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르포] 가상화폐 '논란', 노무현 ‘바다이야기’와 비슷한가


입력 2018.01.22 06:00 수정 2018.01.22 09:18        이선민 기자

가상화폐·가상통화·가상증표 아니라 ‘암호화폐’

유시민 작가가 바다이야기에 빗대 논란 점화

19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상통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한 시민이 시세표 앞을 지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19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상통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한 시민이 시세표 앞을 지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가상화폐·가상통화·가상증표 아니라 ‘암호화폐’라고 불러야
유시민 작가가 바다이야기에 빗대 논란 점화


유시민 작가가 얼마전 JTBC ‘썰전’에서 가상화폐 ‘비트코인’에 대해 “비트코인은 아무런 사회적 기능이 없다. 오로지 투기적 기능,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 것뿐 긍정적 기능이 전혀 없는 화폐”라며 ‘바다이야기’에 빗대 설명했다.

이어 유 작가와 함께 tvN 예능 프로그램인 ‘알쓸신잡’에 출연했던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 교수가 SNS를 통해 “유시민 선생님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며 “가상화폐의 광풍 만이 아니라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기술에 대한 근본적인 폄훼로 이루어져 있어서 우려가 된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해한다면 이렇게 악담을 퍼붓지는 못할 것”이라고 정면 반박해 논란이 됐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은 가상화폐가 과연 바다이야기와 같은 수준으로 볼 수 있는 사행성 도박이냐는 것에 의문을 가지게 됐다.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화폐지만 정부 인정 받지 못해

가상화폐는 지폐·동전 등의 실물이 없고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화폐로 우리 정부는 화폐로서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가상통화 또는 가상증표라고 부르고 있다. 최근에는 가상화폐라는 명칭이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등 전자화폐와 혼동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암호화 기술을 사용하는 화폐라는 의미로 암호화폐라고 불린다.

이 암호화폐는 정부나 중앙은행의 화폐와 달리 처음 고안한 사람이 정한 규칙에 따라 가치가 매겨진다. 자본과 기술이 있으면 누구나 암호화폐를 만들 수 있으므로 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외에 이더리움, 비트코인 골드, 비트코인 캐시, 리플, 대시 등 1000여 개에 이르는 암호화폐가 개발됐다.

최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의 암호화페가 보편화 되면서 이를 현금으로 출금할 수도 있으며 식당에서 값을 치르거나 기프티콘을 살 수도 있는 등 현금과 큰 차이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한편, 바다이야기 사태는 일본의 슬롯머신을 본 따 만든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으로 오락실 경품으로 상품권(유사화폐) 22개가 걸리면서 연간 100만 명의 국민이 바다이야기 오락실에 매달리게 된 사건이다. 같은 그림이 여러 장 나오면 상품권이 지급되는데 이 상품권을 오락실과 붙어 있는 환전소에서 곧바로 현금화 할 수 있어 사행성이 짙었다.

성인오락게임인 ´바다이야기´가 친노 인사들의 연루설 등 의혹이 확산되면서 노무현 정권의 대형 게이트로 비화했다. 사진은 바다이야기 화면 성인오락게임인 ´바다이야기´가 친노 인사들의 연루설 등 의혹이 확산되면서 노무현 정권의 대형 게이트로 비화했다. 사진은 바다이야기 화면

◆실제로 물건 사는 등 현물·현금화 할 수 있어

모니터 속에 존재하는 블록체인에 값을 매기고 이 블록체인의 금액이 등락을 하는 가운데 이를 현금화 해 손에 돈을 쥘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국민들이 바다이야기를 떠올리게 됐다.

특히 경기침체의 여파로 ‘대박’의 꿈을 노린 중산층과 서민이 열광한다는 점에서 정부는 가상화폐 열품에 대응하면서 바다이야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아울러 바다이야기가 당시 몸집을 불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환전하는 과정에서 당시 법의 사각지대를 교묘하게 피했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법을 상당 부분 재정비 했으며, 게임물등급위원회도 신설했다.

암호화폐도 현금화가 가능한 ‘증표’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의 제재 범위에 벗어나 있으며 새로 생긴 개념이라 관련법이 정비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는 당시의 악몽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공무원들이 정부 방향 알고 투기했을 가능성에 논란

바다이야기도 가상화폐도 정부가 사행성에 장단을 맞추면서 논란이 가열됐다. 바다이야기는 국세청에서 파견된 청와대 행정관이 관련 업체의 지분을 갖고 있었던 데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이에 연루됐다는 소문이 돌며 ‘게이트’로 비화됐다.

이에 더해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 각각의 당첨 내용을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 보도되면서 한명숙 총리가 고개숙여 “사행성 오락을 바로 잡지 못했다”고 사과했고, 노 대통령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상화폐는 국무조정실에서 각 부처의 의견을 조율해 가상화폐 대책을 수립·발표하는 곳의 직원이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대책 발표 이틀 전 보유 중이던 가상화폐를 매도하고 1300여만 원을 투자해 700여만 원을 남긴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가중됐다.

해당 직원은 금감원 감찰 조사에서 “정부의 대책발표 내용을 모르고 매도했다”고 진술했지만 금감원은 직무 수행 중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자산을 불렸을 가능성도 열어놓고 조사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유사점이 있더라도 암호화폐와 슬롯게임인 바다이야기는 근본적으로 다른 성질의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한국의 가상화폐 시장이 유독 과열돼 세계 시장에 비해 30~60%의 김치 프리미엄이 붙은 것은 문제지만 이는 과열된 가격체계를 바로잡을 일이지 극단적으로 거래소를 폐지할 문제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들은 한탕을 노리고 제대로 된 정보도 없이 무작정 코인에 덤비는 ‘묻지마 투자’와 이로 인한 무분별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안정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르포'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이선민 기자 (yeatsmin@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선민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