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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위 오른 아파트 '후분양제'…득보다 실?


입력 2017.10.18 06:00 수정 2017.10.18 06:19        권이상 기자

정부 후분양제 단계적 도입 밝히며 업계 파장 예고

후분양제로 수요자 중심의 시장으로 전환, 반면 분양가 상승 불가피

대형사와 중견사 간의 건설사업 양극화 심화 우려

후분양제 도입으로 건설 업계에서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일대 아파트 전경. ⓒ권이상 기자 후분양제 도입으로 건설 업계에서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일대 아파트 전경. ⓒ권이상 기자


최근 정부가 아파트 후분양제 도입을 위한 로드맵 마련 계획을 밝히면서 건설시장에 큰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후분양제 도입은 주택 수요자에게 아파트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평균 분양가 상승과 주택공급 축소 등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태다.

특히 건설사 입장에서는 수익성 악화와 대형 건설사와 중견 건설사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국토부 산하 기관과 연구 기관들도 후분양제 도입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후분양제는 아파트를 착공하기 전 분양하는 선분양제와 달리, 아파트를 70~80% 이상 짓고 분양하는 방식이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후분양제 로드맵’을 마련하고 공공부문부터 민간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3일 박상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국감에서 “실무 차원의 논의는 있었지만 기관 대 기관의 공식 검토는 없었다”며 “국감 이후 국토교통부와 로드맵 마련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도 후분양제 도입을 찬성하면서, 사실상 도입이 유력해진 상황이다.

최근 후분양제 도입이 업계에서 불거진 것은 일부 대형건설사가 서울 강남 일대 재건축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후분양제를 제시하면서다.

이미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과 후속조치로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예고한 가운데, 대형건설사들이 시공권 수주를 위해 재건축 조합에게 일반 분양가를 높이는 방법으로 후분양제를 입찰 조건으로 걸었다. 일반적으로 일반 분양가가 높아지면 정비사업 조합원들의 분담금은 상대적으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후분양제 도입은 장단점이 뚜렷하다. 우선 주택 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후분양제는 선분양제와 달리 아파트 시공이 어느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분양을 해 실물 확인이 가능하다.

수요자들이 조감도만 보고 아파트를 고르면 정확한 층 높이와 방향 등 확인이 어렵지만, 후분양제의 경우 구매할 주택의 건설 상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계약 후 단기간 내에 입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건설업체의 부도 위험이나 폭리, 투기세력의 개입과 부실시공 논란을 막고, 비교적 정확한 공사비용을 산출할 수 있어 적정한 분양가 산정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장점보다는 부작용이 더 많이 예상된다. 가장 먼저 후분양제는 시공사의 자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일반적으로 시공사들은 선분양을 통해 분양가의 70% 정도인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공사를 시작한다. 자금 여력이 충분한 대형 건설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덜 하겠지만, 자금 여력과 신용등급이 낮은 중견사에게는 아파트 시공에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이와 같은 현상은 1000가구 이상의 대형 사업장에서 심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한 중견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전용면적 80㎡ 아파트 1가구 당 순공사비가 2억~3억원 정도 든다고 감안했을 경우, 후분양제가 실시되면 1000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데 3000억원 정도의 사업비가 필요하다”며 “금융권의 힘을 빌리더라도 금융이자 등의 부담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후분양제 도입은 수요자 입장에서도 그리 달가운 소식은 아니다. 시공사의 금융비용이 증가할수록 분양가격 상승 등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중견건설사들은 공공택지 공급이 더이상 나오지 않고 재건축·재개발로만 새 아파트를 짓는 서울에선 사업을 거의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주보)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후분양제 연구결과에서 "제도 도입에 앞서 건설사 금융 문제에 대해 확실한 대안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주택 시장에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업계 전문가들은 후분양 도입하더라도 업계를 아우를 수 있는 조건 등을 세분화해 조심스레 도입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려다 무산됐던 후분양제 도입은 공급 물량 축소를 야기시킬 수 있어 서민들의 주택 공급을 방해할 수 있다”며 “후분양제를 도입하더라도 공공과 민영 아파트, 전용면적에 따른 차별화 등을 고려해 신중히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이상 기자 (kwonsg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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