간 단축으로 68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잠재성장률도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보고서의 예측은 전부 빗나갔다. 빗나간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거꾸로 갔다. 청년들의 취업난은 점점 가중되었고, 잠재성장률은 갈수록 낮아졌다.

획일적인 법정근로시간 단축에서 나타나는 무엇보다도 중대한 문제는 개인의 자유와 존엄이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노(勞)와 사(使)가 합의를 했더라도 근로기준법상의 법정근로시간을 넘기면 사업주가 처벌을 받게 되어 있다. 개인과 개인 혹은 근로자와 사용자의 의사 따위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노와 사 양측 모두에게 개인의 자유와 계약자유의 원칙 등은 전혀 주어지지 않고 철저하게 거부되고 있는 것이다.

헌법 119조 1항에는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법정근로시간의 획일적인 단축은 헌법에 명기되어 있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고 있는가?

글/권혁철 한독경제연구소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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