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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도 못만드는 시대, 한은이 금리인상한 까닭


입력 2017.12.10 04:08 수정 2017.12.10 07:57        데스크 (desk@dailian.co.kr)

<호호당의 세상읽기>가계부채 증가 억제에 미국 금리인상 대응책…실효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데일리안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데일리안

이른바 ‘빅3 백화점’이 처음으로 3년 연속 신규 점포를 열지 않을 전망이라고 한다. 소식을 듣고 나서 이젠 더 이상 ‘거품’마저도 만들어지지 않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07년부터 우리 경제는 돈의 공급을 늘려서 즉 가계부채 증가와 좀비기업의 유지를 통한 거품 성장을 해왔는데 이제 그것도 10년이 되니 억지 거품도 생겨나지 않은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며칠 전 한국은행은 6년 5개월 만에 또 크게 보면 거의 10년 만에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렸다. 반도체 호황 때문에 경제성장률이 3%를 넘어서곤 있으나 여전히 경기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부채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일종의 경고라 하겠다.

금리를 올리는 것은 원래 물가상승 즉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상황은 디플레이션이다. 그렇기에 이번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함이 아니라, 부채 증가를 억제하는 한편 미국의 금리 인상과 양적축소에 대응하기 위한 고려가 더 크다고 하겠다.

슬쩍 한번 제스처를 취해 본 것이니 바둑에서 사용하는 고급전략인 ‘응수타진’이라 하겠다. 상당히 ‘테크니컬’한 결정인 것이다. 이번 인상으로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멈출 것 같으면 정말 다행한 일이고, 아울러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리 인상에도 어느 정도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좋지 않겠느냐는 의도인 셈이다.

아울러 최근 정부는 환율 인하, 즉 달러에 대해 원화를 강세로 가져가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에 원 달러 환율은 금년 초 대비 거의 10% 이상 하락해서, 어제 현재 1,087.00 원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수출을 늘리기 위해 달러 약세를 원하고 있고 우리 정부는 내수 경기를 어떻게 해서든 살려보고자 원화 강세를 용인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한다는 명목도 곁들였으니 핑계거리도 아주 좋다.

그런가 하면 원 엔 환율도 가파르게 내리고 있다.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 즉 아베노믹스의 주요 내용 중에 하나가 엔 약세를 통한 경제 성장이었는데, 저번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엔 약세 흐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화가 강세로 가면 수입물가가 내린다. 정부는 이를 통해 가계소비의 부담을 완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원화 강세 유도 내지는 용인 정책이 장기간 이어지면 후유증이 더 커질 수도 있는 다소 위험한 정책임이 분명하다. 원화 강세는 수출 가격의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수출이 버팀목인 우리 경제에 있어 부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정부의 원화 강세 정책 역시 일종의 ‘극약처방’이라 하겠고 따라서 이 또한 상당히 예민하고 테크니컬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참고로 원달러 환율과 관련해서 호호당의 주관적인 판단을 밝히자면 이렇다.

원달러 환율은 1,104원 30전이 절대 바닥이고 그 이하로는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지금의 1,087원은 오버 슈팅이라 여긴다.

오버 슈팅이 나쁜 것은 나중에 반대로 움직일 때 즉 달러가 오를 때 그 이상의 ‘되치기’ 현상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외환시장에선 달러 매도 원화 매수를 통한 투기 게임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른바 ‘단타 따먹기’를 하고 있다. 정부는 너무 빠른 속도로 달러가 하락하는 것에만 신경을 쓸 뿐 기본적으로 정부의 정책 방향은 달러 약세 원화 강세임을 보여주고 있기에 그렇다.

그런가 하면 외환시장에서 뭉칫돈이 들어와 달러를 매수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달러가 싸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달러가 쌀 때 매수해두자는 것이다. 자산가들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달러 매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리하면 단기 투기는 달러를 팔아서 재미를 보자는 것이고, 장기 투자는 달러를 매입해서 비축하고 있다.

돌아가서 얘기이다. 한은이 이번에 금리를 인상하긴 했지만 해외 여건, 대표적으로 미국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만 없다면 한은 역시 쉽게 금리를 올릴 수가 없는 입장이다.

장차 금융 긴축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제스처만 취하는 정도로 그쳤으면 하는 것이 한은의 기본 입장인 것이다.

현 상황에서 우리 경제는 두 가지 근원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하나는 과다한 부채로 인해 야기되는 부채 디플레이션(Debt Deflation)이다.

