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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모든 것’ 그녀의 손에서 시작됐다


입력 2017.12.23 05:00 수정 2018.01.10 15:15        이석원 스웨덴 객원기자

<한국인, 스웨덴에 살다 15> ‘스웨덴 에브리띵’ 이미선 씨

눈과 얼음과 찬란한 오로라의 겨울 왕국에 매료된 디자이너

외교부의 2017년 자료에 따르면, 현재 스웨덴 거주 재외 국민은 3174명. EU에서 여섯 번째로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스웨덴에 사는 한국인들의 삶에 대해서 아는 바가 많지 않다. 그래서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 국가의 모든 것이 가장 투명한 나라로 통하는 스웨덴 속의 한국인의 삶을 들여다보기로 한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스웨덴 속 한국인은, 스웨덴 시민권자를 비롯해, 현지 취업인, 자영업자, 주재원, 파견 공무원, 유학생, 그리고 워킹 홀리데이까지 망라한다. 그들이 바라보는 스웨덴 사회는 한국과는 어떤 점에서 다른지를 통해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지점도 찾아본다. [편집자 주]

네이버 카페 '스웨덴 에브리띵'을 개설하고 운영하고 있는 이미선 씨. (사진 = 이미선 제공) 네이버 카페 '스웨덴 에브리띵'을 개설하고 운영하고 있는 이미선 씨. (사진 = 이미선 제공)
2019년 3월 11일이면 스웨덴과 한국이 수교한 지 꼭 60년이 된다. 스웨덴과 한국의 외교 관계가 환갑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러나 양국의 정부 차원 공식 관계가 맺어진 것은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간다. 1950년 9월 28일, 한국 전쟁 중 서울이 수복되던 날 부산 비행장에 스웨덴의 적십자 야전병원 부대가 도착한다. 그렇게 스웨덴과 한국의 공식적인 관계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스웨덴에는 약 3100명의 재외동포가 살고 있다. 또 현재 워킹 젊은이들이 찾아가는 곳이 스웨덴이다. 60년이 훌쩍 넘는 관계, 그리고 젊은이들의 최대 관심사의 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에 관한 정보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이유로든 매년 스웨덴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그것’을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게 있다. 네이버에 개설된 스웨덴 관련 카페 ‘스웨덴 에브리띵’이다. 제목 그대로 스웨덴의 모든 것이 들어있는 곳, 스웨덴 관련 정보의 백화점 같은 곳이다.

2011년 ‘리즈페페’라는 닉네임으로 이 카페를 개설한 이미선(34)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스웨덴에 대한 질문들이 늘어나면서 카페의 필요성을 고민했다. 스웨덴에 살고 있다고는 하지만 쏟아지는 스웨덴에 대한 궁금증들을 다 해결해 줄 수가 없었다. 본인도 이제 배우고 있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페를 만드는 것을 생각했다.

“처음에는 블로그를 통해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은 답변했는데 질문의 양이 점점 많아졌죠. 게다가 내가 스톡홀름이 아닌 북쪽 도시에 살다 보니 스톡홀름이나 남쪽 지역과 관한 질문들은 답변을 할 수가 없더라고요. 스웨덴이 워낙 넓기 때문에 지역마다 정보가 한정적이었고요. 그래서 스웨덴에 사는 다른 한국 분들도 정보들을 공유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카페는 최근 회원이 급격히 몰려서 얼마 전 1만 명을 훌쩍 넘겨버렸다. 또 스웨덴에서의 실생활에 관한 정보가 한 곳에 모여 있는 공간으로는 ‘스웨덴 에브리띵’이 사실상 유일하다. 개인이 운영하는 블로그 등은 이미선 씨가 느꼈던 정보의 제한성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2년 남편 페르-에밀 박과 쌍둥이 언니 이미영 씨(맨 오른쪽)와 함께 중국 상하이에서.(사진 = 이미선 제공) 2012년 남편 페르-에밀 박과 쌍둥이 언니 이미영 씨(맨 오른쪽)와 함께 중국 상하이에서.(사진 = 이미선 제공)

카페에는 스웨덴에서 단기든 장기든 실제 사는데 있어서 필요한 정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것도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경험에 의한 것들이다. 정보의 제공자도 다양하지만, 그 정보를 취득하는 사람들도 그 다양함 속에서 나름의 선택의 여지가 있는 셈이다.

