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트럭섬' 위안부 26명 명부·사진 발견…"지문 일치"
피해자 승선 명부·사진자료·생일·주소지·손가락 지문 역추적
"영화 '아이캔스피크'처럼 숨겨진 피해자 많을 것…실태 파악 확대"
피해자 승선 명부·사진자료·생일·주소지·손가락 지문 역추적
"영화 '아이캔스피크'처럼 숨겨진 피해자 많을 것…실태 파악 확대"
한국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명하는 문서, 영상, 증언이 속속 공개되는 가운데, 남태평양의 '트럭섬'으로 끌려간 조선인 '위안부'도 있었다는 사실이 최초로 확인됐다.
서울시와 서울대인권센터 정진성교수연구팀(서울대 연구팀)은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기록물 발굴작업 중, 증언으로만 있었던 '트럭섬'의 조선인 '위안부'가 실제로 존재했다는 것을 공식 확인했다.
트럭섬(Chuuk Islands)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해군함대의 주요기지로 많은 일본군이 주둔했던 곳으로,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당시 많은 조선인들이 기지건설 등을 위해 강제 동원됐던 곳이다.
시는 당시 미군이 작성한 전투일지, 조선인 위안부들이 귀환 당시 탑승했던 호위함 이키노(Escort IKINO)호의 승선명부, 귀환 당시 사진자료, 일본인과 조선인들의 귀환에 대해 다룬 뉴욕타임즈 기사(1946. 3. 2.) 등 자료를 발굴, 비교·검토해 조선인 '위안부' 26명의 존재를 밝혀냈다는 설명이다.
증명 과정은 필리핀으로 끌려간 위안부 피해자의 포로 심문카드 33개를 확보해 사진, 생일날짜, 주소지, 손가락 지문 등을 토대로 역추적하고, 지문 일치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시는 11일 '서울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관리사업' 성과보고회를 통해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 자료를 토대로 조사·분석한 내용을 공개했다.
확보한 당시 전투일지에서 귀환한 조선인은 총 1만4298명으로, 이중 군인이 190명, 해군 노무자가 3049명, 민간인이 244명으로 확인됐다. 조선인 '위안부'는 트럭 환초에 속한 드블론(Dublon)에서 1946년 1월 17일 호위함 이키노(Escort IKINO) 호를 타고 일본을 거쳐 조선으로 귀환했으며, 이 배에는 조선인 '위안부' 26명과 함께 아이 3명이 탑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내용은 뉴욕 타임즈 기사 '트럭의 일본인들은 포로가 아니다(Japanese On Truk Are Not Prisoners, 1946.03.02.)'에서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이 기사에서는 위안부를 27명으로 기재하고 있으나, 이는 아이 3명 중 1명을 위안부로 분류한 데 따른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당시 명단에는 조선인 여성과 아이의 이름, 직업, 조직, 주소가 기재돼 있으며, 이름 대부분은 창씨명이고 여성의 직업은 모두 '노동자(Labourer)', 아이의 경우 '무직(Unemployed)'으로 돼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정부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239명의 위안부 피해자 중 '트럭섬'으로 끌려갔다고 밝힌 유일한 증언자인 고(故) 이복순 할머니로 추정되는 인물을 발견해 당시 작성된 제적등본 확인 및 지인 확인을 거쳐 동일인물임을 확인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대구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의 이인순 관장에게 '트럭섬' 위안부 사진을 보여주자 이 관장이 한눈에 사진을 지목하고 할머니의 생전 사진을 연구팀에 보냈고, 이 할머니의 아들도 해당 사진이 어머니 사진이라고 주장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할머니 남편 호적이 있는 경북 안동시 길안면 사무소에서 할머니의 제적등본을 뒤져 해당 자료를 연구팀에 보냈다는 전언이다.
이밖에도 생전 위안부 피해사실을 고백했지만 위안부 피해자로 정부에 등록하기도 전에 사망한 고 하복향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자라는 사실도 증명했다.
연구팀은 고 하복향 할머니의 포로 심문카드에 있던 사진, 생일 날짜, 경북 경산으로 기재된 주소지 등을 확인했으며, 특히 심문카드에 있었던 열 손가락 지문을 통해 피해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청은 고 하복향 할머니의 지문 일치 여부가 일치한다는 결과를 보냈다.
한편, 시는 정부에 공식 등록돈 '위안부' 피해자는 239명이지만 하복향 할머니와 같이 피해사실을 밝히지 않아 공식적으로 파악되지 않는 피해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번에 발굴된 자료를 정리·분석해 '위안부' 피해에 관한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실태 파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규숙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영화 '아이캔스피크'처럼 우리 주변엔 여전히 피해자였어도 공식적으로 파악되지 않은 '위안부' 피해자들이 많을 것"이라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아직 갈길이 먼 만큼, 서울시는 지속적으로 꾸준한 자료 조사·발굴·분석을 통해 역사를 증명할 수 있는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축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자료를 검토한 박정애 교수(동국대 대외교류연구원 연구교수)는 "진상규명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기본전제"라며 "이를 위해 자료의 체계적 조사와 수집, 연구해제 및 공공적 제공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