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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상무 신사업분야 발령, LG의 전통은 계속된다


입력 2017.12.04 06:06 수정 2017.12.04 09:15        이강미 기자

<이강미의 재계산책> 오너가 초고속 승진잔치 없어...경영능력 보여야 합격

'현장경영’ 중시하는 구인회 창업주 뜻 이어져...'LG웨이' 밑거름

서울 여의도동 LG트윈타워 표지석.ⓒ연합뉴스 서울 여의도동 LG트윈타워 표지석.ⓒ연합뉴스

오너가 초고속 승진잔치 없어...경영능력 보여야 합격
'현장경영’ 중시하는 구인회 창업주 뜻 이어져...'LG웨이' 밑거름


LG가의 엄격한 후계 경영수업 방식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이틀에 걸쳐 마무리된 LG그룹의 인사에서 가장 촉각을 세웠던 것은 LG전자의 휴대폰사업 수장 교체여부와 오너가 4세인 구광모 상무의 승진여부였다.

예상대로 LG전자의 MC사업본부장은 교체됐다. 하지만 구 상무의 승진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승진은 커녕 오히려 시장을 개척하고, 실적을 내야하는 신사업분야로 발령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구 상무의 전무 승진을 점쳤던 지라 이같은 결과에 다소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LG라면 그럴 수 있다는 무언의 끄덕임이 교차되는 순간이었다.

구 상무를 신성장 사업분야로 발령낸 것은 현장경영의 중요성을 몸으로 익히라는 구본무 회장의 뜻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LG가의 경영수업 방식은 여타의 기업들이 소위 로열패밀리들을 초고속 승진시키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다. 게다가 사업이 일정궤도 올라 과실을 따먹을 수 있는 부서가 아니라 새로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신성장 사업분야로 발령냈다.

LG 측은 "구 상무는 오너가이지만, 빠른 승진보다는 충분한 경영 훈련 과정을 거치는 LG의 인사원칙과 전통에 따라 현장에서 사업책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광모 상무.ⓒ(주)LG 구광모 상무.ⓒ(주)LG
구 상무가 새로 맡은 보직은 신설된 기업간거래(B2B)사업본부 산하 ID사업부장이다. ID사업부는 전자, 디스플레이, 정보통신기술(ICT) 등 핵심 계열사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인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까지 아울러야 한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대를 현장에서 준비하는 사업 책임자 역할이다.

따라서 구 상무는 성과를 내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시장을 연구하고 개척해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됐다. 구 상무로서도 새로운 도전이자 향후 경영후계자로서 냉혹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이는 LG그룹의 이번 인사가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너가의 일원이라고 해서 특별대우를 해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일반직원 보다 더 엄격하고 혹독한 경영수업을 통과해야만 경영자로서의 자격(?)을 얻도록 했다.

◆“고생을 모르는 사람은 칼날없는 칼과 같다”
이같은 LG가의 혹독한 경영수업은 선대회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자경 LG 명예회장은 회장직에 오를 때까지 18년간 현장에서 실무경험을 쌓았다. 구자경 명예회장의 현장 수련은 선친인 구인회 LG 창업회장의 깊은 뜻에서 이루어졌다.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숙직을 하는 일을 오랫동안 맡기도 했다. 주변에서는 구인회 창업회장에게 “장남이 무슨 죄라고 밤낮 궂은일을 맡기는 건가”라고 물어보면, 구 창업회장은 “대장간에서는 하찮은 호미 한 자루 만드는 데도 수 없는 담금질로 무쇠를 단련 안 하는가. 고생을 모르는 사람은 칼날 없는 칼이나 다를게 없다”라고 말할 정도로 현장 수련을 중요시 여겼다.

구본무 회장 역시 취임전 과장, 부장, 이사, 상무, 부사장, 부회장 등의 직위를 차례로 거치면서 주력 회사인 LG화학과 LG전자의 영업, 심사, 수출, 기획 업무 등 20여 년간 실무경험을 쌓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구 상무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지난 2006년 LG전자 재경부분에 첫 발을 내듣은 그는 이후 미국 뉴저지 법인,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 선행상품 기획팀, HE*홈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 창원사업장 등을 거치며 제조와 판매현장, 국내외 및 지방 등 현장경험을 두루 쌓았다. ㈜LG에서 상무로 승진한 3년간은 경영전략임원으로서 그룹의 미래사업을 관련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획하고 계열사간 시너지 제고를 지원했다. 그는 이번 인사로 신사업을 개척하고 실적까지 거뭐쥐어야 하는 또다른 도전 앞에 놓이게 됐다.

이렇듯 재벌가 초고속 승진잔치를 찾아볼 수 없는 LG만의 엄격한 후계자 경영수업은 지금의 ‘LG웨이’를 형성한 근간이지 않을까.
이강미 산업부장 ⓒ데일리안DB 이강미 산업부장 ⓒ데일리안DB

보다 엄격한 경영능력 검증받는 시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한층 강화되면서 그 범위도 한층 폭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이익을 사회와 나누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됐다. 이제는 재벌가들도 보다 더 충분한 경영능력을 검증받고, 보다 더 엄격한 윤리경영을 요구받는 시대가 됐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능력만 있다면 젊은 나이에 승진하는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재벌가 출신이란 이유만으로 제대로 된 검증없이 막중한 자리에 무혈입성하는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이번 인사로 다시한번 재입증된 LG가의 엄격하고 절제된 경영훈련 과정은 새삼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강미 기자 (kmlee50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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