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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가격 통제는 가격의 본질적 기능을 저해한다


입력 2017.09.29 10:07 수정 2017.09.29 10:32        데스크 (desk@dailian.co.kr)

<자유경제스쿨>시장 가격 본질적 기능 간과해 가격 통제 역기능 과소평가

현 정부가 출범한지 100일을 넘어서며 정부가 추진하려는 경제 정책의 정체성 또한 점차 구체화되고 있으며 많은 이들이 이를 ‘소득주도 성장’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의 판단으로는 ‘국가의 인위적인 가격 통제’가 좀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지난 100일 동안 발표되거나 앞으로 추진이 예상되는 정책이 최저 임금 인상, 통신비 인하, 전월세 상한제 등과 같은 최저 혹은 최고 가격제 정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우선 현 정부에서 소득주도 성장과 서민 경제 안정화의 수단으로 추진하고 있는 최저 혹은 최고 가격제와 같은 가격 통제 정책은 가격 조정을 통한 시장의 효율적 자원 배분 기능을 차단하여 초과 공급이나 초과 수요와 같은 부작용을 야기한다. 정부가 인상과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최저 임금제와 전월세 상한제는 최저 및 최고 가격제의 경제적 역기능을 소개하기 위해 경제학 교과서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더 큰 문제는 교과서에서 언급하고 있는 초과 공급과 초과 수요로 인한 사중손실이 가격 통제 정책으로 인한 부수적 부작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흔히 간과되고 있으나 가격 통제 정책의 본질적 부작용은 지식과 정보의 전달이라는 가격의 핵심 기능을 저하 또는 왜곡시킨다는 데 있다. 즉 최저 혹은 최고 가격제와 같은 가격 통제 정책으로 인한 가격 왜곡으로 시장 참여자에게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되지 못하게 되면 시장 참여자의 올바른 경제적 계산이 불가능해진다.

시장 가격의 핵심 기능은 가격 조정을 통한 자원 혹은 재화의 효율적 배분이 아니라 효율적인 지식과 정보의 전달을 통해 시장 참여자들의 올바른 경제적 계산을 가능하게 하는 데 있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경제적 질서가 출현하기 위한 필수적 지식과 정보는 불완전한 상태로 다양한 시장 참여자에게 퍼져있다. 따라서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경제 문제는 주어진 자원의 배분 문제에 국한되지 않으며, 시장 참여자들이 각자 상이한 가치를 부여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들만이 알고 있는 자원의 다양한 활용 방식 중 가장 적합한 방식이 적용되도록 만드는 데 있다. 즉 시장 참여자들에게 불완전하게 분산되어 있는 지식과 정보가 적합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모색해야 하는 경제 문제의 핵심이다.

시장 가격은 상승과 하락을 통해 시장 참여자에게 분산되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적시적소에 전달할 뿐만 아니라 올바른 경제 계산을 위해 필수적인 최소한의 지식과 정보를 공급하는 신호 역할을 수행한다. 한 예로 특정 자원의 가격이 상승했을 경우 이 자원을 사용하던 시장 참여자는 자원이 더욱 희소하게 된 원인을 전혀 알 필요가 없다. 시장 참여자에게 중요한 것은 단지 기존보다 더 희소해진 자원을 절약하거나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대체재를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뿐이며, 이러한 시장 참여자의 반응은 다른 시장 참여자들의 연쇄적인 반응으로 이어져 종내 수많은 시장 참여자들의 계획이 자생적으로 조정된다.

물론 시장 가격의 변화를 통한 조정이 경제학의 균형점이 의미하는 바와 같이 항시 완벽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장 가격의 변화는 대다수 시장 참여자가 특정 자원 가격의 상승 또는 하락 요인을 모르고 어떠한 명령도 부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불특정 다수의 시장 참여자의 경제적 계산을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한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결정되고 하이에크가 경이적 존재로 평가한 시장 가격은 현재까지 인류가 발견한 가장 효율적인 지식과 정보의 전달 수단이며, 시장 참여자의 올바른 경제 계산은 시장 가격의 변화를 통해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받아 비로소 가능해진다.

그러나 가격 통제 정책으로 왜곡된 가격은 시장 참여자의 올바른 경제적 계산을 위해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아닌 정부의 통제로 결정된 가격은 자원 간의 상대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해 자원의 희소성에 대한 기준을 시장 참여자에게 제공하지 못하는 기능적 제약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인위적인 가격 통제는 자원의 절약 혹은 대체제의 사용 등이 요구되는지 등, 올바른 반응의 방향성을 경제 참여자에게 제시하지 못해 시장 참여자의 다양한 계획들을 자생적으로 조정하는 시장 가격의 기능이 차단되게 된다.

물론 최저 임금과 같은 최저 가격 정책이 노동자의 부족한 협상력을 보완해주기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라며 그 순기능이 간혹 주장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또한 근본적으로 틀린 얘기다. 만일 그러한 주장이 옳다면 노동 시장이 사용자 독점 시장 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협상력이 부재한 노동자에게 생산성보다 확연히 낮은 임금이 지급되고 있는 것이며, 이는 그만큼의 비효율성으로 인한 이윤 창출의 기회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족한 협상력의 보완을 위해 최저 임금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기 전에 이기적이고 약탈적이라고 묘사되는 기업가가 왜 이러한 이윤 창출 기회를 무시하고 지나쳐 버리는지 먼저 답해야 한다.

가격 통제 정책을 도입하려는 현 정부의 문제는 시장 가격의 본질적 기능을 간과해 가격 통제의 역기능을 과소평가하는 데 있다. 또한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결정되는 시장 가격의 정보와 지식 전달 기능을 정부가 쉽게 대체할 수 있다고 간주하는 치명적 자만의 산물이기도 하다. 시장 가격의 이점은 지식과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해 누군가의 인위적 개입이나 조타수 없이도 시장 참여자의 다양한 계획을 조정한다는 데 있으며 국가나 사회의 성공 배경에는 시장 가격과 유사하게 어느 누구의 개입 없이도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자생적 질서 및 제도가 항시 존재해 왔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시장은 보이지 않는 실체지만 다수의 지혜로 냉정한 선택을 하며 시장의 힘을 믿어야 한다”는 전 금융정책당국 책임자의 고별사는 현 정부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교훈이기도 하다.

글/윤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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