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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가동률 '뚝'…강성노조에 산은 역할론까지


입력 2017.10.17 12:19 수정 2017.10.17 12:24        박영국 기자

산은 비토권 만료…GM 한국철수 저지 수단 사라져

노조는 고액 임금인상 고수…본사 경영권 침해하는 발전방안 요구

한국지엠 말리부 조립 라인에서 직원들이 차량을 검수하고 있다.ⓒ한국지엠 한국지엠 말리부 조립 라인에서 직원들이 차량을 검수하고 있다.ⓒ한국지엠

산은 비토권 만료…GM 한국철수 저지 수단 사라져
노조는 고액 임금인상 고수…본사 경영권 침해하는 발전방안 요구


국내 3위 완성차 업체 한국지엠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내수 부진과 GM 본사의 유럽 철수로 가동률은 크게 떨어졌고, GM의 한국시장 철수를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였던 산업은행의 비토권도 효력을 상실했다. 임금교섭과 관련된 강성노조와의 대치도 계속되고 있다.

17일 한국지엠에 따르면, 이 회사 주요 공장 가동률은 4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차 스파크를 생산하는 창원공장은 100%에 가까운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고, 트랙스를 생산하는 부평 1공장도 70% 수준으로 가동되고 있지만, 크루즈를 생산하는 군산공장은 20%, 말리부를 생산하는 부평 2공장은 60%의 가동률에 그치고 있다. 부평 엔진공장도 가동률이 30%에 불과하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엔진 수요 감소로 부평 엔진공장의 가동률이 낮은 상태고, 완성차 공장도 일부 차종의 판매 부진으로 가동률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낮은 가동률로 인해 회사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GM의 한국 철수설’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특히 한국지엠의 지분 80%를 보유한 GM이 회사를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견제 수단이었던 산업은행의 ‘비토권’도 지난 16일부로 사라졌다.

한국지엠 노조는 회사의 위기를 산은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노조는 지난 16일 ‘한국지엠 산업은행 비토권 만료에 따른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와 산은은 2002년 대우자동차 매각 당시 체결한 협약 중 단 하나도 이행하지 않았음에도 그대로 방치했고, 협약만료 시점인 현재까지도 제대로 된 감시나 제제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또 산은이 지난 2010년 GM측과 ‘장기발전 기본합의서’를 추가로 체결한 뒤 매년 협약 이행을 점검하겠다고 해놓고 제대로 된 감시 없이 회사를 방치해 뒀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산업은행의 방임 속에 한국지엠은 글로벌 GM에 4년간 5.3% 고금리의 4400억원 이자를 상납하는 등 비정상적인 경영을 해오고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의 몫이 됐다”고 비난했다.

산은의 비토권 만료로 GM의 한국 철수 위기감이 고조되자 정부와 산은의 ‘역할론’을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회사측은 산은의 비토권 만료 이후에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글로벌 GM의 구조조정 계획에 한국 철수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차례 밝혔다”면서 “산은과의 협약이 만료되더라도 바뀌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오히려 강성 노조의 존재가 한국지엠의 존속에 위기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13일 카허 카젬 사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사측과 임금협상 교섭에 나섰으나 카젬 사장의 통역사 교체 문제로 결렬을 선언한 이후 한 달 넘게 사측과 대치 상태다.

노조는 올해 임금교섭에서 ‘미래발전전망 확보’를 최우선의 목표로 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과 성과급 500% 지급 등 임금 부분에서의 무리한 요구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

적자 누적으로 경영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에서도 기본급 5만원 인상과 성과급 1050만원 등 회사측 제시안으로는 만족을 못 하겠다는 것이다.

노조가 ‘미래발전전망확보’라고 내놓은 방안도 한국지엠 차원에서 손 댈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노조는 쉐보레의 유럽 판매 재개, 동남아시장 개척, 러시아 시장 재진입, 유라시아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크로스오버 생산, 소닉 후속모델의 미국시장 공략 등을 통해 한국지엠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회사의 경영전략, 그것도 한국지엠이 아닌 글로벌 GM에서 결정해야 할 부분이다. 한국지엠이 이를 글로벌 GM에 ‘건의’를 할 수는 있어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확약’을 할 수는 없다.

현대자동차 앨라배마공장 노조가 현대차의 글로벌 경영전략을 놓고 현대차 미국법인과 협상을 벌이겠다고 한들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화답해줄 리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업계에서는 한국지엠 노조가 회사의 미래를 보장받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선진 노사문화 구축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어떤 기업이든 구조조정을 진행한다면 효율이 떨어지는 공장은 정리하고 생산성이 좋은 공장을 살리는 게 정석”이라며 “한국이 임금이 높고 강성 노조가 수시로 파업을 벌이는 곳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는 게 한국지엠이나 르노삼성과 같은 외국계 완성차 업체가 모기업의 다른 해외 공장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우선 과제”라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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