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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중에 수많은 상념에 빠지다 결국...


입력 2017.10.07 22:36 수정 2017.10.07 22:57        데스크 (desk@dailian.co.kr)

<호호당의 세상읽기>추석의 의미 → 결혼 기피 → 하청의 나라 → 절망...

추석인 4일 밤 서울 하늘에 보름달이 관측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추석인 4일 밤 서울 하늘에 보름달이 관측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길고 긴 연휴, 나로선 한가로운 휴일의 연속이다. 귀성할 일 없고 분주하게 놀러갈 이유도 없는 터라 점심을 먹은 뒤 작업실에 나와 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아니면 생각에 잠겨서 시간을 보낸다. 오로지 공한(空閒)하다.

추석은 서양의 추수감사절과 같다. 하지만 오늘날에 와서 추석은 단지 사회적 관습일 뿐이다. 추석 당일 정오 무렵이 되자 벌써부터 전국 고속도로가 붐비고 있었다, 부모님 얼굴 한 번 뵙고 즉각 되돌아온다는 얘기였다.

예전의 추석은 애써 지은 농사의 결실을 보고 갖은 음식 장만해서 먹고 즐기는 거창한 축제였다. 여름의 단오절 축제와 더불어 농경사회의 큰 잔치였다.

하지만 그거야 ‘농자천하지대본’이던 시절의 얘기였고 오늘날의 추석은 내려갔다가 잽싸게 되돌아오는 날에 불과하다. 전 국민 기동(機動)의 날이라고나 할까.

이는 농사가 세상의 대본(大本)에서 말단(末端), 즉 끄트머리로 변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GDP에서 농업과 축산, 어업이 차지하는 비중이라고 해봐야 겨우 2.6%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그러니 우리가 흔히 써오고 있는 ‘먹고 산다’는 말 역시 이젠 틀린 말이 되었다. 먹는 것은 극히 일부이고 기타 등등에 돈을 쓸 데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하지만 달리 마땅한 표현이 없으니 앞으로도 꽤 오랜 세월 동안 먹고 산다는 말을 계속 쓸 것이라 본다.)

물론 추석 명절은 앞으로도 꽤나 긴 세월 동안 이어질 것이다. 사회적 습관으로서 말이다. 소향(故鄕)이란 개념 자체가 머지않아 없어지고 나면 덩달아 귀성 혹은 귀향이란 것 역시 사라져가겠지만 말이다.

1955년생인 나 호호당의 어린 시절 우리나라는 농업사회였고 그러다가 기업이란 것이 많이 생겨나고 공장이 많이 지어지더니 어느덧 서비스업이 주종인 오늘의 사회로 변해왔다. 아무 것도 모르던 시절을 제외하고도 대략 50년 이상의 세월 동안 우리 사회가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본 셈이다.

그 사이에 너무나도 많은 것이 변했다. 도덕 윤리 관념을 포함해서 풍속도 엄청나게 바뀌었다. 변해도 너무 변한 느낌이라 할까.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 ‘잊혀진 계절’을 부른 국민가수 이용은 인기절정에서 바람을 피운 것이 들통이 나서 전 국민적 비난을 받았고 그러다보니 졸지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도피해야 했다. 1985년의 일이다.

얼마 전 홍상수 영화감독은 여배우 김민희와의 스캔들이 있었지만 두 사람 모두 활동에 그 어떤 지장도 받고 있지 않다. 사람들은 그저 그들의 사생활이거니 할 뿐이다. 2016년의 일이다. 30년 사이에 이렇게 변했다.

혼인빙자 간음죄는 2012년에서 형법에서 삭제되었고 간통죄는 2016년 초에 삭제가 되었다. 이제 여성을 유혹해서 섹스를 했다고 해서 또 배우자 아닌 이성과 섹스를 했다고 해서 처벌받는 시대가 아닌 것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 역시 결혼 제도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도 대단히 높아 보인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에선 결혼을 하지 않고 동거하는 커플이 대세인 까닭이다.

혼인 신고를 했다가 헤어지게 되면 돈 문제가 너무나도 골치 아파서 그렇다고 한다. 이에 짝을 둔 여성들이 가장 받길 원하는 선물이 바로 혼인신고 증명서라고 한다.

신생아 출산 또한 그렇다. 예전의 농경사회는 일손 문제로 인해 자녀를 많이 낳아야만 했지만 오늘날과 같은 서비스 사회에선 굳이 자녀를 많이 낳을 이유도 없고 게다가 자녀의 양육비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솟고 있다는 점이 있다.

