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회장·은행장 분리하는 KB…향후 과제는?

최종편집시간 : 2017년 10월 19일 00:38:13
3년만에 회장·은행장 분리하는 KB…향후 과제는?
회장-행장 분리 경영체제 안착위해 내부출신 부행장 선임
리딩뱅크 탈환위한 노력 경주 및 노조와의 관계 개선 숙제
기사본문
등록 : 2017-10-12 16:20
이미경 기자(esit917@dailian.co.kr)
▲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전경.ⓒ데일리안

3년만에 국민은행장이 새로 선임되면서 KB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하는 작업이 본격화된다.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KB사태를 봉합하고 돌파구로 찾았던 것이 지주 회장과 은행장 겸직이었다.

윤종규 2기 체제에서는 금융지주와 은행이 서로 갈등없이 분리 경영체제를 안착하는 것이 최대 숙제다. 신임 국민은행장을 외부가 아닌 내부인사로 발탁한 배경도 분리 경영체제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윤 회장의 의중이 담겼을 것이라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지난 11일 상시지배구조위원회를 열어 허인 국민은행 영업그룹대표(부행장)를 국민은행장으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허 내정자는 국민은행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된 은행장 후보추천위원회의 검증 과정과 이사회 결의를 거친 후 오는 16일 주주총회에서 차기 은행장으로 최종 확정된다. 이로써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3년간 겸직을 맡아온 지주와 은행의 분리수순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해야한다는 견해는 일찌감치 제기돼왔다. 은행권의 경쟁이 촉발되고 금융지주가 덩치를 키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사결정이 점차 많아짐에 따라 전문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두 회사의 CEO를 분리해야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4년전 KB사태로 인해 내홍을 겪었던 KB로서는 리스크가 크지 않고 안정적으로 경영체제를 안착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금융권에서는 국민은행장도 KB사태의 전철을 밟지 않아도 될 인물이 내정될 가능성이 공공연히 제기됐다.

그동안 국민은행장은 국민은행 혹은 주택은행 출신이거나 외부출신이 맡았던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최초로 과거 1998년 KB국민은행에 흡수된 장기신용은행 출신의 허 내정자가 발탁되면서 그러한 관례도 무너졌다.

KB금융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그동안 여러 은행들과의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워왔던 만큼 출신과 상관없이 하나의 KB로 도약하는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허 내정자가 윤 회장과 손발을 잘 맞출 수 있는 인사로 꼽힌 것이라는 것이 KB금융측 설명이다.

또 허 내정자는 은행의 주요 핵심 직무인 전략과 재무, 여신심사, 정보통신 등 전반에 대해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오는 2019년 상반기에 완공되는 김포 KB통합주전산센터와 주전산기기 기종 선정하는데 있어 이해도가 크다는 것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2014년 전산 시스템 교체를 놓고 고조됐던 회장과 행장의 갈등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KB금융측은 허 부행장을 신임 행장으로 내정한 배경에 대해 "임직원들의 하나된 응집력을 모을 수 있는 조직관리 리더십과 역량을 보유했다"며 "원(One) KB 등 KB가 추구하는 가치를 공고히 하고, 그룹 최고경영자(CEO)와 호흡을 함께하면서 사업모델 혁신을 통한 리딩뱅크로서의 지위 강화를 견인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회장과 행장 분리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에 앞서 해결해야할 과제들도 많다. 리딩뱅크 탈환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하고 불편해진 노조와의 관계도 풀어야한다. KB사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회장과 한배를 탔던 임원이 행장으로 선임됐지만 회장의 권력이 과도하게 커질 가능성도 일부에서는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행장의 목소리가 작아질 유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 출신의 행장이 오히려 목소리를 내지 못한채 회장의 결정에 따라간다면 회장과 행장 분리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은행장이 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신임 행장의 임기는 2년으로 책임경영 체제 확립을 위해 오는 11월 21일부터 회장의 임기와 동일하게 시작된다. 허 후보는 임기 개시일 전까지는 내정자 신분으로 회장·행장 겸직체제의 조직 분리, 향후 경영전략 방향 설정 및 조직체계 정비를 위한 구상 등을 준비할 예정이다.[데일리안 = 이미경 기자]
ⓒ (주)데일리안 - 무단전재, 변형, 무단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