부채 디플레이션이란 부채를 감축 조정하는 과정에서 부동산과 같은 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또 유동성 위축 등으로 실물경제가 침체되고 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디플레이션을 말한다.

그렇기에 솔직히 말해서 한은이 어지간하면 섣불리 금리 인상의 흐름으로 들어갈 순 없는 실정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왜 우리 경제는 어쩌다가 이처럼 엄청난 가계부채를 떠안게 되었을까 하는 대목이다. 사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가 실시했던 그간의 정책, 특히 부채상환비율 DTI가 무려 60% 선에서 설정 운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하여 다른 나라의 부채상환비율은 일반적으로 28~43%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는 처음 시행에서부터 부동산 투기를 정부가 조장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DTI가 60% 라는 것은 벌어들이는 소득의 60%를 원리금 상환에 쓴다는 것이니 사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훗날 문제가 될 경우 장차 두고 두고 대표적인 정책 실패의 사례로서 거론되고 회자될 것이 틀림없다.

현재 무려 1400 조원이나 되는 엄청난 가계부채는 사실 DTI 60%가 자초한 결과라고 해도 달리 할 말이 없을 것이니 말이다. 우리가 그 비율을 다른 나라들처럼 40% 선에서 설정 운용하기만 했어도 오늘날의 이 무지막지한 가계부채는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라 여긴다.

최근 들어 정부는 뒤늦게나마 내년부터 신 DTI와 아울러 채무자의 모든 대출금과 원금을 적용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겠다고 나서고는 있지만 사실 때가 너무 늦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게다가 그간 역대 정부는 이미 구조조정을 거쳤어야 할 좀비기업들을 밑도 끝도 없이 껴안고 유지해왔다. 좀비기업,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금융이자도 갚지 못하는 기업을 말한다, 그런 좀비기업들이 날로 늘어나서 현재 그 부채만도 121조원에 달하고 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국책은행들이 연명시키고 있는 좀비기업들이 너무나도 많은 오늘이다. 결국 나중에 때가 되면 인수합병 등으로 구조조정을 거쳐야 할 터인데 그 또한 너무나도 어렵다.

최근 국회 조세소위원회에선 기업들이 인수합병(M&A) 때 발생하는 자산양도차익 관련 세금 납부를 유예받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고용 승계 요건’을 나름 완화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니 ‘합병 후 3년간 합병회사와 피합병회사 종업원 합계의 80%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런 조건이라면 과연 합병하겠다고 나설 기업이 있기나 할까 싶다.

이에 주택가격 하락과 좀비기업들의 부실 부채 문제가 한꺼번에 악화된다면 그 충격을 가히 상상하기 어렵다.

또 하나 우리 경제의 근원적인 문제점은 제조업이 활력을 잃어가고 수출 경쟁력이 떨어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 대목이 가계부채 문제보다 훨씬 더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문제라 하겠다.

앞에서 말한 좀비기업의 문제는 부채 규모만이 아니라 구조조정의 지연 혹은 연기를 의미한다. 제조업의 경우 새로운 얼굴이 등장하고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퇴출되어야 건강한 산업구조가 된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교체비율이 선진국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수익성 악화와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수출 기업의 경우 정부의 원화 강세 정책이 장기화될 경우 짊어질 부담은 더욱 커진다.

부채는 많고 적음의 문제보다도 그 부채가 어디로 흘러가 쓰였는가 하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

기업의 신규 투자 자금 특히 신생기업의 자금으로 쓰였다면 가장 좋은 것이고 주택이나 아파트 구매 등에 사용되거나 단순 소비 자금으로 쓰였다면 좋은 것이 아니다. 그런데 가계부채의 경우 대부분 그런 쪽으로 사용되었다.

잔뜩 쌓인 생산성 없는 부채를 우리 경제가 이대로 안고 가다가는 디플레이션만 만들어낼 것이니 그냥 갈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부채 감축 조정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 대표적인 방법은 역시 금리 인상이라 하겠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금리인상을 위주로 하는 금융긴축을 기조로 굳히기에는 너무나도 위험한 상황이다. 환자의 체력과 건강 수치가 너무나도 나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이대로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디플레이션 압력만 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진퇴양난의 곤경에 처한 우리 대한민국의 경제인 셈이다.

억지 성장 즉 거품이라도 만들어내고자 하지만 그마저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 상황에 처한 2017년의 대한민국인 것이다.

글/김태규 명리학자 www.hohodang.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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