더불어 우리 사회의 경우 일자리 부족과 높은 주거비 문제로 인해 젊은이들이 결혼을 못하고 있다는 점 등등으로 인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어쩌면 인류 전체가 큰 국면에서 볼 때 어떤 분기점을 넘기고 서서히 혹은 급속하게 감소해가는 흐름으로 접어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결혼 제도의 소멸, 신생아의 감소, 일자리 부족, 인공지능의 등장 등으로 인해 1960년대의 베이비붐으로 절정을 이룬 인류의 개체수가 이제 줄어드는 추세 말이다.

특히 우리를 포함해서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전역의 경제가 성장한 결과 사망률은 낮아진 반면 출생률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2030년에는 전 세계의 65세 이상 인구 중 65%가 동양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보고서도 얼마 전 보았다. 아시아가 늙어가고 있다.

내가 보기에도 중국이 현재의 인구 14억은 물과 환경오염, 일자리 문제로 볼 때 유지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13억의 인디아 역시 그렇고 12억의 아프리카 역시 그렇다. 장차 대략 60년에 걸쳐 중국이 4억, 인디아가 3억, 아프리카 역시 3억 정도로 줄면 어느 정도 국제적인 긴장과 압력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사실 그간 참으로 말하고 싶진 않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여전히 하청국가, 즉 하청(下請)을 받아서 먹고 사는 나라에 머물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하청 업체 중에 가장 성공한 기업은 ‘삼성전자’라는 생각도 한다.

미국은 반도체를 생산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로부터 수입해갈 뿐이다. 이를 미국이 우리에게 반도체 생산에 대해 하도급을 주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하청국가인 셈이다.

삼성전자, 단연코 우리나라의 최고 성공기업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몇 년 전 어느 외국 경제평론가가 삼성전자에 대해 마치 스위스 시계처럼 정교하게 작동한다고 평한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말이 내겐 전혀 칭찬으로 들리지 않았다. 모든 일이 주어진 일정에 맞추어 돌아가려면 그 속의 사람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할 것이니 말이다. 그러면서 알았다, 삼성전자 자체가 하청기업이구나, 그렇다면 나라 전체가 하청 국가라는 사실이다.

‘갑질’이란 말이 우리 사회에선 유난히 문제가 되는 까닭도 이해가 되었다. 가장 위에 있는 기업이 갑이 아니라 을이라고 한다면 그 밑에 있는 협력업체와 하청기업들은 병이나 정, 심지어 무나 기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먹이사슬 속에 있으니 스트레스가 많구나 싶었다.

글로벌 위계질서 속에서 우리 경제는 잘 해야 을 아니면 병 정도의 위치에 있으니 비록 GDP가 제법 높다 한들 전 국민이 받는 스트레스는 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사실 이런 면에서 보면 G2 라고 나름 으스대는 중국 역시 하청국가에 불과하다.

흔히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 산다는 말을 한다. 과거 수십 년 동안 경제학자들은 입버릇처럼 수출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해왔지만 줄어들지 않았고 또 줄일 수가 없었다는 사실, 이 대목이야말로 우리나라가 하청국가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을 뿐이다. 해외로부터의 주문, 즉 하도급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경제인 것이다.

배를 만드는 일, 자동차 만드는 일,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만드는 일, 바깥에 나가서 건물이나 인프라 공사를 해주는 일, 원유를 정제해서 휘발유를 만들어 내다 파는 일, 이 모두 비싸게 사온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생산제작 기술을 최대한 발휘해서 하도급 계약을 수행하는 나라, 즉 납품하는 하청국가라는 생각, 슬프지만 현실인 것이다.

하청국가인 까닭에 우리가 과학이나 원천기술에 손을 대기가 어려운 이유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과학적 발전이나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일은 사실 ‘어느 세월에?’이다.

교육 쪽에선 창의적 인재양성을 떠들어대지만 사실 그런 인재는 과학이나 원천기술에서나 필요한 것이니 솔직히 말해서 우리의 경우 그렇게 급한 문제가 아니란 사실이다. 정부 역시 기초분야에 대해선 그저 투자하는 시늉만 내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문구만 달라질 뿐이다. 참 요원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추석 연휴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다 보니 이런 글을 쓰게 되었다. 하지만 어쨌거나 많은 이에겐 소중한 휴식일 것으로 본다. 잘 쉬고 잘 즐기고 해서 재충전의 시간이 되길 바랄 뿐이다. 여담이지만, 여성가족부에선 이번 연휴로 인해 내년 7월 쯤 신생아 출산이 늘어나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는 말도 들려오는 오늘이다.

글/김태규 명리학자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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