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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수우파 진영이 궤멸되지 않으려면...


입력 2017.09.30 07:29 수정 2017.10.16 10:05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이명박 박근혜 정부서 곶감 빼먹듯 자원고갈

토대를 튼튼히 하고 현장성 전문성 등 기반 육성해야

박근혜 정부가 기업들에게 요구해 보수 성향 단체에 돈을 대주고 친정부 시위에 동원했다는 '화이트 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보수단체 여러 곳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동시에 압수수색을 한 26일 서울 마포구의 보수단체 '시대정신' 사무실에서 검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연합뉴스 박근혜 정부가 기업들에게 요구해 보수 성향 단체에 돈을 대주고 친정부 시위에 동원했다는 '화이트 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보수단체 여러 곳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동시에 압수수색을 한 26일 서울 마포구의 보수단체 '시대정신' 사무실에서 검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연합뉴스

보수진영이 무너졌다. 재건도 요원하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오른쪽 날개가 꺾였다. 왼쪽 날개도 곧 한계에 이를 것이다. 추락이 예정되어 있다. 그런데, 아직도 왼쪽 날개는 그 동안의 오비행이 오른 쪽 날개를 탓이라며, 잘라내고 혼자 날 수 있다고 우긴다. 그들의 말은 심지어 진심인 것 같다. 몸통인 국민은 불안해하며 왼쪽 날개를 의지할 수 밖에 없다. 오른 쪽 날개는 여전히 믿음직스럽지 않기 때문이고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투표를 통한 최초의 여야정권교체가 있었던 1998년 상황도 비슷했다. 그러나 그 때는 실수로 잠시 넘겨줬다고 생각했다. 보수진영은 여전히 자신감이 있었다. 2002년 또 다시 실패하자 진심으로 심각성을 인정하고 위기감을 갖기 시작했다. 보수진영에 새로운 주체들이 생겨났다. 인적자원은 좌파에서 수혈받았고 방식도 그들로부터 벤치마킹했다. 전향한 좌파운동권이 새로운 우파단체들을 만들었다. ‘시대정신’ 등 ‘뉴라이트’ 우파단체들이었다. 여기에 전통적인 우파단체들이 결합했다. 소위 ‘아스팔트 우파’로 불리는 조직들이었다. 군 출신인사들의 단체들이 주류였지만 ‘어버이연합’같은 새로운 단체도 합류했다.

그들의 노력이 이명박, 박근혜정부 등 우파정부의 초석이 되었다. 한나라당, 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보수정당은 가능한 제도적 지원을 하는 대신 이들로 부터 에너지를 공급받았다. 그러나 한계가 있었다. 이들 우파단체들도 정당에 대한 불신이 있었고, 정당도 상황에 따라 우파단체들을 이용했지만 실질적인 동지관계로 발전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우파단체들은 제도적 안착을 하지 못했다.

이명박 정권에서 공을 세운 일부 뉴라이트 인사들이 청와대에 입성했고, 정치적 힘을 키울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것도 한계가 있었다. 개인이 아닌 단체의 자생력은 한계가 있었다. 정권은 푼돈을 뿌리긴 했지만 장기적인 계획으로 우파단체들을 육성하지 못했다. 개인이 과실을 독식했고, 단체들의 취약성은 지속됐다. 박근혜 정부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명박 정부보다 더 열악했다. 우파진영은 실용적인 이명박 정부보다 이념적으로 분명한 박근혜 정부에 더 열광했다.

몇몇 소수의 인사는 청와대로 들어가 힘을 쓰기도 했지만, 역시 권력핵심과 접근이 안되니 한계가 있었다. 청와대의 실세들도 대통령과 접촉이 안됐고, 접촉한다 해도 지시를 받아쓰기에 바빴다. 이들은 재량권이 없었다. 우파단체들을 편법으로 지원하고 필요에 따라 동원했다. 당연히 제도화도 자생력도 기대할 수 없었다. 자원을 곶감 빼먹듯 하고 다시 채우질 못했다.

갑자기 정권이 무너졌다. 여당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청와대와 연결고리가 있던 우파단체들은 거리에서 태극기 집회를 주도했다. 미적거리던 여당을 견인하고자 때로는 각을 세웠다. 여당은 태극기집회와 촛불집회의 눈치를 보며 분열했고, 결국 정권을 잃었다. 그렇게 우리나라의 보수진영 지금도 분열중이다.

새로운 정권은 집권과 동시에 보수정당과 보수우파진영에 대한 전방위적 ‘보복’을 시작했다. 박대통령은 탄핵후 구치소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다음 타겟은 이명박 전대통령이다. 결국 그들의 진정한 목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다. 노무현 전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명박 정권은 하늘아래 함께 할 수 없는 철천지 원수였다.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제도권의 야당과 국회의원들에게 정권의 압력은 한계가 있다. 국회에서 여당은 소수당이므로 공식적으로는 야당의 도움을 청할 수 밖에 없다. 복수의 마음은 굴뚝같지만 모시고 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새로운 정권은 보급선을 끊는 작전을 펴고 있다. 얼마 전 검찰은 ‘시대정신’과 ‘어버이연합’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정보기관과 전경련 등 경제단체의 지원이 끊겨 아사직전에 처한 우파단체들은 보복사정의 제물이 될 처지가 됐다. 검찰 등 사정기관은 조직생존을 위해서라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 같다. 재판에서 최종 신원이 된다 해도 치명적인 타격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그래도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 생각보다 집권세력은 고전하고 있다. 북핵문제 등 안보이슈, 인사난맥 그리고 역행하는 각종정책이 원인이다. 해야 할 것은 고집스럽게 거부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리하게 밀어붙였다. 여론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모든 싸움이 그렇듯 주춤거리는 적은 아군에게 기회를 준다. 보수우파진영이 한숨을 돌릴 기회 말이다.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된다. 눈앞에 이익을 쫒아서도 안된다. 이럴 때일수록 보수우파 진영은 멀리 보고 근본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 총선과 대선까지의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담론시장, 시민운동 등 토대를 튼튼히 해야 한다. 우파진영의 담론, 이론, 현장, 전문성 등 폭넓고 다양하고 건강한 기반을 육성해야 한다.

보수정당은 시민단체를 동지로 여기고 지원하고 육성해야 한다. 이를 마중물 삼아 정당이라는 배를 민심위에 띄워야 한다. 정권재창출을 향한 긴 여정동안, 성공적으로 항해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과거와 같은 단기적이고 편법적인 방법으로는 성과없이 실패만을 반복할 뿐이다.

보수우파 진영도 이제 보수정당에만 기대를 걸어서도 안 된다. ‘태극기집회’의 교훈을 살려야 한다. 이제 정당에 손을 벌릴 것이 아니라 자력으로 일어나야 한다. 좌파진영의 전유물로 여겨져 온 ‘팟케스트’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한다. 스마트한 도전정신은 야권의 특권이다. 성가를 올리던 JTBC의 시청률이 시들어진 것은 공격대상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보수언론 등 우파진영은 스스로 새로워지고 보수야당을 이념적으로 견인해야 한다. 전략적으로 필요할 때는 힘을 실어줘야 한다. 이제부터 4년 계획의 재집권 전략을 세우고 공감을 이루어야 한다. ‘조급함’은 보수우파 진영과 보수당이 ‘공도동망(共倒同亡)’하는 지름길이다. 긴 안목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때때로 협조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목표를 달성할 수도 있다. 이는 보수우파 진영 뿐 아니라 나라를 위한 일이다. 한쪽 날개로만 나는 새는 부드럽게 추락할 수 있을지 모르나 지속가능한 비행을 할 수는 없다.

글/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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