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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Korea] 최저임금 인상, 대·중소기업·서민까지 융단폭격


입력 2018.01.05 06:00 수정 2018.01.05 10:03        박영국 기자

대기업 '연봉 4천 이상도 임금인상', 중소기업 '임금부담 못이겨 고용축소'

소상공인 '알바 대신 무인결제기', 서민 '일자리 줄고 외식하기 겁나고'

서울 중구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운영 중인 무인결제기.ⓒ데일리안 서울 중구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운영 중인 무인결제기.ⓒ데일리안

대기업 '연봉 4천 이상도 임금인상', 중소기업 '임금부담 못이겨 고용축소'
소상공인 '알바 대신 무인결제기', 서민 '일자리 줄고 외식하기 겁나고'


새해부터 시간당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16.4% 오른 7530원으로 인상되며 곳곳에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임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용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울상이고, 일부 대기업도 4000만원대 연봉에도 불구하고 산입범위 문제로 최저임금에 걸리는 일부 직원들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임금을 인상했다. 소상공인들은 ‘알바’를 ‘기계’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마지막 근무일인 12월 29일 노조와 임금협상 잠정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일부 저연차 직원들의 최저임금 위반을 피하기 위해 실질 월 지급 임금을 올려주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4년 3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대규모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을 진행 중으로, 그동안 임금 인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번 잠정합의안도 명목상 기본급은 ‘동결’이지만 ‘자기계발비 월 20시간 지급’을 추가하면서 실질 임금은 인상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됐다. 근속연수별로 금액이 달라 명확한 금액을 특정할 수는 없지만 자기계발비 지급을 통해 최저임금 문제를 해소하게 됐다고 회사 관계자는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신입 초봉도 4000만원을 넘는 고임금 기업에 속하지만 연간 총 800%에 달하는 상여금이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는 관계로 일부 직원들이 올 들어 크게 오른 시간당 최저임금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당초 현대중공업은 상여금을 월할 지급해 최저임금에 산입되도록 하는 방식으로 문제 해결을 모색했으나, 노조의 반대로 상여금 중 300%만 매달 25%씩 지급하고 나머지 500%는 분기말과 명절에 나눠 지급하기로 해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게 됐다. 이 때문에 구조조정 상황에서도 ‘자기계발비’를 통해 실질 임금을 인상하게 된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사례는 올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가져온 대표적인 폐해로 손꼽힌다. 저소득층이 아닌 고임금 근로자의 임금을 올려주느라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줄이는 상황으로 기업을 내몬 것이다.

대기업도 이런 상황인데 중소기업들은 말할 것도 없다. 중소기업 82%가 올해 채용계획이 없거나 미정이라고 답한 중소기업중앙회의 지난해 11월 설문조사 결과에서 볼 수 있듯 중소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고용 축소로 대체할 기세다.

과거 최저임금 위원으로 참여한 경력이 있는 한 중소기업 사장은 “대부분의 제조업체들의 영업마진이 3% 미만인데, 최저임금을 작년 대비 16% 이상 급격히 올리면 어떤 기업이 지불능력이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해외로 나가거나 그럴 여력이 안되면 인력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쪽이 힘들면 반사이익을 보는 이들이라도 있어야 되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다. 구직자들은 줄어든 일자리와 아르바이트 자리에 한숨짓고 서민들은 밖에서 밥 한 번 사먹기 힘든 시대가 올까 두렵다.

기업이 고용 규모를 줄이면 일자리는 그만큼 줄어든다. 특히 아르바이트 직원을 고용하는 소상공인들은 인건비 상승에 즉각 반응할 수밖에 없다.

최근 음식점이나 편의점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무인결제기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기계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 추세’를 가속화시켜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이 최근 전국의 구직 회원 145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6.9%가 ‘작년 7월 최저임금 인상 폭이 발표된 이후 고용주가 근무 시간을 줄였다’고 답했다. 또한 9%는 ‘발표 이후 아르바이트 자리에서 해고됐다’고 답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우려되는 상황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2%가 ‘그렇다’고 답했다.

지난 4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물가는 1년 전보다 2.4% 상승하며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1.9%)를 0.5%포인트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같은 추세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일부 외식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지난해 말 주요 메뉴의 가격 인상을 단행한 상태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인과 소상공인, 구직자와 소비자까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피해자가 속출하는데, 정부만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매몰돼 있다”면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논의가 이뤄지기 전에 정부와 노동계도 현실을 직시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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