“카페를 이용하는 분들 중 취업이나 아파트 임대와 매매 관련된 이야기들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가장 많아요. 스웨덴이 오고는 싶지만 취업이 쉽지는 않은 곳이죠. 그리고 스웨덴도 요즘 주택난이 심각해서 집구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리고 음식 관련된 정보도 관심의 대상이죠. 스웨덴 식재료를 이용해서 한국 음식을 만드는 것 등이 가장 관심 있는 정보죠.”

그러면 이미선 씨는 어떻게 해서 스웨덴에서 살게 됐을까?

한국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이미선 씨는 디자이너로 7년 간 일을 했다. 그러던 2009년 당시 한국에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한 스웨덴 청년을 만난다. 자신보다 2살 연상의 자동차 엔지니어 페르-에밀 박(Per-Emil Back). 우연한 술자리에서 만나 알게 된 그 사람이 이미선 씨 인생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된다. 2011년 이미선 씨는 스웨덴에 정착한다.

남편 페르를 만난 이후 이미선 씨의 삶은 급작스럽게 ‘글로벌’해 진다. 2010년 베트남 호치민에 사는 쌍둥이 언니 이미영 씨의 주선으로 현지 취업을 했다. 그리고 남편 페르와 함께 2011년 스웨덴에 온다. 하지만 해외 근무가 잦았던 남편 때문에 한 자리에서 오래 살지 못한다. 남편 발령지를 따라서 2012년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2년, 2014년에는 일본 도쿄에서 1년, 2015년에는 스페인 빌바오에서 또 1년, 그리고 먼 길을 돌아서 2016년 다시 스웨덴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미선 씨의 남편 페르는 스웨덴의 자동자 부품 생산 회사에서 근무하는 엔지니어다. 이들 부부는 현재 스웨덴 북쪽 룰레오라는 도시에서 살고 있다. (사진 = 이미선 제공) 이미선 씨의 남편 페르는 스웨덴의 자동자 부품 생산 회사에서 근무하는 엔지니어다. 이들 부부는 현재 스웨덴 북쪽 룰레오라는 도시에서 살고 있다. (사진 = 이미선 제공)

현재 이미선 씨가 사는 곳은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이 아니다. 스톡홀름에서 북쪽으로 950km를 달리면 나오는 공업 도시 룰레오(Luleå)다. 북위 65도, 지리학적으로 북위 66도부터 북극권이라고 부르니 이미선 씨가 사는 곳은 북극의 턱밑인 셈이다.

“7만 5000명 정도가 살고 있지만 북쪽에서는 큰 도시죠. 룰레오 공과대학교(Luleå Tekniska Universitet)가 있는 스웨덴의 대표적인 공업 도시이고요. 북쪽으로 110km만 더 가면 북극권이예요. 지난 해 1월초 어느 날 온도계를 보니 영하 36도더라고요. 겨울에는 하루에 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3~4시간뿐이죠. 대신 여름에는 하루 종일 해가 지지 않는 백야를 경험할 수 있어요.”

이미선 씨는 현재 스웨덴과 베트남을 오가며 사업을 하고 있다. 2012년 남편 페르가 중국 상하이 주재원으로 있을 때, 베트남 호치민에 있는 쌍둥이 언니 이미영 씨와 함께 디자인 회사(dlflyup.com)를 시작했다. 매년 2~3개월은 호치민으로 출장을 간다. 룰레오 공과대학교를 졸업한 남편은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 핫 스탬핑(Hot stamping. 950℃의 고온으로 가열된 철강 소재를 금형에 넣고 프레스로 성형한 뒤 금형 내에서 급속 냉각시키는 공법) 엔지니어다.

네이버 카페 ‘스웨덴 에브리띵’은 이미선 씨가 개설했지만 지금은 모든 회원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한다. 반면 요즘 이미선 씨는 유튜브에 ‘미영미선 Twins Log’라는 채널을 시작했다. 여기서 스웨덴 문화와 일상 정보들을 공유하는 일을 한다. 이곳은 이미선 씨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 정보 공급 공간이다. 이러다보니 어느 덧 이미선 씨는 스웨덴 전문가가 돼 버렸다.

