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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미투, 성폭력, 여혐, 2017년을 흔들다


입력 2017.12.14 11:13 수정 2019.01.30 08:42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닭치고tv>세계적으론 '미투' 확산, 국내에선 여혐 논란

세계 여성들의 연대를 촉구하는 여성연합의 로고.ⓒpatheos 세계 여성들의 연대를 촉구하는 여성연합의 로고.ⓒpatheos
메리엄-웹스터 영어 사전 측이 올해의 단어로 ‘페미니즘’(feminism)을 선정했다. 피터 소콜로브스키 사전 편찬자는 올해 이 단어가 미국 사회를 강타했다며, 메리엄웸스터닷컴의 페미니즘 관련 단어 검색량이 지난 해 대비 70% 가량 증가했다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올해의 인물로 차량공유 서비스업체 우버의 성희롱 문화와 자신의 피해를 폭로한 수전 파울러를 선정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인물로 ‘침묵을 깬 사람들’(The Silence Breakers)을 선정했다. 침묵을 깬 사람들이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에 동참해 자신의 성폭력 피해를 공개한 이들을 가리킨다.

페미니즘은 올 1월 미국 워싱턴에서 있은 '여성들의 행진'(Women’s March) 이후 집중적인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이 시위엔 분홍색 고양이처럼 생긴 모자가 등장했다. 고양이를 의미하는 '푸시'(pussy)가 동시에 여성의 성기를 가리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행사를 '핑크 푸시 햇 프로젝트'(Pink pussy hat project)라고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 등장과 함께 나타난 미국 사회 보수화에 대한 반발인 것으로 보인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이 올해 2월 메릴랜드주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위원회에서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라고 발언하면서 페미니즘 불길에 기름을 끼얹었다. 트럼프가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여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반발이 극심해졌다. ‘원더우먼’ 개봉도 페미니즘 이슈를 심화시켰다.

우버의 소프트웨어 기술자인 수전 파울러는 상사의 성희롱을 고발했으나 조치가 이뤄지지 않자 SNS에 이를 폭로했다. 이를 통해 나름 진보적이라던 실리콘밸리 기업문화의 치부가 드러났고, 우버의 시가총액은 이 즈음에 15조 이상이 줄어들었으며, 미투 캠페인이 촉발됐다.

미투 캠페인을 본격화한 건 뉴욕타임스가 헐리우드 거물제작자인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추문을 폭로한 사건이다. 하비 웨인스타인에게 당했다는 연예인들이 줄을 이었다. 타임은 수전 파울러와 함께 미투 캠페인에 동참한 애슐리 주드, 테일러 스위프트 등을 표지에 실었다. 미투 캠페인은 이후 연예계를 넘어 정치계로까지 확산되며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겪어야 하는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알렸다.

한국에서도 페미니즘, 여혐 등이 뜨거운 이슈였다. 대중이 여기에 얼마나 민감한 지는 얼마 전 있었던 유아인 ‘애호박 게이트’의 ‘안드로메다’급 전개가 말해준다. 유아인이 상대방이 먼저 애호박이라고 언급한 것을 받아 ‘애호박으로 맞아봤음?’이라고 농담 한 마디 했을 뿐인데 그게 페미니즘, 여혐 논란으로 비화되고, 유아인은 난데없이 페미니스트 선언을 해야 했으며, 평론가라는 사람까지 가세해 장장 2주에 걸쳐 인터넷을 달군 사건이다.

가히 인터넷사에 남을 정도로 황당한 사건이라 할 만하다. 농담 한 마디로 인터넷이 발칵 뒤집힐 정도로 페미니즘, 여혐 등이 한국사회에서 뜨거운 소재인 것이다. 탑과 대마초를 펴서 유명해진 연예인 지망생이 페미니즘 떡밥으로 이 전쟁에 참전할 만큼 페미니즘은 다양한 이들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희옥의 후배 가수가 기획사 대표에게 성추행당했는데 문희옥이 입막음을 시도했다는 사건 등이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겪어야 하는 고통을 알렸다. 사실여부와 별개로, 이런 보도들이 쏟아지며 미국의 우버 사건처럼 우리 기업 문화를 돌아보게 했다.

쏟아지는 여성의 성폭력 피해 보도에 이어 남성의 무고 피해 보도도 나와 논전에 불이 붙었다. 페미니즘의 대두에 대한 반발로 여성혐오 흐름이 강해졌다. 여혐 논란에 이어 ‘한남’으로 상징되는 남혐 논란도 뜨겁다. 단기간에 해결되기 힘든 사안이다. 새해에도 페미니즘, 여혐, 남혐, 성폭력 논란은 여전히 이어질 것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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