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FTA결전 코 앞인데 한미재계회의, 정부인사는 왜 안갔을까?


입력 2017.10.17 06:39 수정 2017.10.18 08:30        이강미 기자

<이강미의 재계산책> 국감일정과 겹쳐 불참했다는 산자부, 새정부 눈치보기?

국가적 생존권 위기 극복 위해 대승적 차원 힘 모을때

조양호 한미 재계회의 한국위원장(한진그룹 회장·오른쪽에서 네 번째)와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제 29차 한미재계회의'에서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국 상공회의소 수석 부회장(왼쪽에서 네번째)의 개회사를 듣고 있다.ⓒ전국경제인연합회 조양호 한미 재계회의 한국위원장(한진그룹 회장·오른쪽에서 네 번째)와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제 29차 한미재계회의'에서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국 상공회의소 수석 부회장(왼쪽에서 네번째)의 개회사를 듣고 있다.ⓒ전국경제인연합회

<이강미의 재계산책> 국감일정과 겹쳐 불참했다는 산자부, 새정부 눈치보기?
국가적 생존권 위기 극복 위해 대승적 차원 힘 모을때


“정부가 미국의 통상압박에 대응할 의지는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정부의 통상대응능력이 실종된 것 같습니다.”

최근 만난 한 기업 임원은 자조섞인 목소리로 이같이 말하곤 한숨을 내쉬었다. 이는 비단 이 임원 뿐 아니라 다른 기업 인사들도 한결같이 내뱉는 말이다.

미국의 통상압박이 거세지고 있지만 정부의 통상대응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통상압박에 당당한 대응을 펼치겠다고 밝혔지만, 제대로 목소리 한번 내보지 못하는 것 같다.

정부는 지난 4일(현지시간) 한미FTA 재협상 요구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설상가상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5일(현지 시간) 미국 세탁기 산업이 한국 제품 때문에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판정, 우리 기업들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위기에 봉착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1일 미국의 세탁기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과 만남을 가졌으나 미국의 처분만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 제품을 겨냥한 미국의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 발동 여부는 오는 19일(현지시간) 공청회를 통해 윤곽이 드러난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먹고 사는 문제는 뒤로 한 채 이념정치, 포퓰리즘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기만 하다. 여전히 적폐란 깃발 아래 블랙리스트에 이은 화이트리스트 색출에 혈안이 돼 있는 듯한 모습이다. 기업들 역시 밖으로는 글로벌 통상압박이 거세지고 있고, 안으로는 전방위적인 정부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숨통이 턱턱 막혀온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강미 산업부장. 이강미 산업부장.
이 와중에 지난주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한·미 경제계가 한미 FTA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도한 ‘제29차 한·미 재계회의’서 양국 경제인들은 “한미 FTA가 없었다면 무역불균형은 심화됐을 것”이라며 “한미FTA로 양국이 윈윈하고 있고, 오히려 미국측에 더 유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 FTA가 재개정되더라고 상호호혜적 입장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기업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문제해결이 쉽지않아 보이는 난제에 대해 민간차원에서 양국 경제인들이 모처럼 한 목소리를 내줬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해체압박 등에 시달리며 숨죽이고 있던 전경련이 국내기업들을 위해 모처럼 시원하게 제 역할을 해줬다는 평가다.

다만, 아쉬운 것은 한미FTA 재개정과 미국의 세이프가드 위기를 코 앞에 둔 상황에서 한미 재계회의에 통상관련 정부인사들은 단 한명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동안 매년 한미재계회의가 열리면 통상관련 정부인사들이 참석해 왔던게 관례였다.

일각에서는 최순실 사태 이후 전경련 해체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자칫 현정부에 밉보일까 봐 불참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이에대해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면서 “그동안 미국 경제계 인사들과 꾸준히 접촉해 온데다, 이번엔 국정감사기간이라 자리를 비울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또다른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국정감사 기간이라 자리를 비우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도 “최순실 사태 이후 전경련 행사에 참석하는게 하드타임(어려움)해 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 게다가 이번 제29차 한미재계회의는 FTA 재협상과 세이프가드발동 등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현안을 두고 한국과 미국의 경제인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중요한 회의였다. 전경련이 아무리 잘못이 있고 밉더라도, 이 자리에 우리 정부측 통상관련 인사들도 참석해 유리한 분위기를 만드는데 힘을 보탰어야 마땅하지 않았을까. 미국 경제인들조차 한미FTA 재개정에 반대 목소리를 내주고 있지 않은가. 물론 양국 경제인들의 목소리에 트럼프 행정부가 얼마만큼 귀를 기울일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양국 경영 최일선에 있는 이들이 직접 한 목소리를 내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국가적으로 먹고 사는 문제가 달려있다. 우리의 생존권을 앞에 두고 현정부, 전정부 따지며 눈치볼 때가 아니다. 더군다나 이런 문제를 두고 정부관료들이 현정권의 눈칫밥이나 먹게 해서야 되겠는가. 대승적 차원에서 승자의 넓은 아량과 솔로몬의 지혜가 아쉬워 지는 대목이다.

이강미 기자 (kmlee502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이강미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