그럼 스웨덴에서의 삶에 대해 이미선 씨는 어떻게 생각할까? 이미선 씨는 스웨덴의 자연을 예찬한다.

룰레오 부근 아비스코 호수에 앉아 있는 이미선 씨. 호수가 통째로 얼어 자동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다. (사진 = 이미선 씨 제공) 룰레오 부근 아비스코 호수에 앉아 있는 이미선 씨. 호수가 통째로 얼어 자동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다. (사진 = 이미선 씨 제공)

“스웨덴은 겨울 스포츠 천국입니다. 초겨울에 강이 얼면 그냥 강이나 호수에서 스케이트를 타요. 자연을 이용하는 거죠. 그리고 공원 산책을 하듯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타요. 트랙은 집 근처 공원이나 숲 속 또는 강 위에 만들어져 있어요. 요즘에는 자주 우리 집 테라스에서 오로라를 볼 수도 있는 곳이에요. 처음 오로라를 봤을 때는 너무 신기하고 신비해서 사진 찍느라고 정신이 없었어요. 요즘에요? 그냥 비 오는가보다 하는 정도의 기분이랄까?”

스웨덴의 직장 휴가 문화도 이미선 씨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한국에서는 상상하지 못할 휴가 문화가 있어요. 일 년에 7주의 휴가가 주어집니다. 개인의 사정에 따라 매주 2일 씩을 사용할 수도 있고, 한꺼번에 한 달을 다 쉴 수도 있지요. 이렇게 길고 자유로운 휴가 때문에 개인의 삶의 질이 좀 더 높아지는 것 같아요. 이곳 스웨덴은 회사의 일보다는 개인의 삶이 더 중요한 거죠.”

하지만 이미선 씨는 요즘 한국에서 불고 있는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에 대한 이민 열풍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성공적으로 정착한 사람들의 이야기, 한국과는 판이하게 다른 복지 혜택, 육아와 교육의 자유로움 등 실제 겪지 않고 간접적으로 접한 이야기들만으로 결심할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미선 씨가 집 테라스에서 촬영한 오로라의 장관. 북극권 바로 아래인 룰레오에서는 오로라를 보는 일이 아주 흔한 일이다. (사진 = 이미선 제공) 이미선 씨가 집 테라스에서 촬영한 오로라의 장관. 북극권 바로 아래인 룰레오에서는 오로라를 보는 일이 아주 흔한 일이다. (사진 = 이미선 제공)

특히 이미선 씨는 스웨덴과 한국의 문화 차이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그것은 별 일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꽤 심각한 정서상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충고다. 특히 익숙한 사이든, 그렇지 않든 좋고 싫음에 대해 명확한 태도를 보이는 스웨덴 사람들의 정서는 이민 초기 가장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관계 때문에 분명하지 않고 두루뭉술한 태도로 사람을 대하는 한국의 정서로는 스웨덴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도 있고, 오해를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미선 씨는 스웨덴이 아닌 또 다른 나라에서의 삶도 꿈꾼다. 그런 상황이 주어진다면 결코 우물쭈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이미 세계는 삶의 절대장벽을 허문지 오래다. 나라에 따라, 환경에 따라, 또는 개인의 성향에 따라 진입과 정착의 난이도가 다르기는 하겠지만 결코 두려워서 주저할 일은 아니라고 이미선 씨는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선 씨는 어디에서 살든 겨울이 되면 가족이 있고, 눈과 얼음이 있고, 또 청량한 밤하늘에서 환상의 우주쇼를 보여주는 오로라가 있는 스웨덴의 북쪽 마을 룰레오에 올 것이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마음의 휴식처를 찾아서.

[필자 이석원]

25년 간 한국에서 정치부 사회부 문화부 등의 기자로 활동하다가 지난 2월 스웨덴으로 건너갔다. 그 전까지 데일리안 스팟뉴스 팀장으로 일하며 ‘이석원의 유럽에 미치다’라는 유럽 여행기를 연재하기도 했다. 현재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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