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파행만 되풀이하는 국회 예산전쟁, 대안은 있다


입력 2017.12.09 09:57 수정 2017.12.09 11:16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야당 분열에 한국당은 내분, 정부여당만 '흐믓'

예산처 적극 참여하고 결산 결과가 예산과정 활용돼야

6일 새벽, 5일 자정을 넘겨 이어진 국회 본회의에서 총지출 428조8339억원 규모의 2018년도 예산안이 가결 처리 되는 가운데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6일 새벽, 5일 자정을 넘겨 이어진 국회 본회의에서 총지출 428조8339억원 규모의 2018년도 예산안이 가결 처리 되는 가운데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드디어 2018년 예산안이 통과됐다. 진통 끝이었다. 2012년 선진화법 제정이후 처음으로 법정시한을 넘겼다. 후폭풍도 거셌다. 국민의당은 정체성 혼란과 함께 ‘제2중대’ 논란에 휩싸였다. 자유한국당에는 또 다른 내홍의 빌미가 됐다. 당의 투톱인 당대표와 원내대표간 갈등이 더욱 심화됐다. 당대표를 대신해 대변인이 원내지도부를 공개적으로 성토했다. 이전에 없던 일이다.

우여곡절이 있었던 만큼 내용이 생산적이었다면 좋았으련만 우려가 많은 예산이다. ‘속임수 예산’이란 지적이 많다. 최대 쟁점이 됐던 ‘공무원 증원’부터가 문제다. 애초에 정부여당은 ‘민생’, ‘안전’분야에 국가의 책임을 강화한다는 명분을 관철시켜 9475명을 증원했다. 그러나 사회복지, 소방직 공무원 등은 국가공무원에 포함되지 않는 지방공무원이다. 그래서 ‘사기’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국민을 호도했다며 정부여당을 겨냥했다.

결과적으로 지방직까지 포함하면 공무원은 2만 7천명이 늘어난다. 예산안 통과 다음날 국회 앞 가로등에 걸린 여당의 플래카드가 홍보한 숫자 그대로다. 지난번 추경예산까지 포함하면 현 정부 첫해 3만 7천명의 공무원이 늘어난다. ‘5년에 공무원 17만 명을 늘리겠다’는 대선공약을 이행하는 것이다. 건국이후 지난 70년 동안 공무원 증가가 110만(5년마다 약 7.8만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평시보다 두 배를 훨씬 뛰어 넘는 숫자다. 그만큼 재정부담도 커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어떤 재정계획도 내놓지 않고 있다. 공약사항으로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우기기만 했다. 국회 예산처에서 산출해 제시한 국민 부담에 대해서 이렇다 할 반론도 내놓지 못했다. 말 그대로 주먹구구식 예산안이다. 수백조의 예산과 미래세대로 이어지는 국민부담이 이렇게 국민을 호도하며 통과된 것이다.

‘밀실야합’ 논란도 있었다. 국민의당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합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는 주장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KTX노선을 전남 무안까지 연장시키는 예산이다. 호남을 대표한다는 국민의당이 호남에 예산을 끌어들이는 노력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예산이 (국회의원) 선거에 도움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조건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조건이 선거구제 개편이다. 이를 위해 여당과 모종의 ‘야합’을 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이 호남에 공을 들여도 호남 지지도는 여당에 한참 못 미친다. 곁불을 쬐기 위해서라도 한 선거구에서 두 명 이상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는 필수다. 여당 입장에서는 영남에 교두보를 만들 수 있으니 손해날 일이 아니다. 이들에게 개헌보다 선거법 개정이 더 중요한 이유다.

변함없이 ‘끼워넣기’ 논란도 있었다. 여야 유력정치인들이 자신의 지역구에 끼워넣기로 예산을 배정했다는 것이다. 평시 같으면 큰 문제가 안됐겠지만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특히 피해가 컸다. 원내지도부가 합의해준 예산안이 의총에서 거부됐다. 그 와중에 ‘한국당패싱’을 당하며 무기력함만을 노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주장이기 때문에 더 파장이 컸다.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꼭 막았어야 하는 예산에 대한 저지에 태만했다는 주장이다. 말년인 정우택 원내대표가 공식적으로 소명할 정도였다.

