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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노'의 유지를 제대로 이행하려면...


입력 2017.10.07 06:54 수정 2017.10.16 10:05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불안한것은 미래뿐

소심한 복수에 천착하기보다 대승적 결단 필요

지난 5월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5월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고 노무현 전대통령은 유서에서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라고 썼다. 그 유서를 가슴에 간직하고 정치에 다시 입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그의 자서전 '운명'에서 “당신(노무현)은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고 썼다. 문 대통령이 노 전대통령의 유지를 오역한 것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이 알아차리지 못한 진의를 깨우친 것일까? 분명한 것은 그 과정에서 양자의 '운명'은 서로 크게 엇갈린다는 것이다.

노 전대통령은 가족과 측근들을 위해 스스로 희생했다.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짊어진 것이다. 그리고 모두를 용서하며 떠났다. 가족도 무사할 수 있었고, 측근들도 정치적으로 회생할 수 있었다. 결국 친노는 문재인을 통해 다시 집권할 수 있었다. 이보다 더 통쾌한 복수의 드라마도 없을 것이다. 이 정도 되면 드라마는 모든 것을 용서하고 미래와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 정석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그런 통속적 결말을 거부하고 과거에 집착하고 있다. 노무현 시즌2로 회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노 전대통령의 숙제를 풀겠다는 문재인 정부는 노 전대통령의 유지를 이행하는 것 같지 않다. 정적에 대한 ‘적폐청산’을 주장하지만, 오히려 과거 노 전대통령의 가족들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친노'에서 '친문'으로 이동한 ‘~빠’들은 진화보다는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 브레이크없는 폭주 기관차같다. 기관사인 문 대통령은 운전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며 방관하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노 전대통령의 ‘대승적인 결단’을 ‘소심한 복수’로 해석한다. 자기희생을 통한 전체의 회생을 무효로 만들고, 다시 노 전대통령 가족과 폐족이었던 친노의 ‘죄과’를 상기시키곤 한다. 노 전대통령은 ‘국민전체의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열망에 야권에 ‘거국내각’을 제의했지만, 문 대통령은 검증을 실패한 코드인사와 독식으로 노 전대통령의 유지를 퇴색시키고 있다. 한미FTA, 이라크파병 등 실리외교로 그나마 국가를 지탱한 노 전대통령의 길을 외면하고, 북핵위기에 끊임없이 좌고우면하며 방황하고 있다. 그 결과는 대통령 개인의 실패이상이다. ‘코리아 패싱 (Korea passing)’으로,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는데 우리가 소외되고 있다.

노 전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소울 메이트’라는 평가와 달리, 행태를 보면 뭔가 조합이 맞지 않는 것 같다. 과연 어떤 차이 때문에 이렇게 ‘엇갈린 운명’을 걷게 된 것일까?

노 전대통령은 누가 뭐래도 현실정치인이었다. 가치를 중시했지만, 현실도 직시했다.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분명히 구분했다. 반면 문 대통령은 근본적으로 정치인이 아니다. 운명이 그를 정치로 이끌었지만, 정치지도자가 되기에 정치적 경험이 많이 부족했다. 게다가 노 전대통령만큼 강단있고 스마트하지도 못한 것 같다.

과거를 돌아보자. 노 전대통령은 대통령이 되자마자 ‘노빠’를 경계했다. 현실적으로 국가지도자에게는 부담이 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노 전대통령이 보기에도 그들은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거칠었다.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는 유의미하지만, 좋은 대통령직을 행함에 있어서는 방해가 되는 존재였다. 그래서 노 전대통령은 문재인을 민정수석에 앉혔다. 대선과정에서 특별한 역할이 없었던 문재인 수석이 ‘친노’와 ‘노빠’를 원칙적으로 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문재인은 정치에 입문했고, 어려움을 겪던 대통령에게 친근한 존재가 되었다. 그가 결국 비서실장까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현실정치와의 ‘거리감’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마지막 비서실장이자 초상집 집사였던 문재인은 초토화된 ‘친노를 책임질 운명’을 스스로 떠안았다. 원조 ‘친노정치인’들이 약삭빠르게 배신하고 진영을 떠났기 때문이기도 했다. 마음이 여린 문 대통령은 그들의 요구에 충실했고, 결국 우여곡절 끝에 그들의 소망을 이루었다. 그러나 노 전대통령은 그 이상을 바랐을 것이다. 노 전대통령이 추구했던 정치발전과 ‘전 국민의 대통령’이 그것이었으리라. 문 대통령도 그의 뜻을 어느 정도 알았기에 대통령 자격으로 참석한 노 전대통령의 추도식에서 ‘모두의 대통령이 되어 성공한 정권을 만들고 다시 찾아오겠다’고 약속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약한 문 대통령은 다시 흔들렸다. 노 전대통령과 마주한 자리에서 혼자한 각오는 돌아와 측근들과 함께 한 자리에선 간데없게 되었으리라.

문재인 정부는 추도식 바로 전날 ‘4대강 사업 정책감사’로 이명박 정부를 겨냥했고,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이었던 우병우의 처가 땅 매입사건 등 국정농단 관련사건에 대해 재수사를 하라고
지시했다. 노 전대통령 추도식에서의 약속을 의심스럽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이후에는 역주행이 더욱 분명해졌다. ‘적폐청산’을 국정의 1차 목표로 삼고 모든 과거를 다시 들췄다. 소위 ‘진보정권(DJ, 노무현)’을 뺀 모든 정권에 해당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YS를 뺀 모든 보수정권이 대상이었다.(YS는 노무현을 정계로 이끈 인물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모두의 대통령’을 무색하게 하는 전형적인 ‘편가르기’, ‘정치보복’ 드라마다.

그 드라마에는 역시 검찰이 조연이다. 검찰의 정치중립을 이야기하면서도, 검찰의 최대 임무를 ‘박 전대통령 재판의 공소유지’로 천명했다. 노무현 정부에 항거하던 검찰의 기개는 이미 옛날 이야기였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노 전대통령때는 그나마 긴장과 견제가 존재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서 언론은 ‘문비어천가’를 되풀이 할 뿐이다. 공영방송 장악의지가 노골화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두 정부 모두 검찰과 언론을 불신했지만, 그 양태는 천양지차다. 지금은 적폐를 청산하겠다며 또 다른 적폐를 쌓는 것처럼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를 계승했다지만, 본질적으로 상반된 정부고, 상반된 리더십이다. ‘프레임이론’으로 치자면, 노무현 정부는 ‘접근 프레임’을 추구했고, 문재인 정부는 ‘회피 프레임’을 추구한다. 노무현 정부는 긍정적인 방향을 모색하고 미래를 추구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과거로 회귀한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는 가능성에 집중하는 ‘상위 프레임’이고, 문재인 정부는 실패를 두려워하는 ‘하위 프레임’을 견지한다.

누가 이야기했다. ‘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미래가 피해를 본다.’ 맞는 말이다. 이 정부 들어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찾을 수 없다. 현실의 위기도 애써 외면한다. 온통 과거 이야기다. 이대로라면 일제 강점기를 넘어 조선시대까지 올라갈 태세다. 이런 분위기라면 ‘예송논쟁’과 그 많은 정쟁이 다시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일부 ‘문빠’들이야 칼부림에 추석연휴에도 날 새는 줄 모르겠지만, 일반국민은 마음조리며 우리 정치를 근심하고 있을 것이다.

글/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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