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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고리도 진박도 소의 대의 모두 버린 폐족이다


입력 2017.11.27 05:17 수정 2017.11.27 11:09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재판과정서 나타난 의리없는 박 전대통령 측근

친노는 살아났지만 친박은 국민도 주군도 모두 버렸다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정호성 안봉근 이재만 전 비서관.(사진 왼쪽부터)ⓒ데일리안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정호성 안봉근 이재만 전 비서관.(사진 왼쪽부터)ⓒ데일리안

'여위열기자용 사위지기자사(女爲悅己者容 士爲知己者死)'라는 말이 있다.

'여자는 자기를 기쁘게 해주는 사람을 위해 화장을 하고, 선비는 자기를 알아봐 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뜻이다.

주지하다시피 이는 기원전 5세기 중엽 춘추전국시대 조(趙)나라의 양자(襄子)를 암살하려던 자객 예양(豫讓)이 남긴 최후의 말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정치의 모습은 어떠한가? 과연 자기를 알아봐 준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선비같은 정치인이 있는가?

아니면 권세가 있을 때에는 온갖 아부를 하다가 권세가 떨어지만 미련없이 떠나버리는 염량세태(炎凉世態)의 정치인만 있는가?

잘잘못을 떠나 지금 박 전 대통령은 헌정 이래 최초로 탄핵과 구속을 당해 차가운 감방에 영어(囹圄)의 몸이 되어 있다. 그런데 누구 한명 "내탓이요"하며 진정으로 자신의 잘못을 통감하며 같이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측근으로 분류되는 사람들로부터 필자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모른다"와 "대통령이 시켜서"다. 최고의 권력과 위세를 누렸던 사람들이 모두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선긋기를 시도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이나 최경환, 서청원 등 소위 실세 진박들도 예외가 아니다. 결국 이들은 국정농단의 직접 공범 내지 간접 방조자들로 국민들과의 '대의(大義)'를 져버렸을뿐 아니라 박 전 대통령과의 사사로운 '소의(小義)'까지 져버린 것이다.

필자는 올바름과 정의에 바탕한 의리를 '대의(大義)'로, 사사로움과 이익에 바탕한 의리를 '소의(小義)'로 정의한다.

역사를 상고해보면 삼국지의 '관우'나 '조자룡' 등은 소의뿐 아니라 대의까지 지킨 의리의 전형이다.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관중'이나 당나라의 '위징' 등은 비록 사사로운 소의는 지키지 못했을지언정 선정을 통해 천하 백성들과의 대의를 지킨 분들이다.

논어에 "군자 정이불양(君子 貞而不諒)"이라는 말이 있다.

''군자는 곧지만 하찮은 신의에 얽매여 분별없이 굴지 않는다"는 뜻으로 소의보다 대의가 중요하다는 공자의 말이다.

관련 기록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관중은 어진 사람이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환공이 공자 규를 죽였을 때 왜 그를 따라 함께 죽지 못했고 또 환공을 보필하기까지 했습니까?"라고 자공이 물었다.

이에 공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관중은 환공이 제후들을 제패하여 온 천하를 바로잡도록 보필해주어 백성들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은택을 입고 있다. 관중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 머리를 풀어서 늘어뜨리고 옷자락을 왼쪽으로 여미는 오랑캐의 통치하에 살고 있었을 것이다. 어찌 평범한 사람들이 조그만 신의를 지킨답시고 도랑 가에서 스스로 목을 매어도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 것과 같겠는가?"

결국 공자는 관중이 비록 공자 규와의 사사로운 의리는 지키지 못했지만, 환공이 천하를 바로잡도록 보필한 것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소위 '문고리'들과 '진박'들의 모습은 과연 어떠한가?

"그게 참 세상 인심이 무서워요. 문고리 측근들에게 변호인들이 증언 좀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끝내 나타나지 않더라고요. 정치권도 마찬가지예요."

탄핵부터 형사재판까지 박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았던 채명성 변호사의 말이다.

"혹시 최경환, 홍문종, 윤상현 등 친박을 넘어 진박이라고 목소리 높이던 의원, 또는 측근들이 재판에 온 적이 있나요?"

"본인이 들어간 재판에서는 전혀 보지 못했습니다."

월간조선의 한 기자의 질문에 역시 박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았던 도태우 변호사의 말이다.

이게 과연 '무신불립(無信不立)'을 요체로 하는 정치인의 태도인가? 정치인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도 소위 박 전 대통령이 가장 싫어하는 '배신'이 아닌가?

과거에는 하다못해 국민과의 대의는 비록 져버렸을지언정 사사로운 소의는 지키는 정치인이 많이 있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충신, 장세동 전 국가안전기획부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려 죽어도 어른이 구속되는 것은 막겠다"며 전 전 대통령과의 의리를 지켰다.

결국 그는 쿠데타를 통해 비록 국민 전체의 역사의 수레바뀌는 거꾸로 돌렸을지언정 인간적인 일면의 평가는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대의도 소의도 모두 져버린 '폐족(廢族)' 친박들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조심스럽지만 필자는 광해군 때의 집권 세력인 북인처럼 '영원히 정계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예측한다.

한때 처참하게 죽었지만 화려하게 부활한 '친노(親盧)'의 전철을 밟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비록 과문(寡聞)하지만 역사라는 거울에 비추어 미래를 볼 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소의'와 '대의' 모두를 져버린 정치세력이 부활한 예는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글/서정욱 변호사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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