‘끼워넣기 예산’은 나름 이유가 있다. 선거에 목숨을 걸 수 밖에 없는 국회의원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유혹이다. 선거결과는 ‘바람’에 의해 좌우된다. 그러나 그 ‘바람’은 개별의원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미세한 변별력이기는 하지만, 당락에 직결되는 작은 노력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그 대표적인 것이 지역예산이다. ‘힘 있는’ 현역국회의원의 경쟁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관행’이라고 모두가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적폐청산’이라는 광풍에서는 말이다. 이런 일들이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졌다면, 뇌물죄에 해당하지 않았을까? 사익을 위해 공익을 희생시키고, 그 행위의 대가로 이익을 봤다는 조건이라면 말이다.

위의 일들은 항상 있었던 일이다. 이번에 벌어진 특이한 현상도 있다. ‘야당분열’이다. 야당간 공조는 없었다. 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내홍의 또 다른 계기가 됐다. 모두에도 썼지만, 당 수석대변인이 공개적으로 원내지도부를 성토했다. 그냥 의원 개인의 ‘소신발언’같은 일상적인 얘기가 아니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경선 후보자와의 갈등 중에 사퇴까지 하고 이를 번복했던 인물이다. ‘복당파’로, 복당과 함께 중책을 맡은 인물이다. 당의 입 역할을 해야 할 당직자가 그 입으로 당의 다른 기관을 욕보인 것이다.

여권과 여론의 힘을 빌려 당내 경쟁자를 제압하려는 야당 지도부의 시도는 또 다른 위기를 부를 뿐이다. 만약 다른 진영(반홍진영)의 의원이 당대표와 투톱을 이루는 원내대표에 선출된다면 진영뿐 아니라 기관 간 내전이 본격화될 수도 있다. 원내대변인이 당대표를 성토하고, 당대변인이 원내대표를 성토하는 상황도 충분히 가능하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내분으로 지방선거에 또 다시 참패할 수도 있다. 자멸의 길을 걷는 것이다. ‘국민의당’이 여당의 ‘2중대’소리를 듣고, ‘바른정당’이 교섭단체 지위를 잃은 상태에서, 마지막 남은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폭망은 의회주의의 종언이 될 수도 있다.

예산안은 통과됐고, 단서가 붙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실행은 행정부로 넘어갔다. 그래도 국회의 의무는 끝나지 않았다. 행정부가 국회·국민과의 약속을 충실히 지키는지, 혹 국민세금을 방만하게 쓰진 않는지, 그 부담이 재정이 감당할 수준인지 면밀히 추적해야 한다. 이제부터 더욱 지난한 야당의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 야당이 국회권능의 수호자이기 때문이고, 국회의 권능이 정상화되야 ‘3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이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주도하는 제도적 개선도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행정부가 예산안을 만든다. 국회는 행정부가 제시한 예산안을 심사하고 결정한다. 어마어마한 예산안을 짧은 시간에 전문성이 부족한 국회의원들이 꼼꼼히 따지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인지적 한계’도 있다. 수백조의 큰 예산은 너무 쉽게 통과된다. 인식의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이다. 대신 작은 것에 집중하게 된다. 더 꼼꼼하게 따진다. 대규모 국책사업보다 작은 지역예산심의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이유다. 우리가 가진 예산시스템의 한계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회가 예산에 보다 깊이 간여하고 국회예산처가 더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결산의 결과가 예산과정에서 의미있게 활용되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개헌안에도 고려되어야 한다. 언제까지 국회가 정부가 주도하는 주먹구구식 예산에 거수기 노릇만 할 것인가? 여당에도 손해되는 것이 아니다. 고질적인 ‘당청갈등’은 국회의 권능이 강화되야 균형을 잡을 수 있다. 여당이 언제까지 정부와 청와대의 ‘여의도출장소’로 남을 것인가? 국회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독립된 대의기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글/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