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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기간 연장의 4가지 모순


입력 2017.10.08 07:50 수정 2017.10.08 20:58        데스크 (desk@dailian.co.kr)

①형소법 제92조 구속기간 제한 ②롯데 SK 심리종결

③형평성과 관련 검찰 모순 ④수사 끝나면 불구속 원칙

박근혜 전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구속기간이 16일 밤 12시로 끝남에 따라 구속기간의 연장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여론과 정권의 눈치를 보며 좌고우면 하지 말고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석방한 후 불구속 재판을 진행하라."

필자가 재판부에 요구하는 결론이다. 네 가지 이유다.

첫째, 형사소송법 제92조의 구속기간 제한의 취지다.

이와 관련하여 판례는 일관되게 형사소송법 제92조의 취지는 ''미결구금의 부당한 장기화로 인하여 피고인의 신체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임을 판시하고 있다.

아울러 ''피고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가 피고인이 석방될 경우 재판 출석 불투명, 재판 지연, 증거인멸 등 우려보다 우선함''을 판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2001. 6. 28. 선고 99헌가14 결정)

결국 형사소송법상 구속기간의 제한은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 등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피고인의 인권보장'이라는 측면에서 규정된 것으로 법원의 재판진행의 편의나 검찰의 공소유지보다 훨씬 상위의 가치인 것이다.

따라서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이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데다 추가 증거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이유로 구속기간 연기를 요청한 자체가 위 조항을 완전히 형해화시키고 입법취지에도 명백히 반하는 것이다.

아울러 박 전 대통령이 구속 상태에서도 발가락 부상을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했는데 만약 석방되면 재판에 성실하게 출석할지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구속기간이 연장돼야 한다는 주장 자체도 '피고인의 인권'이라는 대의 앞에는 전혀 근거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둘째, 검찰이 구속기간 연장의 사유로 삼은 롯데와 SK그룹의 뇌물죄와 관련한 심리는 이미 모두 종결되었다는 점이다.

이미 심리가 종결된 공소사실에 대한 심리를 위해 구속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요구 자체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무엇보다 K재단이나 미르재단 등 공익재단과 관련한 뇌물죄의 경우 이미 이재용 삼성 부회장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는 점에서 이를 이유로 구속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더욱 합리성이 없다.

결국 검찰은 기간 내에 심리 종결도 어렵고, 추가 기소도 어려운 상태에서 어쩔수 없이 고육지책으로 구속영장에는 없지만 공소사실에는 있는 롯데와 SK그룹의 뇌물죄를 근거로 구속기간 연장을 신청하였지만 구속기간 연장의 판단은 법적으로 당연히 공소사실이 되어야 하고, 가사 검찰의 주장대로 구속영장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심리가 종결되어 전혀 그 필요성이 없는 것이다.

셋째, 다른 피고인들과의 형평성과 관련한 검찰 주장의 모순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의 정점이고,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 차은택 등 다른 피고인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구속기간이 연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이 또한 전혀 법리에 맞지 않는 주장이다.

즉 위 피고인들은 모두 재판 도중 별도로 기소된 새로운 사건이 있었고, 법원이 이 부분과 관련해 새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은 추가 기소된 사건이 없는데도 이미 재판을 받아온 혐의 중 기존 구속영장에 없는 일부를 떼어내 새로 영장을 발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위 두 가지 경우가 과연 같은가?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진정한 형평의 원칙이 아닌가?

결국 검찰은 위 피고인들의 경우 모두 기존의 공소장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범죄로 추가 기소가 되어 구속기간이 연장된 경우로 박 전 대통령의 경우와는 완전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형평성이라는 동일한 잣대로 판단한 모순이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영장제도의 취지다.

주지하다시피 영장은 유ᆞ무죄를 확정짓는 것이 아니라 단지 수사의 편의와 필요에 의한 것으로 수사가 끝났으면 불구속이 원칙이다. 아울러 공소제기 후의 강제수사는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것이 확고한 판례다.

그렇다면 이제 와서 다시 새로운 수사를 통해 증거조사를 하겠다는 검찰의 주장 자체가 명백히 법과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검찰이 주장한 '차고 넘친다'는 그 많은 증거는 어디가고 이제 와서 증거조사의 필요나 증거인멸의 우려로 구속영장을 신청한다는 자체가 그동안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반증해준다 할 것이다.

'법불아귀 승불요곡(法不阿貴 繩不撓曲)' 법은 신분이 귀한 사람에게 아부하지 않고, 먹줄은 굽은 모양에 따라 사용하지 않는다.

한비자(韓非子), '유도편(有度篇)'의 구절로, 법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필자는 지금이야말로 지는 권력에는 추상(秋霜)같이 엄하고, 뜨는 권력에는 춘풍(春風)같이 관대한 '굽은 법치'를 반드시 바로잡아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말뿐만 아니라 실천적 규범으로 확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 전 대통령이든, 그 누구든 법의 잣대는 결코 대상에 따라 굽어서는 안 된다.

법치의 생명은 누가 뭐래도 어떤 정치 세력이 권력을 잡든, 어떤 검찰이 수사를 하든, 어떤 사법부 판사가 사건을 담당하든 '동일한 결론'에 이를 수 있다는 국민들의 신뢰다.

어떤 세력이 정권을 잡는지, 어떤 검찰이 수사를 하는지, 어떤 판사가 재판을 하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는 한 우리 사회는 아직 법치주의 사회라고 보긴 어렵다.

이제라도 우리는 권력과 여론에 의해 철저히 훼손된 법치의 회복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권력과 여론을 법 위에 두면서 진정한 법치를 구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일 뿐이다.

재판부는 절대 여론이나 정권의 눈치를 보는 등 좌고우면하지 말고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지공무사(至公無私)의 자세로 절차를 진행하여야 할 것이다.

글/서정욱 변호사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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