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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지하철 생일 광고가 문제가 없다고?


입력 2018.01.14 09:28 수정 2018.01.14 16:18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정치적 의사표현 한계와 정치 중립성 훼손 우려

지지율 믿고 그들만의 잔치 언제까지 계속 이어갈건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역 역사 내부에 오는 24일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영상이 송출되고 있다. 이 광고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11일부터 한달여간 광화문, 여의도, 종로3가,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천호, 건대입구, 노원, 잠심 지하철역 등에서 게재될 예정이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역 역사 내부에 오는 24일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영상이 송출되고 있다. 이 광고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11일부터 한달여간 광화문, 여의도, 종로3가,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천호, 건대입구, 노원, 잠심 지하철역 등에서 게재될 예정이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1월 24일 문 대통령의 생일을 앞두고 서울 시내 지하철에 일제히 축하 광고가 실렸다.

광고판은 11일부터 서울 시내 18개 역에 모두 37개가 걸렸는데, 문 대통령의 활짝 웃는 얼굴 사진과 함께 ‘66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서울지하철 5·6·7·8호선 노선에는 영상 광고도 송출되고 있는데, 영상이 시작되면 생일 축하 노래도 재생된다.

이와 같은 문 대통령 팬클럽의 이벤트를 과연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주최측의 해명처럼 이번 이벤트는 문 대통령을 응원하는 평범한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기획한 것일 뿐 특정 지역, 단체, 인물과는 관련이 없다는 점에서 과연 아무런 문제도 없는가?

법적으로 문 대통령 팬클럽의 이번 이벤트가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의 범위 안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표현의 자유는 일반적인 공공의 불편, 짜증, 그리고 불안을 훨씬 뛰어넘는 심각하고 실질적인 해악을 초래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을 경우가 아닌 이상 검열과 처벌로부터 보호돼야 하는 것이 확립된 법원칙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필자는 문 대통령 팬클럽의 이번 광고 개재와, 지하철 광고를 심의하는 서울교통공사의 광고 허용은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공공기관인 서울교통공사에 묻는다.

첫째, 홍준표, 안철수 대표 등의 팬클럽이 자발적으로 생일 축하 광고를 할 경우에도 과연 허용할 것인가?

허용하지 않는다면 차별의 정당한 근거는 무엇인가?

만약 모든 정치인들의 생일 축하 광고를 허용한다면 사적 공간이 아니라 지지자와 반대자가 섞여 있는 공적 공간인 서울 지하철의 모습이 과연 어떻게 되겠는가?

결국 서울교통공사는 광고 심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인 '형평성'에 대한 고려를 전혀 하지 않았는 바 이는 추후 분명히 좋지 않은 선례로 작용할 것이다.

둘째,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발적 팬클럽이 위 두분의 생일날 탄핵이나 정치보복의 부당성을 암시하는 생일 축하 광고를 개재하는 경우에도 과연 허용할 것인가?

불허한다면 정치적 의사표현의 한계와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 등의 기준을 과연 어떻게 정할 것인가?

결국 필자는 위와 같은 모든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지하철 등의 공적 공간에서는 정치인 개인에 대한 광고는 원칙적으로 불허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이돌 팬들이 지하철 광고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이돌 팬들과 정치인 팬들은 분명히 다르다.

공적 공간은 어느 특정 정치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라 '정치적 중립성'이 생명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생일은 12월 5일인데 만약 대선을 앞두고 지하철 등 모든 공적 공간이 홍 대표 팬클럽의 생일 축하 광고로 뒤덮인다면 과연 어떻게 되겠는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생일은 2월 26일인데 만약 총선과 금년처럼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하철 등 모든 공적 공간이 안 대표 팬클럽의 생일 축하 광고로 뒤덮인다면 과연 공정한 선거가 되겠는가?

무엇보다 이번처럼 생일 하루도 아니고 선거기간 내내 광고를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서울교통공사는 이번의 잘못된 결정을 반면교사로 삼아 추후에라도 절대로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철저히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문 대통령 팬클럽 회원들에게 묻는다.

만약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이번 건과 동일한 일이 일어났다면 과연 어떻게 행동했을 것인가? 추후 만약 홍준표, 안철수 등의 생일 축하 광고가 지하철 광고판을 점령하면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모든 영역이 마찬가지지만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지사지(易地思之)'고,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내로남불’이다.

문 대통령 팬클럽 회원들은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봐야 한다. 본인들이 이명박, 박근혜, 홍준표, 안철수 등의 생일 축하 광고를 보기 싫다면 이 분들의 지지자는 문 대통령의 광고를 보기 싫은 것이다.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공자의 말씀처럼 본인들이 보기 싫은 것은 남에게도 강요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지금 문 대통령 지지율은 70% 내외가 아니라 대선 때의 득표율 41%다.

대선 때 문 대통령을 찍지 않고 홍준표나 안철수를 찍은 사람이 이후 문 대통령 지지로 돌아설 하등의 이유가 없지 않은가? 여론조사의 응답률만 봐도 대선 때 문 대통령을 찍은 분들의 응답률이 훨씬 높게 나타나는 것은 수치상의 팩트가 아닌가?

결국 지난 대선에 문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국민보다 다른 후보를 선택한 국민이 더 많았듯이 지금도 지지자보다 비판자가 더 많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렇다면 청와대나 여당 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의 열성팬들도 정말 겸손하고 자중해야 한다. 본인들의 행동이 정말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는지 다시 한번 심사숙고해야 한다.

왜 그동안 우리나라 모든 역대 대통령들의 유일한 공통점이 '취임 초의 지지보다 퇴임시의 지지가 낮았다'는 점인지 겸허히 되돌아봐야 한다.

"당신이 두팔을 마음대로 흔들 자유는 다른 사람의 코가 시작되는 그 자리에서 바로 끝난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목소리를 낸 사람 중 한 명인 하버드대 법학 교수 제처리어 채피 주니어가 갈파한 명언이다.

문 대통령 팬클럽의 이번 광고는 아무리 생각해도 문 대통령 반대자들의 코까지 때린 것 같아 참으로 씁쓸하다.

글/서정욱 변호사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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