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지배구조 백기 든 금융지주…'엎드려 절받기'는 안된다

최종편집시간 : 2018년 02월 18일 12:16:10
[기자의눈] 지배구조 백기 든 금융지주…'엎드려 절받기'는 안된다
하나금융, 회추위 내 회장 배제 담은 새 지배구조개선안 의결
KB금융 등 지주사들 움직임 바빠져…당국 개입 불씨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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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2-27 06:00
배근미 기자(athena3507@dailian.co.kr)
▲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압박에 민간 금융사들이 끝내 백기를 들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셀프 연임’ 발언 한 달여만에 금융지주사들이 당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이슈는 사실상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지만 그 진행 과정이나 후폭풍 등에 있어서는 여전히 개운치 않은 텁텁함만 남기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압박에 민간 금융사들이 백기를 들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셀프 연임’ 발언 한 달여만에 금융지주사들이 당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이슈는 사실상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진행 과정을 되짚어보면 개운치 않은 뒷맛이 아쉬울 뿐이다.

하나금융지주는 크리스마스 연휴 직전 이사회를 갖고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 현 김정태 회장을 제외한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한다는 내용을 담은 새 지배구조개선안을 통과시켰다. 이사회는 또 ‘경영승계 계획 및 대표이사 회장 후보 선정절차’ 개정을 통해 CEO 후보군 선정절차와 기준을 결의하고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키기로 했다. 이를 마련할 이사진들의 선임 경로 역시 연차보고서 내에 공시해 CEO 선임 전반에 걸쳐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이와 같은 조치는 금융당국이 최근 강하게 밀어붙이던 ‘지배구조 개선 요구’와 맞아 떨어진다. 금융감독원은 앞서 지난 12일 하나금융지주에 CEO 승계 절차에 대한 투명성과 공정성이 미흡하다며 총 7건의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KB금융지주 역시 같은날 동일한 이슈로 경영유의 5건의 제재를 받았다.

KB금융지주는 최근 공시를 통해 계열사인 KB부동산신탁 내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한 자문 역할로 부회장직을 신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에 신설될 부회장직에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문이자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 몸담은 바 있는 김정민 전 KB부동산신탁 대표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최종구 위원장의 ‘셀프 연임’ 발언이 수면 위로 떠올랐을 당시부터 금융권 내에서는 당국이 해당 금융지주사들을 겨냥했다는 말이 무성했다. 이후 공교롭게도 이들 금융지주사들에 대한 지배구조 검사와 더불어 하나UBS자산운용, KB증권과 같은 해당 계열사 인·허가 등에도 제동이 걸리면서 이같은 논란에 더욱 불길이 번졌다.

최흥식 원장 역시 “내가 그렇게 얄팍해 보이느냐”고 언급하는 등 두 금융당국 수장들이 연이어 강하게 부인하고 나섰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란 쉽지 않다. 어느 금융회사라고 딱 잘라 발언하지는 않았지만 금융회사 수장들의 연임 관행에 대한 그 어느 때보다 강도높은 비판 발언과 더불어 당장 내년 1월부터 지배구조 관련 전면검사 방침을 천명하는 등 당국이 가진 수단을 총동원해 자신들의 요구에 대한 관철에 나섰다는 정황 자체를 부인하기는 어렵게 됐다.

최근 KB금융지주의 김정민 부회장 영입을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한 이유도 금융당국의 이같은 행태와 무관치 않다.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금융회사에 있어 민과 관을 이어줄 '바람막이식 인사'가 필요한 또 하나의 명분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최윤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CEO 선임 절차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관련법에 따라) 문제가 있는 것을 바로잡아줘야지 셀프연임이니 잡음이 있다든지 계속 구두로 이야기하는 것은 잘하고 있는 부분까지 훼손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종구 위원장은 당시 이같은 우려에 대해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하겠다'고 답변했지만 당국이 이미 수장 인선에 한 발을 담금 상태에서 이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민간 금융사들이 얼마나 자유롭게 인선 작업에 나설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만 제기되고 있다.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정말 이 방법만이 최선이었을지 씁쓸한 뒷맛만 감돈다.[데일리안 = 배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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