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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Korea] 노동개혁 없이 기업 성장 없다


입력 2018.01.08 06:00 수정 2018.01.08 06:33        박영국 기자

노동시장 경직성 세계 최악 수준…기업 성장, 일자리 창출 발목

2017년 6월 30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민주노총 '6.30 사회적총파업 지금 당장' 집회가 열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2017년 6월 30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민주노총 '6.30 사회적총파업 지금 당장' 집회가 열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부는 고용을 늘리라고 하는데, 기업들로서는 고용을 늘릴 여건이 전혀 안됩니다. 노동시장 경직성은 여전하고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 각종 정책은 기업 환경을 더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설령 지금 업황이 좋은 기업이라 한들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지금처럼 노동시장이 경직된 상황에서 업황이 나빠지면 잉여 인력은 어떻게 하라고 고용을 확대하겠습니까.”

대기업 한 고위 관계자는 올해 고용을 늘릴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우리나라처럼 노동시장 경직성이 심한 환경에서는 호황 때 고용을 늘렸다가는 불황 때도 인력을 줄일 수 없어 막대한 인건비 부담을 안고 가야 하기 때문에 고용 확대 자체가 리스크라는 것이다.

지나친 노동시장 경직성은 우리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단기간 내에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기 힘든 것 또한 현실이다.

이전 정부에서 추진하던 노동개혁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대통령 탄핵과 정권 교체를 거치며 사실상 전면 백지화됐다. 촛불시위의 한 축이자 대선 캠프 파트너였던 노동계에 부채 의식을 지닌 대통령은 잇달아 친노동 정책을 쏟아내고 있고, 노동계 출신의 고용노동부 장관은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 이른바 ‘양대지침’을 폐기해 버렸다.

한국의 노동시장 경직성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을 노동계는 부인하고 정부는 외면하지만 국제 사회에서는 인정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 따르면 한국은 137개국 중 정리해고 비용에서 112위, 고용 및 해고 관행에서 88위, 임금결정의 유연성 62위를 차지했다. 전체 국가경쟁력 순위는 26위지만, 노동 분야만 놓고 보면 후진국 수준이다. 노동 분야에서의 후진성이 전체 국가경쟁력 순위를 20위권 밑으로 끌어내렸다.

재계에서는 이런 환경에서 정부가 ‘일자리 최우선 정책’ 운운하는 게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투자와 고용은 그에 따른 성과가 충분히 예견된다는 전제 하에 가능한 것”이라며 “대외 경영환경은 둘째치고라도 국내 정책이나 노동시장 상황이 투자·고용에 따른 리스크를 전혀 감당할 수 없는 쪽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보수적인 경영에 임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투자와 고용이 위축되면 단순히 단기간 내의 고용률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기업의 성장을 저해해 경제활성화와 이에 따른 인력수요 확대라는 선순환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서는 이미 노동시장 개혁이 경제 활성화를 추구하는 정부가 반드시 거쳐야 하는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프랑스의 마크롱 정부가 대표적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진보 정치권과 노동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퇴직금상한제, 근로자 소송 가능 시간 단축, 노조 협상시 한별노도 기준에서 개별기업 단위로의 변경 등 강력한 노동개혁 단행했으며 그 결과 프랑스의 경제 회복과 고용 확대를 이끌었다. 프랑스경제통계연구원(INSEE)이 “마크롱 대통령 취임 이후 프랑스 경제의 대부분 분야에서 노동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할 정도다.

그 결과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오독사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한달 전보다 급등한 54%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국민적 성원도 얻고 있다. 현지에서는 그가 주요 국정과제로 내건 노동개혁 등을 별다른 저항 없이 잇따라 안착시킨 점을 지지율 상승의 배경으로 꼽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경직성은 강성 노조에 소속된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의 기득권만 보호해줄 뿐 비정규직, 영세기업 근로자나 청년들에게 어려움만 안겨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규제개혁은 노동시장에서도 필요하다”면서 “경직적인 노동시장 규제의 일차적 피해자는 미취업청년과 영세기업의 근로자들”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시장 경직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노사정 대타협’과 같은 이해 당사자들간의 양보와 협조가 밑바탕이 된 결단이 필요하다.

그나마 기대를 걸 만한 부분은 현 정부도 노동개혁 의지가 전혀 없지는 않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새해에는 노사정 대화를 비롯한 사회 각 부문의 대화가 꽃을 피우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조금씩 양보하고 짐을 나누면 더불어 잘사는 대한민국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노사정 대타협을 통한 노동개혁 의지를 내비쳤다.

노사정 대타협을 이끌 노사정위원회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이탈하면서 2년 가까이 파행을 빚고 있다. 한국노총은 그나마 복귀에 긍정적이지만 민주노총은 지난 5일 정부가 주관하는 노사정 신년인사회에도 불참하는 등 여전히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일자리를 늘릴 생각이 있다면 일방적으로 노동계가 원하는 정책만 내놓을 게 아니라 장기인 노동계와의 친화력을 발휘해 그들을 노사정 대타협을 위한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여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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