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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옥, 단지 서투른 조언이었을까


입력 2017.11.06 05:42 수정 2017.11.06 05:48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닭치고tv>아끼는 후배에 대한 조언보다 강권과 회유로 비쳐져

가수 문희옥이 후배 가수에게 사기, 협박 혐의로 피소된 가운데 녹취록이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KBS 동영상 화면 캡처. 가수 문희옥이 후배 가수에게 사기, 협박 혐의로 피소된 가운데 녹취록이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KBS 동영상 화면 캡처.

문희옥 측에서 공식입장을 내놨다. ‘아끼고 사랑한 후배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여 조언을 했을 뿐인데 단지 ‘서툴렀던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협박, 사기와 같은 범죄 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여론이 가라앉지 않는다. 일단 시점이 너무 늦었다. 정말 억울했으면 일이 불거진 후 기자들이 연락했을 때 바로 억울함을 호소했을 거라는 게 상식적인 추론이다. 초기에 묵묵부답으로 알려졌고 나중에 해명이 나왔기 때문에, 전략적인 검토를 거친 후의 대응이라는 인상을 줬다.

녹취록의 내용도 단지 조언이라고 하기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이제 더 이상 얘기하지 마. 네 입에서 '얘기 안 할게요' '입 다물게요' 이 얘기 듣지 않는 이상 난 너랑 할 얘기가 없어’라고 강권하는 듯한 부분이다.

아끼는 후배를 위한 조언이면 사건을 묻는 것과 터뜨리는 것, 두 선택지에 각각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를 설명해주고 후배의 판단을 도울 것이다. 상처에 공감하고 차분히 생각하도록 마음을 가라앉혀줄 것이다. 하지만 녹취록에선 무조건 입을 다물라고 다그치기만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또, 피해자의 주변인이 받을 피해를 너무 과장한다. 피해 가수의 식구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장사도 제대로 못할 것이다, 주현미도 크게 다친다, 피해가수의 할머니와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이 손가락질 받을 것이라는 식으로 이해될 수 있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성추행 피해자가 가해자를 고발하는데 식구들이 왜 다치며, 장사에는 왜 피해가 생긴단 말인가? 제3자인 주현미는 또 왜 다치고, 할머니와 친구들은 왜 손가락질을 받는단 말인가?

있지도 않을 피해자 주변인의 과장된 피해를 말함으로써 피해자가 겁을 먹게 하는 듯한 논리구조라는 게 문제다. 이런 논리가 더 문제인 것은 피해자를 가해자로 몰기 때문이다. ‘너 하나 속 풀자고 니 주변 사람들 다 힘들게 할 거야!’라는 의미로 읽힌다. 피해자가 자기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몰린다. 이런 걸 2차 가해라고 한다.

추가로 나온 녹취록에도 부적절한 내용이 있다. ‘성관계 안 가진 걸 감사히 생각해. 거기까지 안 들어온 거. 여기까지 미수에서 그쳤다. 다행이다. 그쳐준 걸 오히려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성범죄 피해자에게 감사하고 고마워하라는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이런 내용들도 상대를 정말 걱정해서 해주는 말일 수는 있는데, 그렇다고 하기엔 전반적인 어조가 강압적이라서 피해자가 공포심을 느꼈을 것이다.

문희옥은 피해자의 부모에게 사과문자도 보냈다. ‘죄인일 때는 가리기 급급하여 죄가 죄인지 몰랐는데 다 드러나니 제 속이 보여서 부끄럽고 그저 죄송할 뿐입니다.’ 여기선 자신이 ‘죄인’이었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공식입장은 한 마디로 ‘나는 죄 없다’로 읽힌다. 이렇게 상충되는 입장이 나오는 것도 의혹을 산다.

석연치 않은 부분은 또 있다. 문희옥은 피해자가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큰 망신을 당할 거라며, ‘하자고, 나도 아주 망신 다 당할 테니까’라고 한다. 추가 녹취록에선 ‘난 살아야 해. 난 이뤄놓은 게 너무 많은데 이것 때문에 잃어버릴 수 없어’라고 한다. 신인가수가 성범죄 당한 것을 고발하는데 왜 문희옥이 망신을 당하고, 이뤄놓은 걸 잃어버린단 말인가? 이러니까 ‘혹시 문희옥이 단순한 제3자가 아닌 더 깊은 연관성이 있는 건가?’라는 의혹까지 나온다.

조언이 서툴렀다고만 보기엔 선뜻 납득 되지 않는 지점들이 있는 것이다. 거기에 뒤늦은 발표 시점의 문제까지 더해져, 공식입장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이 개선되지 않는다. 문희옥은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대표적인 전통가요 스타 중 한 사람이다. 대중이 납득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해보인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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