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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구조조정? 대박? 현대차 안의 동상이몽


입력 2017.10.13 06:00 수정 2017.11.09 17:40        박영국 기자

간부 직원들은 구조조정 악몽…노조원은 통상임금 이슈 편승 대박 꿈꿔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사옥 전경.ⓒ현대자동차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사옥 전경.ⓒ현대자동차

‘동상이몽(同床異夢).’ 최근 현대자동차 구성원들의 상황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말이다. 한쪽에서는 대박을 꿈꾸고 다른 한쪽에서는 악몽을 꾼다.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된 현대차의 하향곡선은 올해도 도무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더 암울하다. 3년 연속 판매목표 달성 좌절은 물론이고 전년대비 하락세를 최소화하는 것조차 힘겨워보인다.

현대차의 올해 9월까지 판매실적은 327만506대로 전년 동기대비 6.0%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 올해 판매목표인 508만대를 달성하려면 남은 3개월간 181만대를 더 팔아야 한다. 9월 이전 월평균 실적이 36만대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달성 불가능한 목표다.

이미 지난해보다 20만대 이상 뒤쳐진 실적을 연말까지 만회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에서는 사드 사태에 따른 판매부진이 언제 해소될지 알 수 없고, 미국에서도 판매가 계속해서 줄고 있다.

내수는 그나마 전년 대비 늘었지만 지난해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에 대한 기저효과가 대부분이다. 새로 들어선 노조 집행부가 본격적으로 임단협 교섭에 나서며 파업 카드를 내밀면 어떻게 뒤바뀔지 모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사 내에서는 연말 구조조정 괴담이 나돈다. 물론 비노조원인 간부들 사이에서다.

현대차 A 간부직원은 “실적은 안 좋고, 비용은 절감해야 되는데 노조는 못 건드리니 결국 임원과 간부들이 대상 아니겠느냐”면서 “올해처럼 연말 정기인사가 두려운 적이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고용이 보장된 노조는 이런 고민에서 자유로운 모습이다. 지난달 29일 치러진 새 노조위원장(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선거에서 노조는 강성으로 꼽히는 하부영 후보를 선출했다.

하 지부장은 이미 선거운동 과정에서 사측과 연내타결에 연연한 졸속합의를 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강경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그의 후보시절 공약에는 기본급 위주 임금 인상, 근속 수당 및 각종 수당 현실화, 국민연금과 연동한 정년 연장, 평생조합원 제도, 근속 30년 이상 조합원 유급 안식휴가 부여, 명절 및 하계휴가비 인상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하 지부장은 현대차 노조가 회사를 대상으로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했음에도 불구, 기아차 노조의 통상임금 승소 결과에 따른 소급 지급분을 동일하게 받아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1인당 15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간부 직원들은 구조조정 공포에 떠는데, 노조원들은 1500만원 짜리 대박을 꿈꾸고 있다. 회사측이 (매년 그랬듯) 노조의 파업 공세와 정치권의 압력에 못 이겨 이를 수용할 경우 간부 직원들을 내보내 절감한 비용으로 노조원들에게 목돈을 나눠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

박영국 데일리안 산업부 차장대우. 박영국 데일리안 산업부 차장대우.
현대차 B 간부직원은 “회사가 어떤 꼴이 나도 자신의 자리는 보장된다는 노조의 인식이 더욱 무리한 요구로 이어지며 회사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한탄했다.

자동차 산업은 수천 개 협력업체와 연계돼 있어 설령 완성차 업체가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다 경영위기에 빠져도 정부가 어떻게든 살려내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보장해 줄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조는 불과 8년 전 평택에서 일어났던 일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수 차례 주인이 바뀌고 수천명의 직원을 실직자로 내몬 쌍용차의 아픈 과거는 다른 어떤 기업에서건 재현될 수 있다.

쌍용차는 대량해고 사태 이후 2010년부터 8년 연속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먼저 무분규로 임금 및 단체협약을 타결하고 있다. 지난해 9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경영정상화 궤도에 접어든 원동력도 노사가 합심해 직장을 지켜내겠다는 화합 분위기였다.

현대차는 쌍용차보다 근로자들에게 훨씬 많은 것을 제공해주는 직장이다. 현대차 근로자들이 이 좋은 직장을, 기왕이면 쌍용차 근로자들이 겪었던 것과 같은 아픔을 겪지 말고 지켜내는 지혜를 발휘하길 기대해 본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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