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거꾸로가는 유통산업 규제…“정부가 나서서 우물 안 개구리 만드는 꼴”


입력 2017.11.24 13:13 수정 2017.11.24 13:58        최승근 기자

규제 일변도 정책에 글로벌 경쟁력↓…韓 200대 유통기업 매출액, 코스트코 1곳에도 못 미처

일자리 확대 등 순기능 인정해야…복합쇼핑몰 1곳, 5000~6000명 고용 창출

수많은 고객들로 붐비고 있는 스타필드 하남 내부 전경.ⓒ데일리안 수많은 고객들로 붐비고 있는 스타필드 하남 내부 전경.ⓒ데일리안

‘규제’에만 초점을 맞춘 정부 정책에 대한 유통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한 차례 유통산업에 대한 규제를 실시했던 주요 선진국들이 실패를 인정하고 규제 완화로 돌아선 상황에서 유독 우리나라만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일자리 확대 정책 또한 유통산업에 대한 규제 보다는 산업 진흥의 측면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는 유통규제 강화 목적의 법 개정안 28건이 계류 중이다. 대부분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과 영업제한 시간을 확대하고, 규제대상을 대형마트에서 복합쇼핑몰, 백화점, 면세점 등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업계는 골목상권 보호와 유통업체 인근 중소 상인들과의 상생 필요성 등에는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영업을 축소하고 출점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통해 전통시장을 활성화한다는 당초 취지도 무색해진 상황에서 이를 고수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접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마트의 주말 영업 재한 등 규제 이후 오히려 인근 전통시장 매출이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규제로 인해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중소업체들의 연간 피해액만 1조7000억원이 넘는다는 조사도 발표된 바 있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무시한 일방적인 정책이라는 비난도 나온다. 규제에 대한 법안 논의 과정에서 소비자의 선택권과 편의는 배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통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세계 유통정책의 흐름과도 맞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 주요 선진국들은 유통규제를 완화하는 추세다.

프랑스는 대형점포 입점제한 등 강력한 유통규제를 시행해 왔으나, 2000년대 후반부터 사전 허가 기준 및 영업 제한을 완화하고 있다.

영국은 도심활력 제고를 위해 대형업체의 교외 진출을 제한하고 있으며, 일본은 1997년 중 대규모 점포 출점 규제에 대한 미국의 WTO 제소 이후 진입규제를 크게 완화하고 있다.

롯데마트 인도네시아 끌라빠가딩점을 찾은 현지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롯데마트 롯데마트 인도네시아 끌라빠가딩점을 찾은 현지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롯데마트

특히 계속된 규제 정책으로 인해 국내 유통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 결과 지난해 국내 유통 소매기업 상위 200개사의 전체 매출액은 128.4조원으로 미국 코스트고 1개사의 매출액 137.8조원보다도 적다. 월마트 매출액 563.9조원의 22.8%, 아마존 매출액 157.8조원의 81.4%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포춘 글로벌 500’ 기준 업종별 글로벌 1위 기업과 비교해도 국내 유통산업의 취약한 글로벌 경쟁력은 분명하게 나타났다. ‘포춘 글로벌 500’에서 한국 기업이 포함된 9개의 산업군 분석 결과, 산업 내 글로벌 1위 기업과 매출액 격차가 가장 큰 분야는 유통산업이었다. 전자와 제철이 각각 1.0배, 1.4배이지만, 유통은 19.1배에 달했다.

온라인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소비 트렌드 변화로 국내 200대 유통기업의 최근 4년간(2012~2016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4.8%, 40.5%나 감소했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정책본부장은 “세계 유통시장은 국경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고 전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24시간 열려 있는 상황이다. 국내 유통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고용 효과가 높은 산업으로서의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유통산업의 고용비중은 전체 산업평균(4.8%)의 3배 수준인 14.2%에 달한다. 고용창출 효과도 높아 대형 복합쇼핑몰 1개가 특정 지역에 입점하는 경우 5000~6000명의 상시 고용이 이뤄지며, 총 1만 명 이상의 취업유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마트 1곳이 새로 생기면 약 200명의 지역 고용 증가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정부가 일자리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