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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CEO] 사드도 빗겨간 LG생건…'M&A 승부사' 차석용 부회장의 저력


입력 2017.11.24 06:00 수정 2017.11.23 18:55        손현진 기자

LG생건, 사드 이슈에도 최고 반기 실적…빛 발한 '삼각 포트폴리오'

차 부회장, 다년간 글로벌 CEO 경험 축적…'창의적 도전' 중시하는 경영 스타일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LG생활건강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LG생활건강

국내 주요 화장품 회사들이 올 들어 '사드 충격파'에 휘청이고, 대중국 전략에도 숨을 고르고 있지만 LG생활건강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LG생건은 사드 영향이 본격화한 올해 상반기 오히려 최고 반기 실적을 냈고, 중국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전체에 불어닥친 사드 광풍이 LG생건 만은 빗겨갔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위기를 유연하게 넘은 LG생건의 전략에도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LG생건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3조1308억원, 영업이익은 49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9%, 7.3% 증가했다. 회사 측은 "지속되는 내수 침체와 중국 관광객 수의 급격한 감소에도 화장품, 생활용품, 음료로 구성된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와 럭셔리 중심의 화장품 사업 운영으로 매출과 이익 성장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LG생건은 화장품 업황이 좋지 않았던 지난해도 매출 6조941억원, 영업이익 8809억원으로 최대 연간 실적을 달성했다. 중국 현지 시장에서는 럭셔리 브랜드인 '후'와 '숨'에 이어 최근 '오휘', 'VDL', '빌리프' 매장까지 열면서 주요 5대 화장품 브랜드를 모두 중국 현지에서 선보이게 됐다.

이같은 성장세에는 변화와 도전을 즐기는 차석용 LG생건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는 2005년 LG생건 CEO로 취임한 뒤 거침없는 M&A(인수·합병) 행보를 보여줬다. 차 부회장에게 '승부사' 'M&A의 귀재' '미다스의 손' 등 수식어들이 따라붙는 이유다.

LG생활건강이 중국 항저우 우린인타이 백화점에 오픈한 '오휘·VDL' 매장. ⓒ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이 중국 항저우 우린인타이 백화점에 오픈한 '오휘·VDL' 매장. ⓒLG생활건강

◆적극적 M&A로 '삼각편대 포트폴리오' 완성=서울 출신으로 미국에서 대학과 대학원 과정을 마친 차 부회장은 미국P&G 본사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한국P&G, 해태제과 등 국내외 업체 CEO를 거치며 국제감각을 갖춘 전문경영인으로서 경험을 쌓았다.

2004년 12월 당시 해태제과 사장이었던 차 부회장은 LG그룹 관계자의 연락을 받고, LG생건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아무런 조건 없이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는 LG행을 택한 이유에 대해 "LG의 정도경영과 인재중심주의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차 부회장은 2007년 코카콜라음료를 사들여 1년만에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했고 2009년에는 다이아몬드샘물, 2010년에는 더페이스샵과 한국음료, 2011년에는 해태음료를 인수했다. 또한 영진약품 드링크사업부문을 인수해 성장세에 있는 건강음료 및 기능성음료 시장 확대에도 나섰다.

2010년 로드숍 더페이스샵을 인수해 화장품 사업부가 커지면서 LG생건은 현재의 생활용품·화장품·음료 3개 사업부 진용을 갖추게 됐다. 차 부회장은 "바다에서도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곳에 좋은 어장이 형성되듯, 서로 다른 사업간 교차지점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창출될 것"이라고 했다.

2014년에는 차앤박 화장품으로 유명한 CNP코스메틱스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CNP코스메틱스 인수로 코스메슈티컬 시장을 선점하고 마케팅 지원, 채널 커버리지 확대 등 LG생건과 시너지를 창출해 화장품 사업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기미·주근깨 치료제 '도미나크림' 제조사로 유명한 태극제약을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창의력' '도전' 중시하는 개방적 경영 스타일=글로벌 경영 마인드를 체득한 차 부회장은 '나를 따르라'가 아니라 '내가 도와주겠다'는 CEO 리더십 철학을 바탕으로 한 개방적 경영을 추구한다. 개인의 창의력은 자유로운 상황에서 나온다는 생각에 따라 직원의 만족도가 높은 직장문화를 도입했다. LG생건의 기업문화로 정착한 '정시퇴근제'와 '유연근무제' 등이 그것이다.

차 부회장은 "기업의 성공은 차별화(Different), 더 좋은(Better)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과 특별한(Special)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창의력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다만 창의력은 어느 순간 갑자기 발휘되는 게 아니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일에 대한 고민이 쌓이고 쌓이면서 응축된 생각들이 창의력으로 표출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 '멋진 실패에 상 주고 평범한 성공에 벌 줄 것'이라며 변화를 두려워 말고 새로운 일에 과감히 도전하라고 당부한다. 기업이든 사람이든 계속 달리지 않으면 넘어지는 두발자전거와 같아서, 일시적인 성공에 안주해 변화하지 않으면 결국 도태된다는 것이다.

창의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차 부회장이 반대로 변치 말아야 하는 것으로 꼽는 것은 정직과 투명함이다. 투명함은 둥근 케이크처럼 어떤 각도에서 보건 어두운 면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정직이야말로 업무의 기본이라고 강조한다. 직원의 재능보다는 정직과 성실성에 후한 점수를 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스티브잡스가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에서 말한 'Stay Hungry, Stay Foolish(늘 갈망하라, 우직하라)'를 기억하며 경영한다"며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 배고픔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과도한 자신감을 갖지 않고 노력하며 몸을 낮추고, 항상 모르는 것이 많다고 생각하며 경영에 임한다”고 말했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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